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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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이라는 제목에 한 번, 니나 보르 시리즈의 첫 번째라는 말에 한 번, 주인공이 간호사라는 말에 한 번. 이래저래 눈길이 자꾸만 가는 책이었다. 작년 살인의 사계절시리즈 이후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제일 중요한 건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챙겨 보는 북유럽 스릴러라는 것.

 

친구 카린의 부탁으로 기차역 보관함에서 슈트케이스를 찾은 니나. 주차장에서 열어본 슈트케이스 속에는 어린 남자 아이가 들어 있었다. 죽은 것으로 보였던 아이는 잠들어 있었고 아이를 차에 옮겨 태운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보관함으로 다시 돌아간 니나는 그 곳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분노를 폭발하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한 편, 아들 미카스와 함께 놀이터에 놀러 나간 시기타. 놀이터에서 미카스에게 초콜릿을 주던 한 여자를 만난다. 몽롱한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니 한쪽 팔은 부러져 있고, 미카스는 사라져버렸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가정의 아내인 간호사 니나가 사건 수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제한적인 활동에도 단서를 찾아가는 솜씨는 훌륭하다. 즉흥적으로, 별 어려움 없어 보여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 읽다보면 결말이 예상되는 순간이 있다. 조금 빤해 보이는 이야기의 흐름을 니나 말고 아이의 엄마인 시기타를 등장시켜 달리 보이게도 한다.

 

솔직히 이렇게 매력 없는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홍보자료를 보면 나만의 기우인 것 같기도 하고. 사건의 주체가 간호사라는 것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게 없어 보인다. , 모성애가 유난히 강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어필하기엔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 시리즈의 첫 번째라 그런 것인지, 믿고 싶지 않지만 정말 매력이 그것뿐인지 아직 알기가 힘들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조금 아쉬운 이야기였다. 닥치고 북유럽 스릴러를 외칠 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인데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아리송한 마음이 다음 시리즈를 통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간호사라는 직업과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살린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시리즈가 될 것임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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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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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게놈 해저드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간되었다. 복간된 책은 웬만하면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복간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최근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때문에 복간된 책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할 이유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생일을 맞은 도리야마. 퇴근 후 집에 가보니 그를 맞이한 것은 열일곱 개의 촛불과 아내의 시체였다. 충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로 정신은 혼미해진다. 초인종 소리에 놀라 문을 열어보니 형사라고 밝힌 낯선 두 남자가 방문하고 도시하루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아내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도리야마는 집으로 찾아온 형사를 피해 도망가라는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도리야마에게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그야말로 멘탈 붕괴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낯선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우연히 알게 된 지아키의 도움을 받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소설에서는 결말을 위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설정된 복선과 장치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다 보면 하나의 결말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에 이르게 된다. 뛰어난 반전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인 것은 사실이다. 기억과 비밀에 대한 사건의 진실은 흥미진진하다최근 어쩌다가 기억에 관련된 소설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레드도 그랬고, ‘하품은 맛있다도 그랬고. 내용은 다 다르지만 비슷한 설정들을 반복하여 읽다보니 의도치 않게 푹 빠져 읽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시기만 적절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요즘 SF적인 설정을 빌려 온 미스터리 소설들이 더러 보인다. 본격이든 사회파든 추리소설로서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글쎄. 아직도 만나지 못한 책들도 많고 그 세계는 무궁무진하니까 앞으로도 역시 기대되는 바이다. 무엇이 되었든 독자들을 꼼짝없이 속이는 작품을 곧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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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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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워낙 독서 편식도 심하고, 쉽게 질려버리는 탓에 한 작가의 책을 꾸준히 보질 못한다. 그래도 간혹 전작을 챙겨보는 작가가 있기는 한데 그 중에 하나가 강지영 작가다. 처음 만난 건 신문물검역소였지만 엘자의 하인으로 팬이 되어 버렸다. ‘프랑켄슈타인 가족이후 오랜 시간 신작 소식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소설 연재 소식을 듣고 책으로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유품정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경. 이번에 나온 현장도 역시나 쉽지가 않다. 여자 혼자 살고 있던 원룸인데 죽은 사람이 있던 곳은 괴롭기만 하다. 아버지의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선 역겨운 현장도 버텨야만 한다. 청소하다 침대 밑에서 찾아낸 스노우볼을 하나 슬쩍 가져온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한 그녀, 다운. 오늘도 엄마와 함께 쇼핑 리스트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데 간밤에 꾸었던 꿈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몸을 공유하며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경과 다운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하나의 살인사건에 이르게 된다. 이경과 다운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의 무엇이 탐이 났을까.

 

설정이 참 독특하다. 작가는 항상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곤 했는데 역시나. 흥미로운 설정이긴 하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그런 요소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실력은 좋다.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 슬립물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흔해져서 새로운 게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엘자의 하인이 너무 좋아서 기대도 많이 했다. 기다린 시간만큼의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그래도 앞으로 출간 되는 책들은 계속 챙겨볼 예정이다. 웹 소설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고, 나올 때마다 조금씩의 성장을 보여주는 작가이기에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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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는 당신 - 시인의 동물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김수옥.김다정 그림 / 마음산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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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를 좀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고 짧은 문장들에 베인 감수성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는 소리를 내어 크게 읽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었지만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시도 모르지만 시인 권혁웅도 잘 모른다.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순전히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이 들어간 책은 언제나 궁금하다. 그림이 들어간 책 치고 나빴던 책도 별로 없어서인지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남은 꼬리가 꿈틀대는 동안 도마뱀은 달아나지. 잘린 꼬리가 자라는 동안 도마뱀은 생식도 성장도 하지 않는다. 그이가 당신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고 아파하지 마시길. 당신이 그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동안 당신은 살아남은 거야. 꼬리 치는 당신도 아팠다고.’

 

페이지 24쪽의 글이다. ‘꼬리 치는 당신도 아팠다고의 꼭지 글이다. 무뚝뚝하다고, 무신경하다고, 무관심하다고 투덜거렸던 내가 생각나 가슴 한 켠이 뜨끔하다. 무슨 보상을 받고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닌데 어쩌면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사랑에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마냥 섭섭했던 마음이 썰물처럼 쑥 빠져나간다. 내가 치열하게 사랑한 만큼 분명 그 사람도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보기 좋은 것도 오래 보고 있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꼬리 치는 당신>이 너무 좋았지만 천천히, 야금야금 나눠 읽었다. 부제 그대로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포에서부터 최종 종착지(?)인 인간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모르고 있었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인보다는 동물 박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들도 더러 알게 되서 다른 사람에게 잘난 척도 할 수 있게 해준다. ^.^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나를 들었다 놨다 요물 같은 책이다. 픽 하고 입가에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로 기분 좋게 하다가, 깔깔거리며 배꼽 잡고 웃다가, 말 한 마디에 가슴 찡해지며 울컥하다가, 끝내는 눈물 짓게 한다. 시인의 말장난에 이렇게 놀아나게 될지 몰랐다. 격한 감정의 변화가 싫을 법도 한데 외면할 수가 없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 마술이라도 부려놓은 것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살아있는 것이 크나큰 축복이라고 생각할 틈이 많지 않았다. 생명 앞에 저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은 덤이다. 그래서 고마워진다. 이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생명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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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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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은 작가다. 그리고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내가 작가상 수상작들과 멀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작품을 쓴 작가다. 하나의 작품으로 멀어지게 된 건 아니지만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니까. 아무런 정보 없이, 기대 없이 책을 들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12년 전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민성. 이후 소설을 쓰고,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실종된 여동생을 찾고 싶다며 접근해 온 여자에게서 하나의 문서를 받게 된다. 민성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인 박형사. 약수터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에 대한 단서를 모으던 중 피해자의 과외 선생이었던 인물에 주목하다. 민성과 박형사가 전혀 다른 사건의 단서를 모았지만 모든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게 되는데...

 

형사가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발견되는 증거들로 실마리를 유추해내는 실력은 직감 좋은 형사라고 치자. 하지만 신화에 능통하고 종말론에 해박한 형사라니 너무 억지스럽다. 물론 교수를 찾아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척척박사 형사가 아니라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초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가늠하기 힘들다. ‘나 이만큼 아는 척 하고 싶은데 사건의 단서들로 어떻게 끼워 맞추지?’하는 느낌이랄까.

 

척하면 알아듣는 형사라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소설이니까 그렇다 치자. 이해를 못해도 분명 따라 가야할 큰 줄기는 분명 있으니까. 그런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1999년이 아닌 천구백구십구 년’, 24세가 아닌 이십 사 세라고 한글로 표기한 아라비아 숫자들은 이해불가. 내내 거슬리기만 하고. 쭉 뻗은 도로를 달리다가 방지 턱 넘어가는 것 같다.

 

과유불급. 국내 장르소설에만 유독 예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미안하다. 조금만 힘을 뺐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아쉽다. 참 아쉽다. 등단한지도 오래 되었고 상도 받은 실력이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소리다. 이런 장르소설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독자들이 즐길 만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드>를 읽고 느꼈던 아쉬운 마음은 다음에 만날 작품으로 말끔히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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