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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4 - No 75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chaeg은 2014년부터 창간된 책과 문화, 예술을 담은 매거진이다. 매거진 책은 책이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잡지고,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잡지이다.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키워드와 이야기들이 주제가 될 수 있고, 주제와 관련된 책, 사진, 작가, 신간도서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chaeg 매거진의 75호 주제는 '우리가 함께라는 것'이다. '우정'에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과 인간, 동물들의 우정, 연대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한다'는 주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우정은 친밀감과 상호 호감에 기초한 특권적인 관계이며, 어떤 의무감 없이 자유롭게 선택한 형태의 애착을 말합니다. 우정이나 연대감을 느낀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함께 모의하고 일을 벌이며, 추억과 사생활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고, 삶을 짓누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관계의 기반일 겁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선을 지향하고, 그 마음이 정치적 영역에서 공동선을 형성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정과 연대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할 때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그럴 때 우정과 연대는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힘이 된다.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로 우린 다시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내게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친다면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해야 되는 거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던 만화만 보아도 그게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주인공들을 매회 온갖 시련과 공포, 스트레스에 휩싸이지만 항상 보란 듯이 혼자서 짠! 하고 해결을 하곤 했으니까. 물론 그들 곁엔 친구와 동료들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가장 멋지게 미션을 수행하는 건 주인공 본인이라는 점만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문제를 나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나 혼자 관점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다른 누군가의 관점으로 본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말하기 어려운 문제도 오히려 가깝지 않아 말하기 쉬운 상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자신인 '나'이기 때문에 힘들 땐 주저 않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당선되었더라도 이들의 삶의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차별금지법은 통과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악용되어도 그나마 있던 울타리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는 공약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그 연장선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현실이 디스토피아인데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한탄하면서도, 사실은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 글은 SF 소설을 쓰는 전혜진 작가가 쓴 글인데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나도 종종 '내가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도 근본적인 사회가 바뀌지 않는데 어떡하지'하는 회의감과 좌절감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꿈을 잃지 못하는 건 종종 이런 글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처럼 나도 누군가의 글을 읽고 희망을 마주한다. 이게 연대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이번 주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왠지 우리에게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