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노력해도 L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2006년 여름 언저리 아니면 그보다도 훨씬 전이겠지. (예당에서는 2006년 1월에 발레 갈라 공연을 다른 사람 아닌 L이랑 봤었다.) 공연시작 전에 늦지 않고 도착한 L과 함께 2층 좌석으로 올라가 나란히 앉았다.

이상하게도 클래식 공연을 직접 가서 볼 때면 음악보다는 다른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연주자 자체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 가령 알렉상드르 타로의 경우 그다지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신체 조건(팔이 불필요하게 긴 것 같다)으로도 오히려 독특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거나 하는 거다. 다른 예로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 minor 의 경우 언제 봐도 바이올리니스트의 담력에 경탄하고 마는 거, 어쨌든 자꾸 이런저런 상상.(어제는 임동혁이 차를 몰고 시속 250킬로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상상을 했다.)

임동혁은 좋아하는 것을 저 정도로 잘하니,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도 잘살 수 있는 거야라고 혼자 되뇌였다. 콩쿠르에서의 입상 거부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 같다. 그런 수상 없이도 잘살 수 있을테니까. 굳이 자기 가치관을 희생할 필요도 없었겠지.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주 잘하고 싶다. 평판을 위한 평판에 구속되지 않고. 거기에 내가 원할 때면 언제라도 P를 보러 가는 거다.(P가 세게 안아줄 수 있게.)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거 참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각색 같다. 흑.

L은 올가을 결혼한다고 했다. 행복하게 잘살기를 바란다.

PS :

1)어제 임동혁 연주 중에는 샤콘느(바흐-부조니)가 가장 맘에 들었다. 2)임동혁은 피아노와 한몸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 같았다. 3)다음에 오면 또 가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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