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강
차이쥔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하늘도 잿빛이고

길도 잿빛이다

집도 잿빛이고

비도 잿빛이다.

 

죽음이 잿빛 속에서

두 아이가 지나간다

하나는 선홍생

하나는 연녹색

 

중국 현대시인 몽롱시파 구청의 시로 시작해 구청의 시로 끝난다. 구청을 찾아보니 이 사람 인생이 또 한 편 추리소설(뉴질랜드 이민 가서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자살)같다.  

 

중국 추리소설의 붐으로 번역된 책이 아닌가 싶었는데, 굉장히 다양한 문학 레퍼토리들이 들어 있어서 재미있고, 아쉬웠다. 아는 만큼 본다고, 중국 문학에 대한 레퍼런스가 거의 제로였던지라.

 

이 책을 읽을 즈음 대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책 속에 ' 저기가 장애령의 생가야' 라는 문장이 한 줄 나오는데, 그 날 들은 수업에 대만 여성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국의 여성 문학가 장애령 이야기가 나왔다. 주인공이 듣는 장국영의 노래 '나'의 가사들 보며 익숙한 이름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대만과 홍콩,중국을 각각 다른 나라로 생각했는데, 대만 역사에 대한 수업을 겉핡기로라도 듣고 보니,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에 따른 감정과 지역에 대한 희노애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회파 추리소설로 진지하게 주제를 잡아 비판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디테일하게 나와 있다.

추리소설적인 면도 나쁘지 않은데 (640여페이지도 만만찮은 분량) 독특한 소재인 '환생'을 되게 평범하게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그리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들.

 

사람이 죽으면 귀문관을 지나 황천길로 가는데 그곳에 망천수가 흐른다. 망천수 위 나하교를 건날 때 맹파라는 노파가 주는 탕을 마시면 전생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만약 맹파탕을 마시지 않고 인간 세상에 환생하게 되면...

 

대단한 집안의 약혼자로 인해 미래가 승승장구인 똑똑하고 잘생긴 젊은 교사 선밍이 불륜관계로 소문이 난 여학생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모든 것을 잃는다. 모든 것을 잃은 선밍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죽이고, 학교 근처 '마녀구역'으로 이름난 폐허에서 그 역시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선밍이 죽을 즈음 태어난 쓰왕이라는 소년.

 

사랑과 복수, 야망과 욕심이 전생에서 현생으로 얽히고 얽힌다.

 

여러모로 꼭꼭 씹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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