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창시자의 선(禪) - 하 - 대혜의 간화선
김태완 지음 / 침묵의향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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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창시자의 선> 하권은 대혜어록에 나타난 대혜의 간화선과 이후 무문혜개, 고봉원묘, 몽산덕이의 간화선을 비교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간화선의 창시자인 대혜의 간화선을 원형으로 삼아 무문, 고봉으로 갈수록 본래의 간화선법이 변형되어 몽산에 이르러서는 상당 부분 변질되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타당한 추론이라 할 수 있으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자신의 선 체험을 바탕으로 대혜의 간화선을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해설을 붙이듯, 대혜에 의해 고안된 간화선법도 그후 많은 공부인들의 공부 과정 속에서 얼마든지 변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무문과 고봉이 보여주듯 화두의 기능이 애초 대혜가 의도했던 망상을 물리치는 방편보다 공부인의 의문을 촉발하고 의심 덩어리를 형성하는 쪽으로 발달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진보라 볼 수 있다.

 

몽산의 경우도 물론 육조 이후의 조사선과 대혜의 간화선법과는 많은 부분 다르고 북종의 점수적 특징이 드러나 있지만 그 역시 몽산이란 한 공부인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반드시 어느 하나의 방편만이 원형이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이란 관점은 역시 하나의 틀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저자도 동의하듯 선은 격외선이다. 일정한 형식이나 틀을 주장하는 순간 어긋나는 것이다.

 

저자의 이번 노작은 그동안 아무런 반성없이 대혜와 고봉, 몽산의 간화선을 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공부해 왔던 우리 수행풍토에 신선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무조건 좌복에 앉아 선정에 들어가려고만 한다거나 화두를 염송하여 동정, 몽중, 오매에 일여한 경계를 얻으려고만 하는 맹목적인 선 수행을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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