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씨앗
이화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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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으로 만난 문교와 서주. 조건에 맞는 결혼이라는 논리에 이들은 함께하기로 한다. 조건뿐인 결혼에 감정이 섞이기에 힘든 나날들이다. 7년 전 서주와의 찰나였던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 문교. 문교는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서주에게 두 달의 유예 기간을 준다.

 

우연히 평생 하고픈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그 과정들이 참 소중하고 특별하다. 과거 문교와 서주의 찰나 같던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결혼은 높은 벽에 불과했다. 문교 혼자 살짝 꺼내본 아릿했던 기억은 서주에 대한 호감을 불러 왔을지 몰라도 결혼이란 벽을 넘기에는 힘에 부쳤을 거다.

 

서주의 집에서 문교와 함께했던 시간은 이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움트게 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열매를 맺게 했다. ‘성북동이라는 무대가 이들의 사랑이 뿌리 내리기엔 더 없이 알맞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곳곳에 숨어 있던 성북동의 명소 찾기는 또 하나의 즐길 거리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게 되는 문교와 서주의 이야기는 다 좋았지만 서주 엄마의 과거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맘마미아의 오마주도 아니고.

 

차분한 여자와 담담한 남자가 만났으니 이야기는 더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잔잔한 만큼 마음을 울리는 세기도 비슷해야 하는데 문교와 서주는 사정없이 마음을 두드려댄다. 한 발짝 떨어지면 그만큼 따라가게 만들어야 되는데 조급해져오는 마음에 두 발 앞서게 만들기도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조급증이 일어 성급하게 책장 넘기기에 바빴어도 기분만큼은 성북동 거리에라도 놀러 나간 듯 편안했고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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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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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생기다가도 없어지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의 작가라 (물론 나에게만 해당되는)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유가와 교수가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네. 국내에는 책보다 영화가 먼저 알려졌다.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고, 시니컬한 유가와 교수가 나오는 갈릴레오 시리즈라는 소리에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자제하기 힘들었다.

 

여름방학, 부모님의 출장 때문에 고모네로 놀러가게 된 교헤이. 기차 안에서 유가와 교수와 우연히 만난다. 마을을 개발하려는 업체측의 초대로 교헤이의 고모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묵기로 한 유가와 교수. 교헤이와 유가와 교수가 마을에 온 날, 또 다른 남자 투숙객도 있었다. 이들이 마을로 오고 난 다음 날, 바닷가 절벽 아래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조용하던 마을은 시끄러워지고, 정체불명의 시체는 교헤이의 고모가 운영하는 여관의 투숙객으로 밝혀진다. 죽은 남자는 마을에서 한참 진행되고 있던 개발사업회의에 참석했던 것이 알려지고 이 남자가 전직 경시청 형사라는 것이 드러난다. 남자와 마을과의 연결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가운데 16년 전 도쿄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이 표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과학적인 논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기존 시리즈들과의 조금 차이가 있다. 추리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두드러졌다는 것도 그렇고. 잘못된 결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뒤틀릴 수 있다는 유가와 교수의 말처럼 누군가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유가와 교수가 알게 된 진실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늘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라는 건 분명하다. 작품마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빵빵 터져주기만 바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믿는다.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주리라는 것을. 몇 번 얘기했지만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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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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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보안관 테디와 처크는 실종자 조사를 위해 외딴섬의 정신 병동으로 향한다. 과거에 포로수용소로 쓰였던 병동은 현재 범죄를 저지른 환자만 수용한 상태다. 실종자인 레이첼이라는 여성은 자식들을 죽이고 정신 착란을 일으켜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외딴섬에서 그녀의 흔적 찾기는 어렵지 않은 일인데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살아있기나 하는 걸까.

 

폭풍에 휩싸인 외딴섬에서 실종된 그녀의 단서를 찾아가는 일은 보안관인 테디와 처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폭풍은 짐이 되기도 하고, 열쇠가 되기도 한다. 폭풍의 한가운데에 몰린 이들이 마주하게 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현실과 꿈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오는 야릇한(?) 분위기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단서들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박진감이 넘치지는 않지만 분명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는 많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반전! 이걸 빼고 살인자들의 섬을 얘기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 식스센스급의 반전에 어안이 벙벙. 혹시나 하는 생각도 했으나 설마라는 생각도 했는데 작가에게 깜빡 속았다. 반전에서 오는 짜릿함은 참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결말이라고 의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내내 작가에게 속았으니 결말도 믿을 수가 없어!

 

아마 이 책이 셔터 아일랜드라는 영화의 원작일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영화는 알아도 보질 못해서 영화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원작도 읽었으니 영화를 보며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겠지. 진작 사놓고 못 읽은 작가의 다른 책도 얼른 챙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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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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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농장의 절벽에서 떨어진 채 발견된 시체. 유일한 단서는 발바닥에 새겨진 문자조합의 문신이다. 문신이 어느 지점의 좌표라는 것을 알게 된 베아트리체는 그 좌표를 찾아가고 거기서 뜻밖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너이자 살인범의 문자 메시지에 위협을 느끼고 범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지오캐싱이란 게임의 개념을 알고 가야한다.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과 비슷한데 좌표를 이용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이 어렵게 찾아낸 좌표에선 뜻밖의 물건들이 나오는데 그게 다른 살인사건과 연관되면서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의 면모를 띄게 된다. 범인 찾기에 몰두하지만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워킹맘이자 여형사인 베아트리체가 주인공이다. 모든 것에 만능인 다른 주인공들과 정말 다른 인간적인 모습의 주인공이다. 전남편과의 불화, 불만 많은 상사, 동료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등. 최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뽐내는 베아트리체는 형사로서의 직감도 뛰어난 편이다. 유럽쪽 스릴러 쪽에서 많이 보이는 여형사 캐릭터인 것 같아 조금은 식상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지오캐싱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신선하지는 않아도 조금 새로워 보였다.

 

게임에 초대된 베아트리체를 통해 단서를 따라가게 되면 범인 찾기에만 급급한 스릴러 소설이 아님이 드러난다. 툭툭 던져놓은 단서들이 나중에 완전한 그림을 이룰 때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동기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도 생긴다. ‘지오캐싱이란 게임을 이용해 범인 찾기에 다른 루트를 제시한 건 만족했으나 장르소설 특유의 긴박감은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뛰어난 몰입감과 흡입력은 모자란 긴박감을 상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일어권 나라의 소설과 유독 인연이 없어 외면 아닌 외면을 한지 오래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이건 뭐 거의 극도의 불신에서 오는 외면이라 하는 게 맞을 거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 덕분에 그 불신이 조금 옅어진 것 같아 흡족하다. 물론 다 이 소설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또 있을 것 같아 궁금하긴 하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의 애틋한(?) 감정도 다시 보고 싶고. 속편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온다면 기꺼이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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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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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모 헤이더 작가의 난징의 악마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난징대학살의 숨겨진 진실을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었다. 허구와 실제가 섞인 이야기였지만 악마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행태에 화를 참기 힘들었다. 이렇게 비극적인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안타까워 난징대학살에 대한 책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마침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야기의 시작은 비극적인 현장을 담은 몇 십장의 사진이었다. 선명하지도 않은 흐릿한 흑백의 사진들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으로 전해져오는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찌그러진 미간은 내내 펴질 줄 몰랐고 에서 느껴지는 분노 또한 고스란히 전해져 눈앞이 흐려졌다.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말로 전부를 표현할 수 없는 이 기록 앞에 이가 바득 갈린다.

 

작가는 학살이라는 단어 대신 난징의 강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학살이든 강간이든 치욕적이고 끔찍한 사건인 건 분명한데 단어 하나에 따라 전해져 오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 오랜 세월 번영을 누리던 하나의 도시가 무참히 짓밟히기까지의 시간은 단 몇 주의 시간에 불과했다. 정신줄 놓아버린 중국군의 안일한 태도와 미미한 생명에게조차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그럴듯한 명분 아래 총칼로 이루어낸 일본군의 행태에는 책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기적인 욕심으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할 만한 미국의 비겁한 태도에는 반미감정도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동아시아의 홀로코스트라 이름 붙여진 이 끔찍한 기록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숨기기에 급급한 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 잔인한 일들을 과감히 인정하고 깨끗하게 청산해야만 하는 일인데 그들은 왜 자꾸 아니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그들이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와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극적인 역사 아래 복잡한 이해관계들은 차치하더라도 이건 결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 될 역사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일본은 과거 자신들의 행태에 비겁한 변명이나 둘러대고 방관하고,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피해자는 분명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 숨겨진 역사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으로 그들이 올바른 역사를 인지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아무리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잊고 지낸다면 미래를 위한 단단한 초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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