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노래 - 우두 법융선사의 심명 강해 성엄선서 1
성엄선사 지음, 대성 옮김 / 탐구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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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대만과 미국에서 선을 지도한 성엄 선사가 12주간의 선칠(禪七-일주일 단위의 집중수행) 기간 동안 당나라 때의 우두법융 선사의 <심명>이란 시를 교재로 한 법문을 기록한 것이다. 선종의 종주국이면서도 현대에 와서 한국과 일본에 비해 선풍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대만)의 선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선풍이 쇠퇴하였다가 구한말 경허 선사의 출현 이후 만공 스님으로 이어진 법맥이 오늘날 한국 선의 주류를 이루듯이, 송대 이후 미미해진 중국 선풍도 중국 본토의 공산화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허운 화상과 같은 이를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일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대부분 진언종이 우세한 가운데 조동종과 임제종이 선종으로서 극히 일부 남아 있는 형편이다. 

 

성엄 선사의 선 수행 지도는 과거 선의 황금시대 조사 스님들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조동종과 임제종의 법맥을 모두 잇고 있는 선사는 수식(호흡을 세거나 지켜보는 것)을 비롯, 묵조(조동종의 수행법)와 화두 참구(임제종의 수행법), 절 하기, 진언 수행 등 망념을 가라앉히고 몸과 마음을 통일하는 수행 방편을 그때 그때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수행 방편이 깨달음을 얻게 해 줄 것이라는 헛된 망상은 하지 말라고 한다.

 

선사는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한다면 결코 깨달을 수 없다는 얼핏 이해할 수 없는 가르침을 준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 것으로서 본래 우리의 본성은 완벽하여 부처와 다를 바가 없지만 허망한 생각과 거짓된 자아 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러한 본성에 부합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본성은 수행을 통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허망한 망상을 그치면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망상은 말 그대로 허망한 생각이므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애써 억제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허망한 생각과 관념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이 사실이기에 우리는 수행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수행을 할 때는 자신에 대한 생각, 외부 환경에 대한 생각,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모든 생각들을 내려 놓고 오직 자신의 수행 방편에만 몰두해야 한다. 

 

수행 과정에서도 자신의 수행이 나아지고 있는지 퇴보하는지, 수식보다 묵조나 화두 참구 더 수승한 것인지, 스승이 깨달았는지 못 깨달았는지, 수행 환경이 좋은지 나쁜지... 일체의 모든 것에 상관하지 말고 오로지 현재 하고 있는 수행에만 집중할 것을 선사는 주문한다. 가느다란 시내가 길이길이 이어져 바다로 가듯 그렇게 수행하라고 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한 상태에서 열심히 수행하라고 한다. 선에 입문한 초심자와 오랫동안 헤매인 구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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