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철학 공부 - 소크라테스부터 쇼펜하우어와 니체까지 형이상학부터 유머의 철학까지 세상의 모든 철학 지식 인생처음 공부시리즈 1
폴 클라인먼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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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 클라인먼Paul Kleinman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예술 및 커뮤니케이션 아트의 라디오·텔레비전·영화 부문 전공 후 TV 방송 작가 겸 스토리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았고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철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교양 지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공 및 활동 분야와 철학 입문서와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대중 교양서라지만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대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답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 입문서를 썼다고 하기에 일단 의심을 거두고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철학의 풍경을 바꾼 거인들>에선 철학사에 중요한 인물들의 생애와 작업을 간략하게 전달한다. 2부 <세상을 이해하는 위대한 생각들>에선 철학이 다루는 여러 주제들을 소개한다. 3부 <철학사를 빛낸 난제들>은 이름 그대로 현재까지도 토론이 끊이지 않는 흥미로운 난제들을 다룬다.



‘미국에서 출간 후 10년 넘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라는 소개처럼 철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입문서다. 특히 현 시대의 사는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질문들을 다룬 3부가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긴 사소한 궁금증. 애초에 입문서로 나온 것이라 원서에도 주석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어판 편집에서 제외한 것인지 궁금하다. 워낙 중요한 인물들과 작업을 인용하고 있어서 원 저작 리스트를 정리해서 모아두었을 법한데 따로 실려있지 않아서 의아했다.

주석 대신 뒤에 부록처럼 실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철학 추천 도서’가 그야말로 입문서로서의 역할에 마침표를 찍는다. 한국어 번역판 도서 목록을 정리해 두어서 심도 깊은 공부를 이어나가고픈 독자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다만 이것 또한 원서에 실린 참고도서를 보기 편하게 바꿔 실은 것인지, 아니면 편집부에서 모아 실은 것인지, 아니면 옮긴이가 실은 것인지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 책은 미국 Adams Media의 Adams 101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원서는 2013년도에 출간되었다. 한국어로는 정확히 10년 만에 소개되는 책이다. 뒷날개를 보니 현대지성에서 이 시리즈를 차례대로 출간할 예정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Adams 101 시리즈 목록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미리 살펴보아도 좋을 것 같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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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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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것부터 알려주고 시작하고 싶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선 소설로 분류해놓은 곳도 있다. 혹여나 소설로 착각하고 책을 집어 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프랑스 고전, 외국 에세이라는 분류만으로는 이 책을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고전도 맞고 에세이라는 것도 맞지만, 아무튼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로 요약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에 대해선 딱 시사 상식 퀴즈의 정답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히 알고 있었다. ‘프랑스 문단의 비주류였지만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부조리를 작품의 주요 주제도 삼았고 비운의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가 정보의 전부였다. 현대인의 교양 한 조각으로 자리 잡았을  뿐인 카뮈의 다소 난해한 에세이를 나는 어쩌다 마주하게 되었는가.




  “카뮈의 작품 세계는 부조리, 반항, 사랑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요약된다."라는 출판사 소개를 보고 흥미가 발동했다. 부조리에 관한 작품으로는 소설 『이방인』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도 그에 속하고, 반항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페스트』와 에세이 『반항인』이 속한다는 글을 읽고 카뮈에 대해서는 일부분 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는 주제 중에 ‘반항’이라는 키워드가 있다는 것이 생소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정말이지 서문부터 만만치 않았다. 미리 보기로 읽어보고는 쉽지 않은 독서가 될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독서 경험은 물론 짜릿하지만 가끔 속도에 지쳐서(?) 템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이해해야 하는 책도 가끔 생각나는 법. 어려울 것 같았지만 다음으로 미루기엔 서문이 매력적이었기에 도전해 보자 마음 먹었다.




  나와 같은 독자의 마음을 배려한 것인지 이 책은 초장부터 옮긴이의 말로 시작한다. 작가에 대해, 『반항인』에 대해, 87년 초판 이후 93년에 이어 두 번째 번역 개정판에 대해 옮긴이가 먼저 가이드를 제시한다. 카뮈가 가장 사랑한 책이자 20세기 유럽 지식인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문제작을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까? 거칠게 요약하자면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 비판서이자 제목처럼 서구 저항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만 읽어서는 요약이 어려워서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일부를 나열하고자 한다. 제1장 반항인에서는 반항인 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태동하는지를, 제2장 형이상학적 반항에서는 사드와 니체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허무주의를, 제3장 역사적 반항에서는 프랑스 혁명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혁명들의 역사에 대해, 제4장 반항과 예술에서는 예술이 지닌 반항의 가능성을, 제5장 정오의 사상에서는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인에서 벗어나 생의 운동인 반항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며 마치고 있다.



  이어서 3개의 인터뷰, 옮긴이의 해제가 실려있다. 책이 너무 어려웠다면 해제가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시작부터 노예와 살인이 등장하고 형이상학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릿속이 뿌예지기 시작했다. 카뮈가 언급하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철학자들과 주요 철학 개념들, 인용한 문학 작품들도 읽어본 게 없어서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겉핥기로만 독서를 마친 기분이다. 사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한 권을 읽고 방대한 숙제를 떠안은 느낌이 든다. 근데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조심스레 펼쳐나간 『반항인』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카뮈가 펼친 지도를 더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추천하고픈 독자


알베르 카뮈의 팬으로 전 작품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 사람


주변으로부터 반동분자 기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 사람


반항인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를 알고 싶은 사람


함께 머리 싸매고 읽을 골치 아픈 책을 찾고 있는 독서모임 리더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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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
마리아네 코흐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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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년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띠지를 보자마자 눈에 띈 건 저자의 나이였다. 92세에 현역이라니. 내 주변에선 그런 인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감탄하던 순간, 문득 익숙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방송인 송해였다. 돌아가실 때 나이가 96세였다고 한다. 꼿꼿한 자세와 힘찬 목소리, 밝은 웃음, 무대 위에서 출연자들과 어울리던 특유의 유머 감각이 떠올랐다.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가면 몸도 마음도 건강한 노년을 맞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저자의 이력과 독일이라는 조건

저자 마리아네 코흐의 이력이 독특하다. 의대에 진학했으나 영화 출연을 계기로 쭉 배우로 활동하다 마흔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의사의 꿈을 이뤘다. 지금은 작가이자 의학 전문 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배움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도전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독일의 교육 및 노동 환경도 저자의 건강한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멈추지 말 것!

책에서는 반복해서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뼈 건강을 생각한 식생활과 근력을 유지시킬 운동은 당연히 필수다. 칼슘과 비타민D가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햇빛을 쬐는 산책과 더불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양질의 식사를 더하면 영양과 운동 모두를 챙길 수 있다. 간과하기 쉬운 노년의 외로움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 구성원―자신보다 젊은 세대의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면 일방적인 돌봄 관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이 되는 것

자기 자신의 능력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나와 남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은 나이가 들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소원, 관심사, 애호하는 것들을 적어서 정리해 보는 것이 제안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을 읽고는 굳이 은퇴 후의 과제로 남겨둘 필요 없이 지금부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행복한 젊은이가 행복한 노인이 된다.



남은 것은 꾸준한 실천

읽고 나서 ‘뭐야 다 아는 얘기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상식처럼 알려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한편 ‘알면 뭐 하나, 알면서도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떠올려보면 역시 실천이 제일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장 간단해 보이는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다. 모든 게 차고 넘치는 지금 시대에 미니멀 라이프가 보기보다 쉽지 않은 실천인 것처럼.



요점만 파악하고 싶다면 발췌독을 추천

대중서에 걸맞게 복잡한 설명은 최대한 줄이고 간단한 설명 뒤에 Q&A 식으로 자주 묻는 질문과 저자의 답을 실었다. 불릿으로 리스트를 제공하는 페이지도 많아서 필요한 내용을 바로 찾아보기 좋다. 좀 더 경제적인 독서를 원한다면 리스트로 정리된 요약을 중심으로 살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추천하고픈 독자

노년의 건강한 삶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해지는 사람

행복한 노년의 비결을 미리 알아보고 싶은 사람

함께 나이 들어갈 가족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나누고 싶은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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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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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로 시작한 뇌 최적화, 뇌 건강에 대한 나의 관심이 뇌 건강을 위한 운동에까지 미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직접 경험하고 발견한 운동의 힘을 전한다는 책 소개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은 의학 서적이 아닌 자기계발서라고 분명히 밝히고 시작한다. 뇌과학 분야의 과학서지만 건강에세이로도 분류되는 만큼 읽기 어렵지 않다. 책에서 저자 자신과 실험 참여자들의 운동 전후 변화를 만나볼 수 있지만 그 과정보단 결과를 중심으로 운동이 뇌 건강에 미치는 효과, 운동의 필요성, 최적의 운동법을 알리는데 더 집중한다.


 


  관심사가 생기면 비슷한 범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는 편이기에 최신 연구 결과가 전하는 뇌에 얽힌 새로운 사실과 치매 예방을 위한 실천지침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사전 정보가 있는 상태였다. 뇌의 각 부위별 역할과 호르몬의 작용에 대한 부분은 복습하는 시간이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다른 뇌과학 책,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들과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은 구체적인 운동 플랜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후반부에 운동 동작 예시 사진을 넣어 독자들이 스스로 동작을 익힐 수 있게 했다. 텍스트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시각 자료를 첨부한 점은 훌륭하지만 요즘처럼 숏폼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라면 이를 사진보다 영상으로 제공하는 편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운동과 담쌓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아주 작은 시작으로도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 같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지속을 위해선 계획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점, 그리고 타인과 함께 하는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외부 활동 제약이 풀리면서 그간 하기 어려웠던 스포츠에 대한 갈증이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걷고 뛰고 오르게 하는 것 같다. 운동 기록을 공유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도 주며 동기부여를 해주는 운동 앱도 다양해서 요샌 자발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집중력에 미치는 악영향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운동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도구를 잘 활용하면 좀 더 즐겁게 운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낮에 가볍게 걷기부터 시작해서 저녁에 인터벌 달리기도 처음 시도해 봤다. 비 오는 날엔 요가 매트를 펼치고 거실에서 동작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저녁 산책 인파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분들도 쉽고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 작은 움직임부터 실천해 보시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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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 평범한 우리가 경험한 글쓰기의 위대한 힘
이윤지 외 지음 / 봄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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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책만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출근의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하루를 쏟아 새로운 이야기와 지식에 빠지는 시간은 꿈만 같았다. 그러나 글로 정리하지 않은 시간은 머지 않아 꿈처럼 잊혀졌다. 읽느라 몰두한 시간이 무색하게 책 내용은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지는게 아쉬웠다. 습관처럼 책장을 넘기면서도 ‘이게 아닌데’라는 찜찜한 감정이 계속 쌓여갔다. 



  근래 읽은 책 중에 자기계발서가 많았다. 성공을 자처하는 저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부분이 있었다. 많은 책을 읽어라,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을 반드시 정리해라,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비로소 삶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꾸준히 읽고는 있었지만 내용을 정리하고 실천하는 단계는 편의상(이라 쓰고 사실은 귀찮아서) 생략하고 지내왔다. 책을 읽고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저 한량 책벌레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최근에야 실감했다. 읽는게 전부가 아니었다. 나에겐 정리가 필요했다.



  정리의 필요성을 자각한 후 내가 이어서 선택한 것은 바로 글쓰는 법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어떻게든 글쓰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 책을 읽는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진실은 외면하고 또 책만 읽었다. 글의 핵심만 요약하는 법, 서평 쓰는 법, 한글 맞춤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래서 이 책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이름도 생소한 아홉 명의 평범했던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스스로 이루어냈다는 소개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타고난 글쓰기의 천재가 아닌 일반인들의 글쓰는 얘기가 담겨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내용도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은 크게 3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내 삶이 글을 찾아간 순간은 직업도 나이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달랐던 저자들이 어쩌다 펜을 들기 시작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2장. 내 일에 글이 더해진 순간은 글쓰기를 시작하며 일터와 일상에서 포착한 작은 변화를 담고 있다. 3장. 내 글이 삶을 바꾸는 순간은 글쓰기를 통해 맞이한 새로운 삶에 대해 말한다. 부록. 당신도 할 수 있는 글쓰기는 Q&A 형식으로 글쓰기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들(글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글 쓸 시간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글이 안 써질 때는 어떡해야 하는지, 퇴고하는 법 등)을 간략하게 안내하고 있다.




  저자들은 삶이 막다른 길에 처했다고 느낀 순간, 하소연 할 곳 없는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글쓰기라면 치를 떨었던 이과생 출신과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워보지 않아 차마 글 쓸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사람, 육아에 치여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사람들도 결국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펜을 들었다. 소원 돌멩이를 쌓아가듯 하나 둘 글쓰기를 이어나가며 지친 마음도 회복하고 작가라는 새로운 기회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글감을 주거나 기술적인 글쓰기 가이드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글쓰기로 삶의 변화를 일군 사람들의 솔직한 얘기를 모은 책이다.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감히 글을 써도 괜찮을까? 내 주제에 무슨 글을 쓰겠어? 따위의 생각에 사로잡혀 글쓰기라는 비상구를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다정하게 손짓하는 책이다.



  스스로의 자질을 의심하거나 낮은 자존감으로 주저하는 이들에게 저자들은 누구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처럼 “글로 옮기지 못할 삶은 없다”고 말한다. 각자의 삶은 저마다 특별하고 소중하므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당신만의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당장 작가가 되고픈 사람이든, 그저 막연하게 글을 써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이든 글을 쓸 용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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