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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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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게놈 해저드’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간되었다. 복간된 책은 웬만하면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복간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최근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때문에 복간된 책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할 이유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생일을 맞은 도리야마. 퇴근 후 집에 가보니 그를 맞이한 것은 열일곱 개의 촛불과 아내의 시체였다. 충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로 정신은 혼미해진다. 초인종 소리에 놀라 문을 열어보니 형사라고 밝힌 낯선 두 남자가 방문하고 도시하루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아내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도리야마는 집으로 찾아온 형사를 피해 도망가라는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도리야마에게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그야말로 멘탈 붕괴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낯선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우연히 알게 된 지아키의 도움을 받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소설에서는 결말을 위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설정된 복선과 장치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다 보면 하나의 결말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에 이르게 된다. 뛰어난 반전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인 것은 사실이다. 기억과 비밀에 대한 사건의 진실은 흥미진진하다. 최근 어쩌다가 기억에 관련된 소설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레드’도 그랬고, ‘하품은 맛있다’도 그랬고. 내용은 다 다르지만 비슷한 설정들을 반복하여 읽다보니 의도치 않게 푹 빠져 읽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시기만 적절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요즘 SF적인 설정을 빌려 온 미스터리 소설들이 더러 보인다. 본격이든 사회파든 추리소설로서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글쎄. 아직도 만나지 못한 책들도 많고 그 세계는 무궁무진하니까 앞으로도 역시 기대되는 바이다. 무엇이 되었든 독자들을 꼼짝없이 속이는 작품을 곧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