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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인 ㅣ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평점 :

일단 이것부터 알려주고 시작하고 싶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선 소설로 분류해놓은 곳도 있다. 혹여나 소설로 착각하고 책을 집어 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프랑스 고전, 외국 에세이라는 분류만으로는 이 책을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고전도 맞고 에세이라는 것도 맞지만, 아무튼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로 요약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에 대해선 딱 시사 상식 퀴즈의 정답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히 알고 있었다. ‘프랑스 문단의 비주류였지만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부조리를 작품의 주요 주제도 삼았고 비운의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가 정보의 전부였다. 현대인의 교양 한 조각으로 자리 잡았을 뿐인 카뮈의 다소 난해한 에세이를 나는 어쩌다 마주하게 되었는가.
“카뮈의 작품 세계는 부조리, 반항, 사랑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요약된다."라는 출판사 소개를 보고 흥미가 발동했다. 부조리에 관한 작품으로는 소설 『이방인』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도 그에 속하고, 반항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페스트』와 에세이 『반항인』이 속한다는 글을 읽고 카뮈에 대해서는 일부분 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는 주제 중에 ‘반항’이라는 키워드가 있다는 것이 생소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정말이지 서문부터 만만치 않았다. 미리 보기로 읽어보고는 쉽지 않은 독서가 될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독서 경험은 물론 짜릿하지만 가끔 속도에 지쳐서(?) 템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이해해야 하는 책도 가끔 생각나는 법. 어려울 것 같았지만 다음으로 미루기엔 서문이 매력적이었기에 도전해 보자 마음 먹었다.
나와 같은 독자의 마음을 배려한 것인지 이 책은 초장부터 옮긴이의 말로 시작한다. 작가에 대해, 『반항인』에 대해, 87년 초판 이후 93년에 이어 두 번째 번역 개정판에 대해 옮긴이가 먼저 가이드를 제시한다. 카뮈가 가장 사랑한 책이자 20세기 유럽 지식인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문제작을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까? 거칠게 요약하자면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 비판서이자 제목처럼 서구 저항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만 읽어서는 요약이 어려워서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일부를 나열하고자 한다. 제1장 반항인에서는 반항인 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태동하는지를, 제2장 형이상학적 반항에서는 사드와 니체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허무주의를, 제3장 역사적 반항에서는 프랑스 혁명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혁명들의 역사에 대해, 제4장 반항과 예술에서는 예술이 지닌 반항의 가능성을, 제5장 정오의 사상에서는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인에서 벗어나 생의 운동인 반항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며 마치고 있다.
이어서 3개의 인터뷰, 옮긴이의 해제가 실려있다. 책이 너무 어려웠다면 해제가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시작부터 노예와 살인이 등장하고 형이상학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릿속이 뿌예지기 시작했다. 카뮈가 언급하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철학자들과 주요 철학 개념들, 인용한 문학 작품들도 읽어본 게 없어서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겉핥기로만 독서를 마친 기분이다. 사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한 권을 읽고 방대한 숙제를 떠안은 느낌이 든다. 근데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조심스레 펼쳐나간 『반항인』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카뮈가 펼친 지도를 더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추천하고픈 독자
알베르 카뮈의 팬으로 전 작품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 사람
주변으로부터 반동분자 기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 사람
반항인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를 알고 싶은 사람
함께 머리 싸매고 읽을 골치 아픈 책을 찾고 있는 독서모임 리더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