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들 문학동네 청소년 2
장주식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만이는 양반 마을 상주에서는 이름난 수재였다. 별 공부를 안해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5마지기도 안되는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가난한 집에서 대구로 고등학교 유학을 간 고성만. 하지만 전교 10등 안에 들던 성적은 2년만에 250등 밖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럴수밖에 없다. 시골에서 농사짓느라 바쁜 부모님께서는 성만이에게도 신경을 쓸 겨를이 전혀 없었고, 성만이는 무협지에 빠져 자취방에서 비위생적인 상태려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적이 너무 떨어졌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성만이는 불교에 귀의할까 하다가 집으로 내려간다. 자퇴를 하고. 

담임선생님은 성만이에게 외친다. "성만아, 니가 저 교문을 나서마, 그 순간, 그곳은 벼랑이다. 니 인생은 끝장나부리는구마!" 정말일까? 설마 주인공인데 하며 계속 성만이의 행보를 주시하게 된다.  

성만이는 머리가 비상한 친구다. 1979년에 19살이었으니, 나보다 한참이나 위지만, 이 글 속의 성만이는 친근하다. 어쩜 나와 생각하는 게 그리 똑같은지. 시골에 내려가 농사일도 곧잘하고 공사판 일도 곧잘한다. 하지만 농사나 건설로 돈을 크게 벌 수는 없다. 손에 놓았던 공부가 하고 싶어진 성만이는 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학교때 좋아했던 수진이가 보고싶다. 공부하려고 모아둔 20만원을 수진이와의 데이트 비용으로 야금야금 써가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죄책감이 든 성만이. 

수진이에게 마음변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서울로 올라간다.  

서울은 험해서 웨이터로 취직한 성만이는 15만원 중 10만원을 숙식비로 잃게 된다. 5만원은 두드려 맞으면서도 끝내 지배인의 다리를 놓지 않아서 받아낸 돈이다. 24시간 독서실을 발견한 성만이는 두달치 3만원을 지불하고 검정고시에 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 시험을 보게 될 자격을 얻은 것이다. 서울에 미리 와있던 정탁이와 함께 신나게 다리 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본다.  

 갈팡질팡하는 성만이의 모습은 재미나기 보다는 조마조마하다. 이 놈아, 공부를 해야지...연애질이냐? 이 놈아, 그런 곳이 어데라고 들어가니...또 돈 뜯길라... 사람을 잘 믿고, 사리분별을 아직 잘 못하는 청소년들. 한 순간에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성만이의 모습이 익숙하다.  

담임선생님의 말씀대로 학교 밖은 벼랑이었다. 부모님 외에 성만이를 따뜻하게 품어준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벼랑위의 학교에서도 성만이는 아늑하지 못했다.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지만, 오늘날도 다름 없다. 청소년들이 공부가 하기 싫고, 돈을 모으고 싶을 때 하는 일은? 미성년이라고 하면서 부당하게 월급을 착복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 오늘날에도 많고, 가출 청소년을 바라보는 눈길도 곱지만은 않다.  

이 소설은 160쪽이다. 짧지만 벼랑 끝에서 다시 올라온 성만이의 위태로운 순간들을 보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겪게될 순간들을 짐작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