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아이 2
덴도 아라타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텐도 아라타의 책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락한 어른들과 그 어른들에 의해 짓밟히는 아이의 이야기를 지치지도 않고, 계속, 계속, 계속 한다.

 

전작인 '애도하는 사람'에서 죽음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텐도 아라타를 나는 미스터리칸에 넣어두었지만, 종교적인 면도 있고, 딱히 장르소설이라고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훌륭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죽음과 삶, 희망과 절망,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를 놓지 않는다.

 

'애도하는 사람'에 비해 '환희의 아이'는 잘 읽힌다.

 

불행한 인생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지만, 어쩐지 덜 힘들다. 작가가 '삶'을 생각하고 글을 써서 일까?

 

삼남매가 있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

엄마인 아이코와 아빠인 노부미치의 어린 시절들도 나온다. 불행했다.

하지만, 노부미치와 아이코가 부부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그들에게 물려준 불행은 그들이 겪었던 어린시절의 아픔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거운 짐이다.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조직폭력배에게 쫓겨 야반도주를 한 가족.

조직폭력배들은 기어코 그들을 찾아오고, 아빠는 가족들을 버리고 도망가고, 엄마는 폭력배들의 압박에 못 이겨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집밖으로 뛰어내리다 전신마비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첫째인 마코토와 둘째인 쇼지는 폭력배들에게 의뢰를 받아 밤마다 마약 봉투를 만든다.

마코토는 새벽부터 점심때까지는 청과물센터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고, 잠깐 집에 들어와 한두시간 눈 붙이고, 역시 폭력배의 손아귀에 있는 중국집에서 일을 하며 거기서 식구들 밥도 얻고, 일하는 돈과 마약봉투를 만드는 일로 빚을 갚아 나간다.

 

막내인 유치원생 가오리는, 가오리는 향기를 맡는다.는 뜻의 이름인데, 쇼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아이는 죽은 사람들을 본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죽어라 일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버지의 빚을 갚아 나가는 마코토, 그리고, 초등학생일뿐인데, 전신마비인 엄마의 병수발을 드는 쇼지. 그리고 가오리가 다니는 유치원의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째 이렇게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할까. 그리고 그 불행한 존재들은 아이들이고, 그들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는 어른들이라니, 어째 이럴까.

 

앞에 말했듯이 '애도하는 사람'보다 더 잘 읽히는 것은 작가가 이 불행한 아이들을 불행하게만 묘사하지 않아서일꺼다.

그렇다고 막 불행에 희망을 덕지덕지 덧붙이는 것도 아니고, 깜깜한 방에 바늘만한 빛이 저기 구석에 보이는 정도의 희망.

,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 어른들에게는 그 바늘만한 빛조차 없다. 동정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삼남매는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데, 그들에게 하나씩 견뎌나갈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진다. 그 희망은 소박한 동시에 위대하다.  

 

마코토에겐 란즈, 쇼지에겐 루슬란, 그리고 가오리의 희망은 가데나.

 

이야기가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리트'의 존재이다.

마코토는 상상속의 자신과 같은 소년 '리트'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곳은 전쟁터. 자신은 반란군. 아버지가 배신하고 적군으로 넘어가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는 반란군 소년.

 

마코토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마코토의 마음 속에서 리트에게도 일어난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와 친구들은 성장한다. 그들이 희망을 놓지 않아서. 라고 안일하게 말하기엔 그들 불행의 그릇이 너무 크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 위안을 받는다.

 

"..... 왜 그러는데?"

속삭이는 목소리. 싫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쪽을 염려하는 온기가 담긴 목소리를 듣고, 아아, 이거였어. 라고 느꼈다.  바랐던 것은 이것. 타산도 이해도 없이 그저 이쪽을 걱정하며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눈을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야? 팔안에서 살짝 왜 그러는데? 그것이 벽, 미로에서 빠져나가게 이끌어주는 벽. 갈라져 나온 길이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상대에게서 떨어져 눈을 응시한다.

"아무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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