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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늘의 끝
안정효 지음 / 들녘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누군가 끄집어낸다는 것은 어느 개인에게나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얀전쟁'으로 대표되는 안정효의 글은 약간의 회색 빛이 섞여 있는 하얀색을 띄고 있다.
안정효의 '미늘'과 그 속편인 '미늘의 끝'은 하얀 종이위에 나타나는 그런 하얀 색이 아니라, 한여름 둔벙에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런 하얀색이다.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미늘에 걸려 오늘도 허우적 거리는, 마치 한마리 물고기와도 비교될 것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해소되지 않는 불만, 작은 소음,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은 무감각해진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다.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끝까지 그 아픔에서 해방시켜주지 않는 작가의 잔인함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피엔딩을 바라며 안정효를 읽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 주변을 둘러싼 현실을 무덤하게 바라보고 서술하는 작가의 시선은 감히 노벨문학상을 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안정효의 글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