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나도 때로는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곡명 : Kenny G-Dying Young

이 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에는 밤이 되면
내 방문을 열고 거실에도 잘 나오질 못했다.
항상 잠들기 직전까지 거실의 전등을 밝혀 놓았고,
몇 걸음이면 갈 수 있는 화장실도 참기가 다반사였던 시절이 있었으니
당연히 밤에 창문을 열어 보거나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보는 일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두려움이었다.

앞을 봐도 깜깜
뒤를 봐도 칠흑
옆을 보면 어둠
아래를 보면 두려움
위를 보면 별만 총총

지금은 배짱 좋게 늦은 밤 잘도 걸어 들어오고
여름밤에 더우면 창문도 활짝 열어 놓는다.
몇년 사이에 간뎅이가 부었다.

적막강산인 이 곳의 어둠이 고즈넉해서 좋을때가 더 많지만
가끔은 나도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빌딩 숲 속을 밝히는 싸늘한 야경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어린왕자 쌩떽쥐뻬리는 야간비행을 하면서
불빛을 발견하고 비로소 집이라고 외쳤을래나?

지금 나의 삶이 조무래기 신선이 옥황상제께 버릇없이 대드는 바람에
변방으로 쫓겨나 고사리나 캐 먹으면서
무릉도원 타령을 읊조리고 있는것처럼 보여도
쫓겨난 신선도 때로는 천상의 화려한 야경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신선은 무슨.........
바람부는 언덕배기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우 주제에.

아니아니, 육두품 최치원도 가야산으로 들어가 그 곳의 신선이 되었다는데,
나라고 못할 수가? (앞 산 이름이 가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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