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 맥스 글래드스턴 글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제목도 호기심을 끌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표지 그림이 매력적이었다. 어떤 걸 의미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시작한 책,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겉 표지를 벗겼을 때 나타난 속 표지. 와-. 그리고 내지에 있는 표지 그림과 그 오묘하게 매력적인 색체. 모든 것이 블루에서 레드로 레드에서 블루로 가는 색의 조합이었고, 그 사이에는 구름 같은, 실 같은 그런 모양이 보였다. 이 것은 필시 시간을 나타내는 타래의 모습이리라. 한편으로는 전쟁에 나선 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쓴 이 책. 그 작가는 아말 엘모흐타르, 그리고 맥스 글래드 스턴이다. 이 둘은 뭔가 평범하지 않다. 심지어 이 동갑내기 작가는 6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이 책의 초고에서 퇴고까지 이루어냈다.

"너에게

추신. 그래. 바로 너." _p.5_

처음에 이렇게 나와있다. 그리고 맨 뒤 감사의 말에는 서로 대화로 독자와 가족과 기타 등등 이 책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감사를 나눈다. 특이하다. 그리고 멋있다.

"멈추지 말고 읽으세요. 멈추지 말고 쓰세요. 멈추지 말고 싸우세요. 우리 모두 여기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_p.277_

ㅡㅡㅡ

블루와 레드는 서로 반대편에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적.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사용하며 전쟁을 승리로 일으키는 훌륭한 전사들이다. 이들이 부셔놓은 세계에 흔적을 남겨 놓기 시작하고 서로 편지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번엔 꽤 재미있었어. (...) '시간의 실'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혹시라도 살아남아 에이전시가 마련해 놓은 여러 미래를 헝클어뜨리는 자가 한 명도 없도록 이번 전투에서 전멸시켰으므로. 그 미래들은 에이전시가 지배하는 곳이자 레드 자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_9_

"승리를 거두었을 때, 다시 말해 언제나, 블루는 곧장 다음 일로 넘어간다. (...) 그녀는 전달 받은 명령에 따라 수완을 부리거나 잔혹성을 발휘하여 시간의 실 가닥들을 가지런히 빗거나 헝클어뜨린다." _p.21_

윽박지르기도 하고, 약 올리기도 하고, 건들이기도 하면서, 편지는 시작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보다듬어주고 서로에 대해서 (적에 대해서,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적의 삶에 대해서) 알아가는 그런 편지가 되어간다.

"'시간 가닥 233'의 아틀란티스는 같은 부류들 중에 가장 공격적인 장소는 아니었어. (...) 불완전한 체제는 부패하게 마련이야. 그래서 우리가 인간들에게 이상을 만들어 주는 거지. 변화 담당 요원들은 시간의 실을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쓸 만한 시간 가닥을 찾은 다음, 중요한 것은 보존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은 먼지로 사라지게 내버려 둬. 나중에 더 완벽한 미래의 씨앗을 위한 뿌리 덮개가 되도록." _p.87_

레드의 편지는 붉은 색으로, 블루의 편지는 파란색으로 나와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붉은색을 지칭하는 석류, 홍관조, 붉은 하늘.. 파란색을 지칭하는 무드 인디고, 청광석, 색상 코드 0000FF 등으로 부른다. 표현이 참 섬세해서 매력있다. 많은 문학작품들 속의 문장들을 차용하거나, 노래 가사의 구절들을 따오기도 해서 내가 그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았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했다.

"육체와 분리 되어 있는 너희 편의 관계망은 생각만 해도 혐오스럽지만, 그런데도 레드, 나는 너를 보면서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이따금 고립되고 싶은 욕망이, 타인 없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보이거든." _p.103_

이 책은 2020년 영미권 SF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경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영국 SF협회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휴고상을 잇달아 석권하며 주목을 받은 책이다.

광범위한 세계,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그리고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를 시간을 거쳐 들어간다.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 그리고 시간의 타래를 그로인한 미래를 바꿔놓는 이들. 형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 어떤 성에 구애를 받지 않는 듯한 생각이든다. (책에는 '그녀' 라고 나온다.)

SF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약간은 낯설은 것일지도 모르고, 내 머릿속이 너무 좁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광범위한 상상이 좀 부족해서 이 또한 아쉬웠다. 굉장하지만 내가 다 따라가 주지 못하는 듯한 그런 기분.

블루와 레드는 서로를 지켜주고 싶어한다. 적이지만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다. 사랑. 우정. 이들의 마음속의 진심.

옮긴이는 이 책의 내용을 '인류가 두 세력으로 나뉘어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히 먼 미래, 시간 전쟁을 수행하는 양 진영의 특수 기관에서 가장 훌륭한 요원 둘이 비밀리에 편지를 주고 받다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야기'(p.279)로 요약 한다.

왜 제목이 당신들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짐작한 것이 맞았다. 레드와 블루, 이 두 사람은 모두와 싸움을 했고, 결국은 이들이 사랑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옮긴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이 책은 '온 세상에 맞서는 단 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_p.281_

이제는 파란색으로 쓰여 있는 블루의 편지와 빨간색으로 쓰여 있는 레드의 편지만 따로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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