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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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도서출판 미래지향






같은 단체에서 오랫동안 함께 봉사했던 봉사자중에 의대생이 있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오빠도 다 의사인 집안의 막내였던 그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의대에 갔지만 본과 공부를하며 자신은 가족들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걸 느끼고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는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실질적으로 단체와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울지마 인턴>은 나에게 그렇게 끌리던 책은 아니었다. 표지에 있는 사내의 표정이 너무도 우울해 보였고, 그 뒤로 푸른색에 흐릿하게 나와 있는 병원과 환자들의 모습도 허약한 나의 몸을 떠울리게 해서 좀 멀리하고 싶었다. "의료현장을 사실주의로 생생하게 담아낸 감동의 의학 소설!"이라는 문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설은 너무 사실적이지 않을 때, 약간은 세상과 조금 동떨어져 있을 때 조금 더 나의 맘에 들어오는 듯해서 더 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전에 이 책을 피했던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있는건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마음이 많이 따뜻해져있고 이전과는 이 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임을 인정해야겠다.

ㅡㅡㅡ

이 책의 주인공 류지는 도쿄의 한 종합병원 외과에서 이제 막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형의 사고를 눈앞에서 경험했고 계속 그날의 기억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희미하게만 무의식중에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도쿄와는 많이 떨어져 있는 시골에서 고구마 튀김 가게를 하시는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류지에게 도쿄와 이곳 사람들과 병원에서의 생활은 예상과는 참 많이 다르다.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환자들에게 적용해야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치료해야하는 전투적인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며 좌절하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형의 사건.

교통사고, 기초생활수급, 아뻬(충수염)와 같이 병원에서의 경험들.

처음 메인이 되어 한 수술.

같은 나이의 말기 암 환자 이시이를 대하는 류지의 마음.

환자의 첫 죽음과 매일 돌보던 어린 환자의 회복.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류지는 성장하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래서 엄마, 아빠, 그리고 형을 대면할 용기가 생긴다.

에필로그의 류지를 통해서 앞으로 더 따뜻하고 멋진 의사가 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솔직히 앞으로 이 관을 뺄 가망은 거의 없다. 즉 그렇다는 건 죽을 때까지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본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럴 때 간격을 두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얼굴색, 목소리 어느 하나 달라져서는 안 된다. 의사는 때로는 연극 배우가 되어야 한다." _p.150_

ㅡㅡㅡ

앞서 말했던 함께 봉사하던 그녀가 단체를 떠나며 가장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가 의사라는 직업과 그 공동체 안에서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자신이 잘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울지마 인턴>을 읽으며 류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의 그녀가 생각난 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 류지가 느끼던 당혹스러움과 외로움을 나도 느꼈기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인해 전 세계의 의료진들이 바이러스로 인한 삶과 죽음 속에서 치열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이 팬데믹으로 많은 의료진들은 힘이 빠지고 지쳐간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많은 개인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 있는 소아과같은 개인 병원들은 유지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기사를 보았다.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진들이지만,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믿고 이해하고 더 건강한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쓰는게 아닐까싶다.

이 책의 작가 나카야마 유지로도 의사이다. 그래서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전문적인 용어도 나오고 조금 더 생생한 의사들의 마음과 이들의 병원안에서의 삶이 전달되는 것 같다. 일본도 코로나가 심하던데, 지금 일본에서 이 작가님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 좋은 책 지원해 주신 미래지향 출판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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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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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할 수업]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ㅡ 어떻게 답해야 할까?>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누군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물어볼때면 나는 "책, 영화, 감자칩, 빵, 떡..." 등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책에 관련된 영화도, 영화가 나오는 책도, 책이 나오는 책도, 음식이 나오는 책과 영화도, 책과 영화에 나오는 음식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은 철학에 빠져 있었고, 심리학에 빠져있었다. 물론 빠져있다고 모든 것이 다 내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는 나의 일상이라고 해야할까.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일상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삶을 위해 투쟁하거나 죽음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또 갑작스런 죽음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고, 나 또한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있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ㅡ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런 주제의 책을 좋아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책속에 담겨있는 책과 영화이야기, 더 확장되어 철학과 연결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모든 책이 좋다고 말하기는 쉽지않다. 어떤 책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어떤 책은 너무 이음새가 없게 느껴지며 또 어떤 책은 나의 흥미를 끌지 않는다. (나의 깜량이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고, 취향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 

저자 소개에는 이런 말이 나와있다.
"당연한 것에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불편한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생활태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여서 이 책에 더 기대가 생겼다. 

1부 내 삶 가까이에 있는 죽음에 대하여
2부 죽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의미에 대하여
3부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이렇게 총 3부로 나뉘어 있고, 그 안에는 각각에 맞는 소 주제를 가진 4-5가지 책과 영화에 대한이야기가 나온다. 그 책과 영화에서 연결되는 철학가와 철학이론에 대한 설명도 따로 나와있어서 이해하거나 정리하기에 좋았다.

- 죽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까> <자기 앞의 생>
-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어도 살아야 할까? <죽음의 수용소에서>
-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원더풀 라이프>
- 니체가 말한 이성적 자살이란 무엇일까? <내 삶의 의미>
-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까? <세상에 예쁜 것>

흥미롭게 읽은 책과 영화, 관심있었던 책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책과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만 나오는 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안에 있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어서 더 좋았다. 

"칼라니티가 말기 암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 되는 용기를 발휘한 덕분입니다. 고통을 이기는 것도 용기이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허무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회복 불가능한 쇠약한 모습을 넘어서서 내면의 소리에 따라 진짜 자기 자신을 창조해 낸 용기 말입니다. 그러한 창조는 용기와 사랑이 없으면 해낼 수 없습니다." _p.1250-126_ 숨결이 바람 될 때_

"프랭클은 의미를 '자아 초월 능력'이라고 하며, 이것이 인간을 자기 자신으로 살게 하는 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_p.132_ 죽음의 수용소에서_

"위버멘쉬 : 독일어로 '위버'는 '무엇을 넘어서'라는 뜻이고 '멘쉬'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을 넘어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자"이자, 현재의 인간 유형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유형인 '초인'으로, 위버멘쉬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며 자기 극복을 통한 자기 창조적 삶을 사는 자이다." _p.190_ 내 삶의 의미_

"니체에 의하면 이들은 더 오래 살게 해 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리지도 않고, 죽어서 천국에 가게 해 달라며 신에게 애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최고로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자들입니다. 삶에 대한 염증 때문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이성적 자살의 핵심입니다." _p.188_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꼼꼼히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죽음이던지는질문에어떻게답해야할까 #박연숙 #갈매나무 #책과영화 #책속의책 #책속의영화 #책과영화와철학 #책속의철학 #삶과죽음 #죽음의사색 #책추천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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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허췐펑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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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허췐펑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감상할 줄 모르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놓친다"


표지에는 고양이가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 있다. 요즘에는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검은 고양이의 뒷모습으로 그 표정이 궁금해진다.


비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감상이란, 여기서 말하는 감상은 어떤 장면에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 일듯하다.


하루하루 살다보면 소소한 많은 순간들이 지나가는데, 잠시 멈춰 서거나, 생각을 하면, 그 순간들이 나에게 평소와는 다르게, 또 새롭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는 원래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걱정들은 모두 나중에 생겨난 것입니다. 내면의 본질, 즉 걱정 없던 그 내면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매일 즐거운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_p.7_ 작가의 서문_


귀여운 표지를 보며 아름다운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심리적 성장과 자기 계발과 관련된 글을 주로 쓰는 작가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들려주고픈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처음에는 소설 읽듯이 앞에서부터 쭈욱 읽어나갔다. 며칠 뒤 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늦추어 하루에 한 두 개씩만 읽게 되었다. 그렇게 천천히 읽으면서 하루하루 내가 그 하루의 삶에 어떤 생각을 하며 보내면 좋을지 알아가고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난 정말 운이 좋아! 정말 감사해! 행복해! 감동적이야!', '난 할 수 있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긍정 에너지를 갖고 승리자의 태도를 갖추면 인생도 그렇게 따라간다." _p.36_


"다른 사람의 말이 내면의 아픔과 분노를 건드렸다면 똑같이 공격을 하거나 또는 방어나 변명을 하지 말고 그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 아픔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왜 이런 상처를 입었을까?' 그리고 내면을 들여다보자.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지? 내가 정말 저 사람 말처럼 그런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예민했나? 스스로 너무 자신이 없었나? 아니면 옛날의 어떤 상처를 건드렸나?'" _p.107_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글밥이 많은 책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벽돌책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이 시대에 조금이라도 글이 길어지면 내용을 어려워하고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읽고 싶다고 말은 해도 습관이 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1장 마음의 본질

2장 생각의 본질

3장 관계의 본질

4장 삶의 본질

5장 인생의 본질


이 책처럼 글이 길지 않고 간단 명료하게 하고자 하는 말이 전달되는 책으로 매일매일 부담스럽지 않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책이 예쁘니까 곁에 두는 것이 마음에 들 것이고, 하나의 내용이 2-3장 밖에 되지 않으니 (심지어 그 안에 한 페이지 정리까지 포함되어있다!) 좋지않을까?


아침에 읽으면 하루를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수있고, 저녁에 읽으면 내 하루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음을 기약할 수있을 것이다. 참고로 난 저녁에 읽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진중하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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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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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씨[HSP]가 섬세한 감성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편하게 사는 방법]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세상에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 있고, 다소 덜한 사람이 있다. 털털한 사람이 있고, 꼼꼼한 사람도 있다. 또 소심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대범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성향의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나는 예민+소심한 사람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도 긴장을 하고 있는 건 숨길수가 없어서 몸에서 세세한 통증으로 드러난다. 물론 그건 나만이 알 수 있는 현상이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목에 공감을 표시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긴장을 해서 지치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을테니까말이다. 신경을 써야하는 일이나 신경 쓰이는 일은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신경쓰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상황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너무" 신경쓰이는 일이 매일, 매 순간, 나에게 벌어진다면 어떨까? 과연 몸과 마음이 남아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전하는 '섬세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둔감해지고'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과는 정반대의 문제해결 방식입니다. 섬세한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운차게 살아가려면 오히려 섬세한 감성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_p.5_


이 책은 섬세씨 [HSP = 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섬세한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공감을 할 것이고, 다소 섬세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섬세한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만약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라며 고민하고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여러분이 가진 감각이 '없거나', '많지 않아서'인지도 모릅니다. 상대와 나의 차이를 알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받아들이세요. 그것이 편안한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_p.89_


섬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보다는 타인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 지치는 것이다. 자신을 조금 더 돌보는 연습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섬세한 사람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활력있게 살아가는 열쇠, 그것은 바로 자신의 본심인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_p.209_


섬세한 사람이든 덜 섬세한 사람이든, 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조언도 많이 나온다.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려면 불편한 상대는 확실히 싫다고 선을 긋고 멀리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좁히고 싫어하는 사람을 멀리한다. '싫다'는 감정이란 언뜻 보기에 부정적인 감정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긍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꾸지미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_p.102_


"충실감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일하는 조건

1. 바람 - 하고 싶은 일,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일

2. 강점 - 장기, 특기를 살려 잘할 수 있는 일

3. 환경 -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_p.183_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섬세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예상보다 섬세한 사람들의 처방전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섬세한 사람이어서 게다가 소심함까지 지니고 있는 사람이어서 더 많은 것을 원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섬세씨이기때문에 섬세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하며 다가오는 것이 강점인 책이다. 내가 섬세하기 때문에 힘들었던, 사실은 나도 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표지의 그림처럼, 책의 중간중간에 그림으로 상황 설명이 되어있는데 공감이 많이가고 이해가 잘 된다. 재미있다!


섬세한 본인과는 다르게 섬세하지 못한 상대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하고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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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각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가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해는 못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것은 그것대로 따뜻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_p.89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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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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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 맥스 글래드스턴 글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제목도 호기심을 끌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표지 그림이 매력적이었다. 어떤 걸 의미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시작한 책,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겉 표지를 벗겼을 때 나타난 속 표지. 와-. 그리고 내지에 있는 표지 그림과 그 오묘하게 매력적인 색체. 모든 것이 블루에서 레드로 레드에서 블루로 가는 색의 조합이었고, 그 사이에는 구름 같은, 실 같은 그런 모양이 보였다. 이 것은 필시 시간을 나타내는 타래의 모습이리라. 한편으로는 전쟁에 나선 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쓴 이 책. 그 작가는 아말 엘모흐타르, 그리고 맥스 글래드 스턴이다. 이 둘은 뭔가 평범하지 않다. 심지어 이 동갑내기 작가는 6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이 책의 초고에서 퇴고까지 이루어냈다.

"너에게

추신. 그래. 바로 너." _p.5_

처음에 이렇게 나와있다. 그리고 맨 뒤 감사의 말에는 서로 대화로 독자와 가족과 기타 등등 이 책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감사를 나눈다. 특이하다. 그리고 멋있다.

"멈추지 말고 읽으세요. 멈추지 말고 쓰세요. 멈추지 말고 싸우세요. 우리 모두 여기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_p.277_

ㅡㅡㅡ

블루와 레드는 서로 반대편에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적.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사용하며 전쟁을 승리로 일으키는 훌륭한 전사들이다. 이들이 부셔놓은 세계에 흔적을 남겨 놓기 시작하고 서로 편지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번엔 꽤 재미있었어. (...) '시간의 실'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혹시라도 살아남아 에이전시가 마련해 놓은 여러 미래를 헝클어뜨리는 자가 한 명도 없도록 이번 전투에서 전멸시켰으므로. 그 미래들은 에이전시가 지배하는 곳이자 레드 자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_9_

"승리를 거두었을 때, 다시 말해 언제나, 블루는 곧장 다음 일로 넘어간다. (...) 그녀는 전달 받은 명령에 따라 수완을 부리거나 잔혹성을 발휘하여 시간의 실 가닥들을 가지런히 빗거나 헝클어뜨린다." _p.21_

윽박지르기도 하고, 약 올리기도 하고, 건들이기도 하면서, 편지는 시작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보다듬어주고 서로에 대해서 (적에 대해서,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적의 삶에 대해서) 알아가는 그런 편지가 되어간다.

"'시간 가닥 233'의 아틀란티스는 같은 부류들 중에 가장 공격적인 장소는 아니었어. (...) 불완전한 체제는 부패하게 마련이야. 그래서 우리가 인간들에게 이상을 만들어 주는 거지. 변화 담당 요원들은 시간의 실을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쓸 만한 시간 가닥을 찾은 다음, 중요한 것은 보존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은 먼지로 사라지게 내버려 둬. 나중에 더 완벽한 미래의 씨앗을 위한 뿌리 덮개가 되도록." _p.87_

레드의 편지는 붉은 색으로, 블루의 편지는 파란색으로 나와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붉은색을 지칭하는 석류, 홍관조, 붉은 하늘.. 파란색을 지칭하는 무드 인디고, 청광석, 색상 코드 0000FF 등으로 부른다. 표현이 참 섬세해서 매력있다. 많은 문학작품들 속의 문장들을 차용하거나, 노래 가사의 구절들을 따오기도 해서 내가 그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았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했다.

"육체와 분리 되어 있는 너희 편의 관계망은 생각만 해도 혐오스럽지만, 그런데도 레드, 나는 너를 보면서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이따금 고립되고 싶은 욕망이, 타인 없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보이거든." _p.103_

이 책은 2020년 영미권 SF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경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영국 SF협회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휴고상을 잇달아 석권하며 주목을 받은 책이다.

광범위한 세계,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그리고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를 시간을 거쳐 들어간다.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 그리고 시간의 타래를 그로인한 미래를 바꿔놓는 이들. 형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 어떤 성에 구애를 받지 않는 듯한 생각이든다. (책에는 '그녀' 라고 나온다.)

SF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약간은 낯설은 것일지도 모르고, 내 머릿속이 너무 좁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광범위한 상상이 좀 부족해서 이 또한 아쉬웠다. 굉장하지만 내가 다 따라가 주지 못하는 듯한 그런 기분.

블루와 레드는 서로를 지켜주고 싶어한다. 적이지만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다. 사랑. 우정. 이들의 마음속의 진심.

옮긴이는 이 책의 내용을 '인류가 두 세력으로 나뉘어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히 먼 미래, 시간 전쟁을 수행하는 양 진영의 특수 기관에서 가장 훌륭한 요원 둘이 비밀리에 편지를 주고 받다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야기'(p.279)로 요약 한다.

왜 제목이 당신들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짐작한 것이 맞았다. 레드와 블루, 이 두 사람은 모두와 싸움을 했고, 결국은 이들이 사랑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옮긴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이 책은 '온 세상에 맞서는 단 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_p.281_

이제는 파란색으로 쓰여 있는 블루의 편지와 빨간색으로 쓰여 있는 레드의 편지만 따로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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