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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ㅣ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평점 :
네버무어. 한 소녀의 성장과 모험, 그리고 기괴하면서도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다루는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를 쏠쏠하게 준다.
주인공인 모리건 크로우. 불운의 아이콘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윈터시 공화국의 연대기 중 가장 어두운 시기인 이븐 타이드에 태어난 죄로 저주를 받아 그 다음 이븐 타이드에 죽음을 맞이해야한다.
창백한 얼굴빛과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그녀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피해다닌다. 왜? 가는 곳 마다 불행을 일으키니까.....
그녀가 지나가는 길엔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멀쩡하던 남자가 심장마비로 죽는 등의 불행의 퍼레이드가 발생한다. 그럴 때에는 어김없이 써야 하는 사죄의 편지. 그러나 사죄 옆에는 항상 냉소의 항변을 썼다가 지운다. 무뚝뚝하지만 재치넘치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 엉덩이가 깨진 할머니에게 쓴 그녀의 편지를 보자.
[ 책속 page 40 ]
말로프 부인께
부인이 스케이트 타는 법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부인이 엄청나게 늙고 실바람에도 뚝 부러질 만큼 뼈가 약한데 스케이트를 타러 가도 좋다고 생각했다니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엉덩이가 깨져서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제 사과를 받아 주세요. 쾌유를 빕니다.
모리건 크로우 드림
읽으면서 킥킥대게 되는 부분이다.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않는 이런 모습이 그녀를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 같다.
어쨌든 죽음의 날짜가 정해져있는 모리건 크로우. 가족들은 전혀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이미 없는 것처럼 행동해버린다. 11살 어린 나이지만 이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리건.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더 슬프다.
그러나 인생은 반전의 연속일지니........ 죽음을 앞둔 모리건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 불꽃같은 생강머리의 주인공 주피터 노스라는 신비로운 자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는 모리건을 좇는 죽음 사냥꾼을 피해서 네버무어라는,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도시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네버무어라는 도시는 모든 상상력을 다 동원한 집합소 같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호텔이 있고 용몰기 대회가 있으며 도마뱀이 사람들과 함께 연주를 한다.... 어? 어디서 많이 본 듯 한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등의 영화들을 감독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속 내용인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다. 생동감 넘치고 자유로운 도시에 대한 묘사가 꽤 생생하게 펼쳐진다.
죽음을 피해, 즐겁고 신나는 상황 속에 던져진 모리건. 그러나 네버무어에 남기 위해서는 비기 ( 신비한 재주 ) 가 있어야 한다. 원드러스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러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인데 남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 외에는 다른 재주가 없는 모리건은 심난하기만 한데........
과연 가족, 소속, 영원한 우정 등 모리건이 일찌기 가질 수 없던 것을 안겨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원드러스 협회에 모리건이 남을 수 있을까? 얄궂은 운명의 주인공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된 모리건 크로우. 게다가 매력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쥬피터 노스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여간 든든하지 않다..
읽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계속 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상황 ( 나날이 자라나는 샹들리에 , 발톱이 자라는 욕조 ) 이지만 뭐든지 가능한 어린이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상상력 백화점인 것. 전 세계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쓴 제시카 타운센드라는 작가는 호주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하는데, 과연 영국은 잘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을 낳는 거위 같은 장소인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울한 도시에서 이런 멋진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니. 도시의 힘이라면 나도 런던에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