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웨이 -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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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리처드 홀먼Richard Holman은 작가, 강연가, 크리에이티브 코치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워너브라더스, 아이맥스, 펭귄랜덤하우스, BBC 등 세계 각지에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아티스트, 작가,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이야기 나누는 팟캐스트 채널 <The Wind Thieved Hat>을 운영하고 있다.




나도 이런 내가 피곤해!


  이 책은 그간 저자가 보고 듣고 읽고 접한 골치 아픈 창조적(?) 악마들을 10가지 유형으로 설명하고 그들을 물리치고 창조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창조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오로지 예술가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단 예술 작업 뿐만 아니라 자기만 볼 일기 한 줄, SNS에 남길 한 마디 감상조차 시선을 의식하며 자기 검열의 날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Creative Demons? 창조적 악마?


창작자의 의욕을 갉아먹는 ‘악마’같은 존재에게 ‘창조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흥미롭다. 창조의 불꽃이 반짝 빛날 때만 깜짝 등장하는 존재에게 어울릴 만한 꾸밈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훼방 수법의 다양함이 실로 창조적이라는 말 밖에 설명할 길 없을 정도로 고약하기에 붙인 반어적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빌런 없는 히어로는 무슨 재미


  끊임없이 창작자의 발목을 붙잡는 악마들이 하필 창작의 순간에만 등장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름처럼 다양한 가면을 돌려가며 창의적으로 창작자를 괴롭힌다는 점에서 ‘창조적인 악마’라는 이름이 퍽 어울린다. 여름밤 귓가를 맴도는 보이지 않는 한 마리 모기처럼 성가시지만 그 덕에 여름을 상기하는 것처럼 창조적 악마라는 건 창조 행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죽이지는 말고 길들여보자


   저자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언젠가 이 악마를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큰 고난 없이 곧장 성공 가도를 달려온 것 같은 위대한 거장들도 저마다 방해꾼의 목소리를 극복하며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왕 반드시 맞닥뜨릴 존재라면 슬기롭게 잘 길들여서 깐깐한 조력자로 써보자고 설득한다.




제목을 보고 떠오른 것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가 떠올랐다. (원제:The Artist’s Way: A Spiritual Path to Higher Creativity(1992년))로 예비 창작자라면 한 번쯤 추천 받았거나 읽어보았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판은 2012년에 나왔고 현재 절판되었지만 예술 전공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널리 알려진 책이다. 슬럼프에 빠진 창작자들에게 서로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창조성 회복 프로그램 강의노트에서 비롯한 12주간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 훈련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크리에이티브 웨이』는 『아티스트 웨이』와 같은 워크북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을 의식하여 지은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표지 하단에 적힌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를 위한 창조력 회복 비법서’라는 말도 ‘창조성 회복 워크숍’을 연상시킨다.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이라는 부제 또한 2023년을 뜨겁게 달군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떠올린다. 여러모로 전략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쁘다기보다 그만큼 타깃 독자가 어떤 것에 익숙할 지 고민한 흔적으로 받아들였다.




아멘 브레이크와 감자 예수


  개인적으로 도둑질의 악마에서 언급한 아멘 브레이크 Amen Break가 반가웠다. 정글/드럼앤베이스 팬으로 이 비트가 가진 상징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이것을 연주한 밴드의 드러머는 이 창작물을 통한 어떠한 저작권료도 받지 못했고(책에는 단 한 푼의 로열티도 받지 않았다고 썼지만) 홈리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는 누락된 점이 아쉬웠다. 기꺼이 쓰라고 흔쾌히 프리 소스로 푼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사연이 알려진 후 모금을 통해 밴드의 다른 멤버가 보상을 받긴 했지만 기여한 곡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보상이었다. 당시의 저작권 의식은 안타깝지만 여전히 이 6초에 얼마나 많은 곡이 빚지고 있는지는 구태여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잊혔지만 감자 예수 사례 또한 당시 세간의 화제였다. 사건의 심각성 때문에 화제였다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자아냈던 걸로 기억한다. 저자는 실패의 악마를 언급한 장에서 끝내 예수상을 원상 복귀하진 못했지만 그 지역 관광객이 늘어 잘 됐다는 식으로 해석했지만 나는 비난 여론에 살이 17킬로그램이나 빠지고 그 뒤로 종적을 감춘 여성의 삶은 뒷전인 듯한 서술이 조금 못마땅했다. 




  실력 없이 의욕만 앞선 아마추어의 실패 사례가 창작자의 실패 극복 사례로 적합한가? 어쨌든 지역 사회에 기여했으니 개인은 욕먹었을지언정 잘 된 거라는 의미인가? 사실 이 부분은 내내 농담조여서 우스개인가 보다 하며 읽긴 했으나 이것이 정말 창작자 개인에게 전화위복인 사례인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내가 언급한 두 사례로 이 책 전체의 의도를 오해하는 이는 없길 바란다. 두 가지는 개인적으로 떠오른 바가 있어 적은 것이고 다른 부분에선 침착하게 악마들을 분석하고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매 장 새로 시작할 때마다 ‘OO의 악마를 무찌르는 법’이라고 장식했지만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이 악마들을 죽이고 없애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저자가 나가는 장에서 정확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문단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 책의 성격을 요약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완전히 적절하지는 않은 듯 하다.

‘창조적 악마와 그들을 죽이는 법’(이 책의 원제)이라는 제목보다는 ‘창조적 악마, 이전에는 몰랐지만 당신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너무나 중요해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인 악마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더 정확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웨이』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현대지성, 2024) p.203


  내면의 감시자는 비단 창작자 뿐만 아니라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면 방해의 목소리가 좀 더 클 것이고 창작욕보다 불안이 더 크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저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이 악마의 목소리에 휘둘려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 




  책에서 다루지 않은 창조성의 마지막 악마는 후회의 악마다. 후회의 악마는 깐깐한 비판자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물귀신에 가깝다. 방해하는 악마에 압도당해 포기한다면 채워지지 않은 창조의 빈 자리엔 후회의 악마가 자리 잡는다. 얼마나 지독한지 다른 악마들은 구태여 제 역할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가장 두려운 악마를 품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시작해야만 하는 사람, 새로운 시도 앞에서 주춤하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본문에서 언급한 도서 목록


​존 스타인 벡 『분노의 포도』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안드레 애치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레너드 믈로디노프 『유연한 사고의 힘』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매슈 사이드 『다이버시티 파워』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

힐러리 맨틀 『울프 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나의 투쟁』

케이트 템페스 『온 커넥션』




추천하고픈 사람


오늘도 할 일을 미루고 이 리뷰를 보고만 사람

자기 의심과 자기 비판의 감옥에 갇힌 사람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하찮게 느껴져 폐기하기를 반복하는 사람

남들 크리틱은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정작 자신은 슬럼프에 빠진 창작자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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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제국의 탄생 - 무명의 언더독에서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의 20년 비하인드 히스토리
마크 버겐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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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영어 사용자가 아니라면 뉴스를 통해 접한 유튜브의 창업자, 역대 CEO의 이름 말고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상당수가 생소할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을 가장 잘 아는 기자’라고 인정 받는 한 남자가 유튜브의 역사를 함께 한 사람들, 논란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격동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던 인물들을 소환한다.



책은 유튜브 내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도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을 어떤 총격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범하게 연대별로 플랫폼의 성장 과정을 담았으리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긴 독자를 사건의 정중앙에 바로 꽂아 넣는 시작이 얼떨떨했고 흥미진진했다. 마치 범죄 영화의 도입부 같은 출발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버겐은 2010년부터 구글의 모든 것을 취재해 온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다. 제법 신랄한 어조로 유튜브의 태동부터 우당탕탕 좌충우돌(수준으로 귀엽고 상큼하게 포장할 수 없을 수준이지만) 결코 순탄치 않았던 지난 20년 간 유튜브를 둘러싼 사회 문제들, 크리에이터들과의 갈등, 내부인들만 알음알음 알았던 비화 등 온갖 시행착오 과정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프롤로그 이후의 서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 같은 구석이 있다. 비약적인 성장 자체도 놀랍지만 사건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과정도 기막힌(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함) 구석이 가득하다. 냉정을 유지하며 읽고 싶어도 ‘도대체 누가 나서서 책임 좀 지라고!’ 답답함에 속이 끓어오르기도 하고 키즈 유튜브에서 일어난 문제들에선 미간이 펴질 새가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지독한 골칫덩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영어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몇몇 이슈들이 나에겐 처음 듣는 얘기여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해서 ‘같은’ 유튜브 이용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밀에 부치는 인공지능 기술을 제어하는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한 채 전 세계의 유튜브 이용자들이 그저 편리하게 소비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새삼 기이했다. 소비자들이 항상 기업의 내막을 검토하고 소비할 의무는 없지만 유튜브가 2020년대 사람들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정도를 상기하면 그간 정보를 접하는 창구에 많이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이슈들은 국내에도 꾸준히 보도되었기에 이어지는 #미투 운동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폭발적인 시청 시간 성장(한국에서는 달고나 커피 붐이 있었다.)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친숙하게 다가왔다. 책의 중후반부는 2010년대 후반을 통과하면서 각종 소셜미디어들이 맞닥뜨린 부작용 중 하나인 극우 유저들의 부상과 선동을 위해 조작된 가짜 뉴스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어와 지역 설정에 따라 그리고 국가별 규제 정책에 따라 유튜브를 이용하는 전 세계의 이용자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영상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하루에서 쉴 새 없이 업로드 되는 어마어마한 영상물과 하루 1억 시간에 달하는 시청 시간을 생각하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도대체 이렇게 커버린 플랫폼을 도대체 누가, 어떤 원칙을 토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재정적 타격을 주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서는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는 점을 슬쩍 흘리기도 한다. 수전 워치츠키가 한 회의에서 직원이 던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딱 한 마디 “규제요.”라고 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견제가 없었다면 모든 것은 오디언스가 알아서 선택한다고 방관하던 유튜브가 자신의 영향력과 책임을 깨닫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앞으로 인류의 기억 보관소를 더욱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자료 출처를 언급하는 장에서 저자는 책에 등장한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며 유튜브 역사를 함께 한 3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직접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 대변인을 통해서라도 철저한 사실 확인을 거쳤음을 명확히 언급한다.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라 성실히 저술했음을 밝힌 부분에서 설마 이 내용도 과장되거나 왜곡된 건 아니겠지 우려하는 의심 많은 독자를 안심시킨다.


책은 떠들썩한 연대기를 속도감 있게 펼친 후 미련 없이 막을 내린다. 정신없이 달려온 영화 한 편이 강렬한 여운을 남긴 채 엔딩크레딧을 띄운다. 상업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을 조명하거나 갑자기 심오한 질문을 툭 던지며 마무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읽고 나서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기에 더더욱 골치가 아팠다. 그럼에도 일단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어떤 정신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 AI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영상들을 어떤 마음으로 시청해야 하는지 앞으로 좀 더 의식하며 정보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콘텐츠를 밥 친구 삼아 끼고 사는 현대인이라면 필수 교양으로 권하고 싶다.



<추천하고픈 사람>
유튜브 계정이 있는 사람
쇼츠 보다가 뜬 눈으로 밤을 샌 적 있는 사람
아이들의 영상 중독을 우려하는 양육자
가짜 뉴스가 진절머리 나는 사람
부업으로 유튜버를 고민하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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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표현법 - 1초 만에 생각을 언어화하는 표현력 트레이닝
아라키 슌야 지음, 신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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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아라키 슌야는 일본 1위의 광고 회사 ‘덴츠’의 2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이자 지금까지 20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숱한 광고상을 수상한 베테랑이다. 광고 분야 외에도 이벤트 콘셉트 기획과 기업 브랜딩을 지원하고 매년 대학에서 카피 라이팅 및 아이디어 발상 강의도 하고 있다. 



카피라이터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결정적 한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잘 만든 카피 하나가 매출 증진뿐만 아니라 혁신을 꾀하는 기업의 이미지 변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인도 각 세대별로 속담처럼 각인된 광고 카피들이 하나쯤은 있으리라.



한국의 카피라이터들이 쓴 책도 읽어본 적 있다. 그중엔 아이디어 형성에 영향을 미친 인생 책을 다룬 에세이, 영감을 주는 사물, 장소 등을 다룬 에세이가 많았다. 일본의 네임드 카피라이터가 쓴 이 책은 아이디어 창고 대공개 에세이가 아니라 제목처럼 표현법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초 만에 생각을 언어화하는 표현력 트레이닝'이라는 부제처럼 표현력을 향상시키길 원하는 독자를 위한 워크북에 가깝다. 저자는 화술에 관한 책을 읽어도 표현력은 향상되지 않는다는 말로 서문을 시작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자기계발서 중 화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책들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며 자신의 언어로 '전달법'과 '표현법'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저자가 1단계라고 명시한 '무엇을 말할 것인가'이다. 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는 둘째치고 일단 독창적인 아이디어부터 나오지 않는 막막함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책이다. 막연한 계획, 머릿속을 맴도는 인상들은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프레젠테이션을 마쳐 본 흑역사가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아이디어 정리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간결하고 오로지 책의 집필 의도에 부합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먼저 표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히고 어떻게 하면 언어화를 잘할 수 있는지, 이때 순간적인 영감을 포착한 메모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어 아이디어 확장의 원천이 되는 메모를 이용하는 '표현력 트레이닝'의 실천 방법을 소개하고 상황별 활용 사례도 살펴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의 습관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부록엔 '표현력을 기르기 위한 500가지 질문'을 실었다.



생성형 AI가 알아서 원고를 만들어 주는 시대지만 내 언어를 스스로 발견하고 단련하는데 소홀히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끄럽고 그럴싸하게 정리하는 건 인공지능이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창작의 영역은 늘 남아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더 공고해졌다. 평생 접한 주변 환경, 문화적 배경, 주요 관심사, 호기심의 반경, 인간관계 등 개인의 경험은 저마다 특별하고 여전히 그들 각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야기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문장이 간결하고 큼지막한 도표가 예시가 이해를 돕는다. 책 자체를 완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더 좋다. 당장 급한 해결책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분명 단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책에 실린 의사 전달 방식을 보며 저자가 정말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잘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잠재된 영감을 내가 원하는 순간에 언제든지 끌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추천하고픈 독자

학교나 직장 등 프레젠테이션 상황에 흑역사가 있는 사람

머릿속 생각을 내 언어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메모의 중요성은 알지만 효과적으로 메모하는 법은 모르는 사람

강제로 쓰기 연습에 돌입할 수 있는 질문을 찾는 사람

늘 생각이 많지만 정리할 엄두는 나지 않는 사람

독창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무엇이든 도전할 준비가 된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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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지금당장 2
매튜 맥케이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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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서출판 푸른숲의 인문 심리 전문 출판 브랜드인 심심에서 나온 ‘지금 당장’ 시리즈 제2탄!

『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을 읽었다.



23년에 출간된 시리즈 첫 번째 책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도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마치 매뉴얼처럼 참고할 수 있는 구성이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집어 들기 좋은 책이었다. 



제목을 보고 바로 나를 위한 책이라고 집어 들었을 독자를 위해 들어가는 말에서 ‘분노’의 정체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활용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분노는 고통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끼거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낄 때 이를 극복하려고 화를 내는 것이다.


매튜 맥케이 외  6인  『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2024, 심심) p.5~6



먼저 화를 덜 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동을 자제하는 몇 가지 기법을 설명한 다음, 더 어려운 단계인 분노 뒤에 숨어 있는 고통을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가능하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실천해보길 권한다.


매튜 맥케이 외  6인  『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2024, 심심) p.7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감정을 가라앉히는 응급처치 기술

2부 내 안에 숨은 진짜 분노 찾기

3부 현재에 집중하기 위한 분노 관리법

4부 자기돌봄 기술



1부와 2부에서 분노를 속속들이 들춰보고 3부와 4부에서는 실제로 다스리는 방법을 전달한다.



분노는 화내는 사람이 전부 책임져야 하는 감정이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만들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분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문제이므로 남을 비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중요한 건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할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매튜 맥케이 외  6인  『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2024, 심심) p.25




이 책을 읽고 분노를 다스리는데 독서와 일기 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들끓는 감정을 잠시 가라앉히고 분노와 거리를 두고 감정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도구다. 다만 현실 도피 구실로 이용해선 기대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상황 파악이 끝났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나는 1시간 반 만에 완독했다. 사실 이 책은 완독보다 삶에 적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불쑥 화가 치밀고 불안이 깊은 독자가 두껍고 전문적인 심리학 서적을 독파한 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로 당장 급한 사람에게 적절한 분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들이 권장한 대로 순서대로 독서한다면 분노라는 감정의 속성과 기저의 진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보기 쉽게 나열하고 있다. 전부 다 실천하려고 욕심부리기 보다 여러 방법 중 시도해 볼만한 것 몇 개를 골라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더 읽을거리에 국내 번역 도서와 해외도서 목록이 실려 있다. 국내 번역 도서 중에 『필링 굿』을 가지고 있는데 두꺼워서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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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컬러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5
김시습 지음, 한동훈 그림, 김풍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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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으나 평생 방랑객의 삶을 산 비운의 천재 김시습이 남긴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는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수록 작품으로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이 있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활용했고, 「남염부주지」와 「용궁부연록」은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했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책은 고전 문학을 대중에서 소개하는데 힘쓰고 있는 강원대 김풍기 교수가 번역했다. 한시 원문과 이야기의 결정적 장면을 담은 컬러 일러스트, 김시습의 일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필독 문헌 6편을 추가로 수록한 것이 특징이다.



『금오신화』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돌려 읽을 정도로 유명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육당 최남선 선생이 일본에서 발견하여 다시 한국에 소개되었다.



김시습은 세 살 때 시를 지을 수 있었고 다섯 살에 이미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그를 이름이 아닌 김오세(金五歳)라고 불러도 모두가 그인 줄 알았다니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만하다.



신동으로 주목받은 것과 달리 이후 김시습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에 낙방하고 단종의 양위 소식을 듣는다. 이어 사육신 사건이 일어난 뒤 길고 긴 방랑길에 오른다.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했다 다시 속세를 떠나길 반복한다.



전국을 떠돌다 경주 금오산(지금의 경주 남산) 용장사에 터를 잡고 금오산실을 지어 은거하며 글을 썼는데 바로 『금오신화』가 이 시기에 쓰였다고 한다.



책이 쓰인 시기에도 이미 장안의 화제였고 일본으로 전해지기까지 했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조선 제일의 판타지 문학’이라는 표지의 소개 문구가 기대에 부채질을 했는데 읽은 후의 소감은 오랜만에 전래 동화를 읽은 것 같다는 것이다. 기구한 등장인물들의 사연 때문인지 TV 시리즈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란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곤 했던 민중들이 이입할 만한 인물들과 그들의 못 푼 한을 달래주는 내용이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을 것 같다. 상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중 「남염부주지」는 김시습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한 듯 느껴지기도 했다. 



고전을 읽을 때 작가의 일생과 시대 배경을 이해하면 당시에 작품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시습 깊이 읽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6편의 문헌과 옮긴이 해제가 오랜만에 고전을 읽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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