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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출판기획 ㅣ 출판기획 시리즈 4
이홍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이다' 라는 글을 아마 스티븐 킹의 on writing에서 본 걸로 기억한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편집자가 갖추어야할 이런저런 소양들의 목록을 보면, 과연 한 사람의 인간이 갖출 수 있는 덕목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여 덧붙이면 '흔히 출판기획자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 대해 '시인만큼'의 반응 속도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출판기획자는 모든 뉴스에 대해 '기자만큼'의 분석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출판기획자는 '세일즈맨만큼'의 인맥과 '전문가만큼'의 식견과 지식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말대로 '하늘의 도움 없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던가' 싶다. 뒤로가면, 외국어도 잘해야 하고, 숫자에도 밝아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이래서야, 정말이지 '신의 영역'이라고 할만하다.
마음산책의 대표인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편집자가 쓴 출판에 대한 글이다. <편집자 분투기>는 어려운 단어들이 덜그럭 거리고, 좋은 편집자가 되는 것의 어려움을 너무 피상적으로 강조에 강조만 한 탓에, 읽으면서 좀 짜증이 났더랬는데, 이 책은 생생한 단어들로 현직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써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공격적인 글들이다.
여러가지 내용이 비교적 두껍지 않은 분량에 알차게 담겨 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은 이런저런 업계의 뒷얘기를 보는 재미가 있고, 많이 사고, 많이 읽는 '책'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애로사항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미안하지만)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저자의 속쓰린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SMART한 목표 설정'과 같이 비단 책을 만드는데만 필요한 것이 아닌, 어떤 일을 성사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팁들도 많이 나와 있다.
출판계에 대한 비판도, 독자들에 대한 비판도, 저자들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다.
'불량독자- 불량독자를 좇는 출판사-불량독자' 의 악순환을 저자는 99퍼센트 출판사의 탓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출판사의 탓만 있겠는가. '책의 본질적 가치보다 외적 가치(이벤트와 할인쿠폰)을 좇고, 문제의식을 버리고, 답지만 찾으려고 들며,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고, 정당한 비판 의식이란 찾을 수가 없고, 주관적인 판단이 아예 없는' 불량독자의 탓도 크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8년 9월 30일이다. 급하게 만든 티 안 나면서, '촛불시위' '조중동 신문광고'와 같은 최신 이슈도 부담없이 담고 있다. 책동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