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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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에서 자원 봉사를 하던 누마타 야에는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인생의 실패와 친구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부러움으로 자살을 결심한 다몬 에이스케라는 사람의 전화였다. 자살 결심을 하고 전화를 건 사람들의 푸념을 듣고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주게끔 하는 보통 일상적인 전화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전화라는 것을 감지한다. 급히 보건센터에 알려 다몬 에이스케의 자살을 막고자 하지만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이미 실종되어버린 상태였다. 한편, 다몬 에이스케의 어릴적 친구인 호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 고이치는 친구의 실종에 의심을 품고 홀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아무런 근거 없는 공포로 오싹하게 만들기 보다는 좀 더 과학적이고 이유 있는 민속학적인 요소들을 등장 시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피가 난무한 살인이나 엽기적인 살인이 없어도 특유의 사위스런 분위기 조성엔 확실히 일가견이 있다. 집안의 모든 불을 켜놓고도 등 뒤가 무서워 책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몰입도가 너무 좋아 책장은 쉽게 잘 넘어가는데 소설 속에 등장 인물들이 등 뒤가 무섭다 할때마다 덩달아 나까지 오싹해졌기 때문이다. 

 

반전의 묘미도 괜찮았지만 역시나 압권이었던 주인공의 빈틈없는 추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조 겐야를 언급하던 고이치의 대화는 정말 깨알같았고... 간혹 눈에 띄던 오타들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여태 나왔던 작품들이 복잡하게 꼬인 인물들과 특유의 민속적인 분위기로 책을 읽기에 조금 난해했다면 이번에 나온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어렸을적 친구들과 하던 놀이를 배경으로 보다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놀이라는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너무 똑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작가 특유의 공포스런 작풍과 더불어 대중성까지 갖춰 내놓은 책이니 재미가 있고 없음을 말해 무엇하랴. 여러 출판사에서 미쓰다 신조의 책들이 나오는걸 보니 기대가 되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아무런 기대 없이 읽어도 확실히 중박은 하는 작가이니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유가 너무 뜬금없을 때가 많아서다. 하지만 추리 소설에 근거 있는 호러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미쓰다 신조의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챙겨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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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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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전에 염병으로 돌아가신줄 알았던 할머니가 67년만에 살아서 돌아왔다. 최씨 문중 양반가의 선비다운 자태로 늘 대나무처럼 꼿꼿하시던 할아버지는 미국물 물씬 풍기며 등장한 할머니를 보자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온갖 악다구니를 입에 담으며 집에서 내쫓으려 한다. 누구 하나 반기지 않는 방문에 할머니는 온 식구를 앉혀 놓고 자신에게 60억의 재산이 있으며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67년만에 식구들을 찾아왔노라고 얘기한다. 그 말 한마디로 할머니의 유산을 얻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의 서막이 오른다. 

 

취업전쟁 88연패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이 서른 다섯의 주인공 동석. 주야청청 새로운 시대를 꿈꾸지만 선거마다 당선 안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아들을 대신해 슈퍼를 꾸려가며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엄마. 외모, 학벌, 직업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완벽하지만 위태로운 집안의 생계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동석의 동생 동주. 갖은 고생을 하며 경제적으로 성공한 고모. 서로 다른 이유로 할머니의 유산을 탐내지만 60억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진짜 존재하는지 의문 투성인 자신의 유산을 가지고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희망 고문 한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할머니의 유산 60억때문에 벌어지는 가족들간의 경쟁과 서서히 드러나는 할머니의 가슴 아픈 과거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알쏭달쏭한 60억의 정체도 한몫한다. 유쾌한 웃음과 덤덤한 문장으로 무장하고는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빠르게 읽히며 재미도 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 어떠한 주제로 얘기하는 책이든 이렇게 잘만 읽히고 잡생각 들지 않게끔 하는 책은 너무 좋다.

 

얼마만큼의 돈인지 가늠도 안되는 60억의 큰 유산 앞에서 누군들 초연해질 수 있을까. 처음에는 67년만에 돌아온 할머니를 반기는 이유가 60억의 유산때문이었지만 긴 세월동안 쌓여 왔던 오해들이 풀리고 할머니의 진심을 깨달았을때는 그냥 나의 할머니니까, 죽기 전에 자식들 얼굴 보고파서 먼 길 돌아온 할머니이기 때문에 모든걸 이해하고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60억 있냐는 동석이의 물음에 묵묵무답이나 회피로 일삼던 할머니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할머니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60억이라 해도 할머니가 하는 말이기에 믿고 싶다.

 

p.184

그게 그렇더구나. 사람이 아무리 머리로 산다고 해도 한번 가슴이 동하면 머리 같은 건 정말 쌀 한 톨보다도 못한 게 되더라고. 나중에 후회를 해도, 다시 그 순간이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또 가야 하는 길. 이제 죽을 때가 돼 가니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그게 사람 사는 길이야. 뜬구름 같은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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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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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데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고 있는 일이 작가이고 성이 김씨이기 때문에 김작가라고 부른다. 영인의 엄마는 그렇다할 작가의 이력도 없는데 자신의 글이 잡지에 실렸다는 이유로 스스로 작가라고 하며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서울 계동에서 글짓기 교실을 연다. 동네 코흘리개 꼬마 아이들로 시작한 글짓기 교실은 어느새 동네 아줌마들이 점령해 버린다.

 

소설 속 주인공인 영인은 일반적인 정상의 범주에 속하기엔 좀 특이하다. 다른 엄마들과 틀린 김작가의 영향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차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 당돌하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이성과의 교제가 쉽지 않자 동성과의 교제를 선택하는 거나,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너도 잘 좋아해야돼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거나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영인은 작가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다니는 엄마, 김작가를 무시하지만 그래도 작가인 엄마의 영향으로 책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한다. 생각만큼 쉽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잘 쓰기 위해 노력도 하지만 자기가 쓴 글들은 쓰레기 같은게 불만이다.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즐겨하는 일이고 제목에서처럼 글쓰기에 관한 소설일 것 같아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항상 있던 책이었다. 제목만 보곤 처음에는 글쓰는 작가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인줄 알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사는 두 모녀의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쉽게만 여겨지는 글쓰는 일이 두 모녀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정신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지난한 삶을 위로받기 위해 치열하게 글을 썼던게 아니었나 싶다.

 

책 속에 책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읽던 책들을 자주 인용했는데 작가가 써내려간 글들과 조금 겉도는 느낌. 좋은 책인건 알겠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도 살짝 들고... 하지만 주인공이 읽던 책이었고 자주 인용을 했고 그러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다. 그중에서도 시몬느 베이유의 <노동일기>. 나중에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p.291

"글은 말이야. 재미있게 써야 해. 그래야 계속 쓸 수 있어. 그래야 계속 읽을 수도 있지. 다들 시간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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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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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의 주인공 필립 말로처럼 코트 자락 휘날리며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하드보일드한 삶을 꿈꾸는 탐정 슌페이. 정작 현실은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아주는게 탐정 일과의 전부이다. 여비서와의 로맨스를 꿈꾸며 모집을 했지만 결국 슌페이 옆에는 독특한 캐릭터의 할머니 아야가 있게 된다.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일로 소소하게 지내다 시베리안 허스키 '꼬맹이'를 만나게 되면서 항상 꿈꾸던 진짜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캐릭터들이 통통 튀는 것처럼 살아 있다. 장점이라곤 큰 키밖에 없는 주인공 슌페이나 허풍만 늘어놓고 사건 수사에 도움은 안되지만 가끔 중요한 단서들을 물어다 주는 아야 할머니. 자신을 괴롭히는 것같은 아야 할머니에 대한 짜증도 어느새 걱정으로 변하며 둘이 점점 친해지게 되는 걸 보면서 흐뭇해지기도 한다.

 

코지 미스터리는 처음 접해봤는데 그동안 오해 아닌 오해를 했었나보다. 잔인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소설에서 유머 코드를 삽입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묵직한 무게감과 강력한 포스로 무장한 미스터리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어떠하고... 미스터리 소설들은 무조건 심각해야 된다는 나의 안일한 생각을 무참히 깨준 <하드보일드 에그>. 살인 사건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유머 코드로 보는 내내 픽픽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작가가 작정하고 쓴 듯한 상황들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우연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사건 해결은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참기 힘든 웃음과 마음 짠한 휴머니즘까지 아우르며 나를 웃기고 울렸다. 

 

재작년이던가... 홍대 와우북 페스티벌을 갔다가 단 돈 이천원 주고 산 책이다. 싼 가격에 혹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얼른 집어 들었던 생각이 난다. 책의 내용을 값어치로 따질 순 없지만 제 값을 주고 샀더라도 아깝지 않을 책이었다. 요즘 우울하던 일상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주었던 소설이라 내게로 와준게 너무 고마워진다. 그리고 마침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구입한 참이었는데 필립 말로가 우상인 슌페이때문에 얼른 만나 보고 싶어졌다.

 

 

p.153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부드럽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p.333~334 

살다 보면 피해 갈 수 없는 길 앞에 서는 일이 있다. 지금의 내가 그러했다. 하드하지 않더라도, 살 자격이 결여돼 있더라도, 나는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계속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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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리어 - 뼈와 돌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1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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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토 안에서 다르게 생긴 짐승들간에 식량을 얻기 위한 전쟁도 벌이지만 늘 부족한 식량때문에 서로의 가족을 팔아넘기고 그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 그것에 대한 죄책감도 없으며 팔려가는 가족에게는 숭고한 희생이라며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넬 뿐이다. 살기 위해 사냥을 해 고기를 먹고 부족한 식량은 짐승들과 인육을 거래하며 생명을 연명한다. 소설의 주인공 스톱마우스는 말더듬이 심하고 어리숙한 어린 소년이다. 스톱마우스의 형은 부족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족장으로 추대 받게 된다. 루프에서 떨어진 글로브 안에서 살아 남은 여인 인드라니가 사냥을 나갔다 크게 다친 스톱마우스를 간호하게 되고 스톱마우스는 인드라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원시 시대는 아니고 먼 미래인 듯 하다. 루프 밑으로 커다란 돔 형태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여태 봤던 SF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세계관임은 분명하다. 이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가 끔찍하지만 소설 속의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느낄 수 없다. 그만큼 그들의 삶이 처절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육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인 하나의 식량에 불과하다.

 

설정 자체가 충격적이다 보니 소설의 모든 중심이 그쪽으로 쏠려 있어 보이지만 한 소년이 차츰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더 중심에 둔 소설이다. 마냥 어리고 어리숙한 소년일줄만 알았던 스톱마우스가 어느새 크게 자라 부족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게 된다. 스톱마우스에게 비밀을 간직한 채 옆에서 맴돌기만 하는 인드라니와의 사랑도 안타깝다.

 

강렬한 시작은 좋았으나 탄력받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사냥하다 적을 만나 싸우고 가까스로 식량을 얻고 다치고의 반복은 조금 지루하다. 트릴로지 시리즈의 처음 시작인 1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시리즈의 다음편을 같이 볼 수 있었다면 그 지루함이 이런 책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잔인해질 수 조차 없는 인간의 모습에 놀라고 반복되는 설정들이 발목을 잡았지만 스톱마우스와 인드라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걸 보면 재미없는 소설은 아니다. 암울하고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지만 스톱마우스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이 재미가 있고 없음의 판단은 다음 시리즈가 나오고 나서야 가능하겠다. 우선 인육을 거래하는 시대라는 독특한 세계관은 소설 속 훌륭한 소재임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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