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나도 때로는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곡명 : Kenny G-Dying Young

이 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에는 밤이 되면
내 방문을 열고 거실에도 잘 나오질 못했다.
항상 잠들기 직전까지 거실의 전등을 밝혀 놓았고,
몇 걸음이면 갈 수 있는 화장실도 참기가 다반사였던 시절이 있었으니
당연히 밤에 창문을 열어 보거나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보는 일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두려움이었다.

앞을 봐도 깜깜
뒤를 봐도 칠흑
옆을 보면 어둠
아래를 보면 두려움
위를 보면 별만 총총

지금은 배짱 좋게 늦은 밤 잘도 걸어 들어오고
여름밤에 더우면 창문도 활짝 열어 놓는다.
몇년 사이에 간뎅이가 부었다.

적막강산인 이 곳의 어둠이 고즈넉해서 좋을때가 더 많지만
가끔은 나도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빌딩 숲 속을 밝히는 싸늘한 야경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어린왕자 쌩떽쥐뻬리는 야간비행을 하면서
불빛을 발견하고 비로소 집이라고 외쳤을래나?

지금 나의 삶이 조무래기 신선이 옥황상제께 버릇없이 대드는 바람에
변방으로 쫓겨나 고사리나 캐 먹으면서
무릉도원 타령을 읊조리고 있는것처럼 보여도
쫓겨난 신선도 때로는 천상의 화려한 야경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신선은 무슨.........
바람부는 언덕배기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우 주제에.

아니아니, 육두품 최치원도 가야산으로 들어가 그 곳의 신선이 되었다는데,
나라고 못할 수가? (앞 산 이름이 가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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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걸음을 멈추고

걸음을 멈추고




그 나무를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내가 삭정이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이십 년 후의 내가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아
한쪽이 베어져나간 나무 앞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덩굴손이 자라고 있는 것인지요
내가 아니면서 나의 일부인,
내 의지와는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나
나를 온통 휘감았던 덩굴손에서 낫을 대던 날,
그해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을 용서한 것은
나를 용서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릅니다
덩굴자락에 휘감긴 한쪽 가지를 쳐내고도
살아 있는 저 나무를 보세요
무엇이든 쳐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해 여름, 그러나 이렇게 걸음을 멈추는 것은
잘려나간 가지가 아파오기 때문일까요
사라진 가지에 순간 꽃이 피어나기 때문일까요





나희덕 詩



john clang - surfac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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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사놓고 읽지 않다가 이제야 읽기 시작한 작품이다.

  도리스 되리라면 기억나는 건 <파니핑크>라는 영화이다.. 음 이 영화를 굉장히 괜찮게 본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한 가지 기억나는 건 '아~~ 나도 나중에 나이들어 결혼도 안하고 그러면 영화 속의 저 여자 같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일이다.. 그때는 20대 초반이라 아주 나중일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지금은 지금 내 생활이 꼭 <파니핑크>의 그 여자 같아서 왠지 조금 쓸쓸해진다.

도리스 되리는 독일에서 영화 감독보다도 소설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음 내가 이 책에서 지금 두 개의 단편을 읽었는데, 역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이런 소설을 볼 때마다 인생이란 세상이란 언제나 힘든 굴곡을 넘어가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만족스런 삶이 아니라 꿋꿋하게 이겨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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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2-1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집 중 하나예요. 미라님은 탁월한 선택을 하셨어요!

2004-12-19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파란여우 > 독서에 관한 18문답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집에는 컴퓨터 책상밖에 없어서 책상에는 책이 없다. 하지만 책장에는 잔뜩.. 아무책이나 다 꽂혀 있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소설들.. 특히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소설들.. 추리 소설들..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천운영 < 바늘 >,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 우습게 들리겠지만 삼국지.. 음 중학교때 1번쯤읽고, 고등학교때도 1번, 대학교 가서도 이문열판으로 1번, 지금은 황석영 판을 사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렇게 읽었는데도 매번 읽을때마다 기억이 잘 안나다. 그래서 삼국지는 나에게 항상 미지의 세계이다.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대학 다니면서 읽었던 한국 소설들..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현실과 생각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던 소설들.. 앞으로도 내가 한 평생 이고 가야 하는 짐들이 되었다. 한국 소설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모르겠다. 이런 사태가 절대 오기를 바라지 않지만.. 음 굳이 꼽아야 한다면 미술관련 책들 중 하나 이번엔 그림들을 제대로 보리라 생각하며..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 김영하, 한 강..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별로... 수준만 맞다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 주변에 헌책방이 없는 관계로 새 책을 주로 본다. 가끔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을 때도 있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 시를 좋아하지도 않고 거의 읽지도 않는다. 그나마 꼽으라면 나희덕.. 올해 내가 유일하게 산 시집이 나희덕이 새 시집이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그냥 조용한 공간이면 아무때나 좋지만, 방에서 엎드려서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까페라니 그런거 없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듣는 편이다.. 주로 옛날부터 들었던 가요들을 듣는다. 팝이나..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
화장실에 책 가지고 가 본적 없다.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밥먹을 때는 가끔 잡지책을 보는 편이긴 하지만 밥 먹을 때는 주로 TV시청을 한다..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별로 생각이 없다.. 새로 나오는 책들 읽기도 벅차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종이로 만든 책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본다. 나는 e-book을 본 적이 없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재밌는 책을 읽자.. 나에게 재미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 재밌는 이야기. 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 끌린다. 역사도 이야기식으로 풀어 놓으면 열심히 읽는다.. 학술 관련 서적은 좀 맞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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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주일 날짜에 전부 밑줄이 그여 있다... 다른 분들에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의 서재 생활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음하하하.. 뭔가 굉장히 멋진 일을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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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12-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줄이 안 보이잖아 ㅠ.ㅠ

starrysky 2004-12-19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왜 캡처하니까 줄이 사라졌을까요.. 당황.

그래도 바로 옆의 달력에서는 자알 보이니까 걱정 마셔요. ^^

1주일 내내 밑줄 쳐진 달력,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짝짝짝!! 저도 빨리 1달 개근 기록을 다시 세워야 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미완성 2004-12-1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것도 아니긴요(!)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일주일 개근이라니, 이게 얼마나 힘들고도 보람찬 일인지는 알라디너만이 알지요 암요 :)

아영엄마 2004-12-1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저도 옆의 달력보니 밑줄 좍~ 좍~ 그어진게 보인답니다. ^^

mira95 2004-12-1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새벽별님 사과님 아영엄마님 정말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댓글 달리는 재미에 제가 페이퍼도 열심히 작성하고 ㅎㅎㅎ 모두 여러분들 덕택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