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입문 - 마음을 밝히는 100가지 공안
구스모토분유 지음, 지성 옮김 / 클리어마인드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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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삼국의 선불교를 내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중국은 선맥이 끊겨 희미하고, 한국은 선의 전통은 살아 있으나 지도자나 수행자에 따라 중구난방이고, 일본의 선은 체계화 학문화되었지만 살아있는 선 정신은 드문 것 같다. 물론 좌정관천의 좁은 소견에 불과한 내 생각일 뿐이다. <선어입문>은 중국이나 일본의 선시나 선어록, 화두 공안집에 실려있는 문구 100개에 대해 저자가 나름의 해설을 붙인 책이다. 말 그대로 선 관련 어휘들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한다. 가장 간단한 무(無)자에서 유명 선시의 구절들까지 다양한 선 관련 어휘들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지만 그 내용은 모두 하나도 귀결된다. 100가지 어휘가 가리키는 단 하나의 진실. 무든, 뜰 앞의 잣나무든, 대나무 그림자가 돌 계단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는다는 시 구절이든, 그것들이 가리키는 바는 바로 하나다. '하나'라고 비록 말했지만 그것 역시 그 하나를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읽을거리이면서 어록이나 공안집을 읽을 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책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번역자인 지성 스님이 전문 번역가가 아닌 탓인지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본어 특유의 한문 문구나 선 문헌 번역이 너무나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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