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던 거야.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긴 주말 후 모든 것이 한결 나아졌다. 지난 주 내내 논문 관련하여 심리적인 압박감이 최절정에 다다랐던 것도 사실은 휴식이 부족해서였지 싶다. 그리고 우울했던 것도.

나는 내가 되도록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날그날의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주어진 과제에 몰두하고 한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우울은 상당 부분 치료될 수 있는 성질인 듯.

내일 저녁쯤에는 M에게 논문 경과 보고를 하고(어쩌면 직접 할 수도 있겠지)-그렇게 해야 M도 지도교수도 그나마 덜 당황할테니까-초고를 넘겨야겠다. 그리고 5월 중심까지는 마음 단단히 먹고(중간에 또 약해져서 연기시키지 않도록), 뛰어다닐 것, 7월 종심까지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 8월에는 중앙도서관에 파일 제출과 논문제본, 그리고 졸업.

나는 유학 때도 결국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거야. 라고 초등학생처럼 되새긴다. (자신감을 너무 많이 잃어버려서 모처럼 마음 먹고 '스스로' 칭찬!)

나는 용기를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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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 울었다. 

얼마 전 집에 들어오는 길 버스 안에서 울었던 이후로 다시 처음이다. 그때는 그냥 계속 살아나갈 자신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무섭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을 쏟았었다.

어떤 고시생이 '나는 총만 보면 내 대갈통에 쏴버리고 싶다고 지금 당장이라도!'라고 써놓은 글이 요즘은 자꾸만 내 얘기 같아서 당황스럽다.

다시 잘 생각해보니까 오늘 아침에 울었던 건 P가 보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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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보내는 연구실에서의 한밤인가 모르겠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니까 힘에 부친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워밍업하는 셈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P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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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모 블로그에 놀러 갔다가 무방비 상태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공격을 받았다. 공격을 받고 나서 벌써 한 삼 주가 족히 지나갔는데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어렸을 때의 기억은 강력한 힘을 갖고 평생을 지배하는 것이 분명하다. P가 사준 아이팟을 뒤져보니 이 곡이 마침 Mitsuko Uchida의 앨범으로 들어있다. 그래서 간만에 받은 충격을 십분 활용으로 모자라 재탕 삼탕 우려먹으며 음미하고 있는 와중이다.

아직도 그 블로그를 클릭했을 때 들려오던 초반부 몇 초의 충격이 생생하다. 2001년 5월 정기 연주회 때 이후 처음 들은 셈이니까 거의 일곱 해가 흘러갔는데도, 듣는 순간 바로 연주회 연습하던 때로 시간이 역행하였다. 1학년 때에 동아리 활동을 접다시피 했고 2학년 올라가면서 뒤늦게 동기들과 합류하니까 실력이 이만저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어서 정말 열심히 따라간다고 했는데도 세컨 바이올린 맨 뒷줄이 내 자리였다.

모차르트 피협이랑 라벨의 파반느도 그때 이어서 연주했었는데 반짝이는 플룻을 들고 언제나 예쁘게 앉아 있던 동기 H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작년에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주류파라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반포동까지 갔다왔다.) 피아노는 의대 본과 재학중이었던 이름도 기억 안나는 선배 언니가 쳤는데, 완전히 마른 몸매에도 불구하고 강단이 있었다. 동기들과도 워낙 서먹하게 지냈으므로 한참 위의 바쁜 선배와 몇 마디 나눌 기회도 없었지만, 말없는 이 여자 선배가 나에게 한번은 제대로 격려의 말마디를 모차르트 피협 협연하듯 아름답게 날린 적이 있다.

"하마야(내 본명은 물론 따로 있다), 이 글 네가 쓴 거 맞지? 대부분 그냥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얘기를 쓰는데 너는 여기에 네 생각이 보이는 글을 쓰더라."(그리고 나서 그 선배는 이어서 말도 하지 않고 조금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일어났다.)

나로 말하자면 악기도 잘 못하고(연주는 못하는데 악기는 참 좋다고 선배들이 다 그랬었다.) 항상 존재감 없이 연습실을 오르락 내리락하던 때였는데, 선배의 이 말 한 마디가 큰 격려가 되었는지, 이후로 정기연주회 때까지 연습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었다.

곧 다가올 기말고사와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지만 힘들면서도 보람이 있었다. 이때 탄력을 많이 받아서 여름방학에는 음악 캠프에까지 참여하고 오디션까지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오디션 때 선택곡-비발디의 '화성에의 영감'-이 H군이랑 겹쳐서 비교 당하고 망신살 제대로 뻗쳤지만.)

지금 다시 들으면서 새삼 곡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물론 가장 귀에 들어와 박히는 것은 세컨 바이올린 소리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선배가 이렇게 연주했던거야, 되새기면서 들으니까 몹쓸 충격도 갈수록 기분좋은 익숙함이 된다.

그런데 동아리의 날적이에 썼던 글들은 다시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가 새벽에 동아리방에 올라가서 내가 쓴 글이 있는 페이지들은 모두 찢어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라고 하면 더 흥미롭겠지만 내가 이듬해에 유학가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선배는 생각이 보이는 글이라고 말했지만 분명히 읽고 나면 사람 우울해지는 글이었을 거다. 나는 다행히도 이제 그런 글쓰던 시절에서 벗어나서 아침에 시간되면 일어나고 밤에도 잘 잔다.

선배는 지금쯤 전공의가 되어있겠지. 여전히 계속 피아노도 치고 있을 것 같다. 길가다가 바로 앞에서 마주쳐도 못알아볼 것이다.

자꾸만 공부가 하기 싫어져서 마음 속의 걱정이 쌓이던 차에, 평생 공부하면서 살겠다고 작정하고 책상에 달라붙던 시절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어서 용기가 생긴다. 아주 조금은 순수한 마음이 된 것 같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그 선배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그렇게 예쁘고 말이 적은 여성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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