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선
박건주 지음 / 운주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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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선'은 중국 선종의 초조인 보리 달마로부터 5조 홍인 문하의 신수(북종)와 혜능(남종, 6조), 그리고 혜능 문하의 신회(7조)까지의 선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능가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은 능가선법의 선사들의 가르침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서 특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연구 업적을 쌓고 있는 전남대 박건주 교수가 오늘날 간화선법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 달마선법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달마선법이 <능가경>의 근본 종지에 바탕한 자교오종(藉敎悟宗, 경전에 근거하여 종지를 깨달음), 선교일치(禪敎一致),  불이중도(不二中道)의 가르침임을 초기 선종사서와 여러 대승경론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혜능~임제 계통의 선법이 후대에 유행하면서 의도적으로 점법으로 폄하된 신수 계통의 북종선이 점법과 돈법을 겸비한 가르침으로서 달마선법에 벗어난 가르침이 아니란 사실을 변론하여 초기 선종사를 치우치지 않은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 주고 있다. 

 

저자는 후대의 간화선법을 선정에 치우쳐 교학의 이법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면 타당한 비판이면서 다른 일면에선 너무 지나친 편견이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송대 이후 문자선, 문학선이 등장하여 여러 폐해가 있어 온 것은 사실이고, 그 반동으로 대혜 종고에 의해 간화선법이 제창되었다. 선법도 하나의 법(현상)인지라 고정된 것이 아니다. 무유정법(無有定法 : 고정된 법은 없다)이라 했듯이 상황과 조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선법도 그에 대응하여 변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달마를 비롯한 초기 선사들의 선법은 그 당시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가르침이었고, 혜능 이후 당대 5가 7종의 선법과 송대의 간화선법 역시 그 당시 역사적 흐름에 대응한 가르침이다. 가르침의 현상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있다 할 수 있겠으나 그 근본종지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진여자성은 무념, 무주, 무생, 무상이기에 유심(唯心)은 곧 일심(一心)이며, 곧 무심(無心)이다. 따라서 능(주관)과 소(객관), 아와 법이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니기에 수행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무수(無修)의 수, 곧 돈수(頓修)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대혜의 간화선법도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며 무수한 대승경론을 통해 인증하고 있다.

 

역대 선사들 가운데 경론에 무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자무식으로 알려진 혜능조차 <단경>에서 <금강경>, <유마경>, <열반경> 등 대승경론을 끌어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고 있다. 다만 경론에 의거하되 그 언구에 집착하거나 머무르지 않고 자재하게 언구를 살려 쓰기에 격외의 선문답 역시 대승경론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간화선법과의 대비를 통해 달마선법의 장점과 특성을 강조할 수는 있겠으나 어떠한 법도 일면만 가진 것이 아님을 저자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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