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3disc) - 3디스크디지팩, 스틸북, 필름컷, PVC케이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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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극장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작년 일본 개봉때 부터 계속 주시해 왔던 애니메이션이고, 올 봄에 DVD립 영상으로 봤습니다만.. 이미 보고 났더니 국내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그러나 너무 좋았기에 극장에 한번 더 보러 다녀왔습니다.

얼마나 좋았냐면 최소한 저에게는 음악이나 그림체, 스토리 모두가 흠 잡을곳 하나 없을정도로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단연 최고는 스토리이지요.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앞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7년 발간된 츠츠이 야스타카의 SF소설입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읽혀져 오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며, 1983년에 실사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고, 비교적 최근에는 만화로도 출간된 바 있습니다. 소설 자체만 해도 이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그런 원작과는 다른, 궂이 말하자면 원작의 후속작 입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 카즈야 이모는 원작소설의 주인공이지요. :)

초반부에 마코토가 기차에 치여 '죽는' 장면은 관객들이 '헉'하고 놀랄 정도였습니다. 타임리프 능력을 손에 얻은 마코토의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일상아닌 일상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요. 이미 한번 봤던 저였지만, 다시봐도 충분히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메인스토리인 마코토와 치아키의 장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치아키에게 고백을 받고 당황하는 마코토의 모습이란.. ^^ 고백을 피하기 위해 타임리프를 하고, 치아키를 피해 다니는 마코토는 귀여울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마코토의 모습이란.. ^^

보통 후속편이나 속작은 항상 원작만 못하다고 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큼은 예외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을 보니 원작이 정말 많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그만큼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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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93
폴 그린그래스 감독, 케이트 제닝스 그랜트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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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911 테러가 났던때가 생생합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밤에 심부름으로 집 앞 아파트 상가 슈퍼에 다녀왔더니 대뜸 아버지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혔다고 말해주시더군요(사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니라 쌍둥이 빌딩이지만). TV에서는 속보로 연기를 내고 있는 쌍둥이빌딩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평소처럼 등교한 학교에서는 온통 전날의 테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딩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눴나 싶습니다만.. 아무튼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받아본 신문에는 일면을 포함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이 911 테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당시 신문의 일면 한 가득 칼라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돌진하는 사진이 있던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온갖 언론에서 911테러를 다루고, 친구들과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도 그것 뿐. 어떤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저 테러는 나쁘다는 생각과 안타깝다는 생각 뿐. 그 일과는 어떠한 연관이 없었기에, 오직 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911 테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 6년이 되어가는 지금. 영화 플라이트 93을 보고 나서야 911테러에 대한 어떠한 '감흥'이 생겼습니다.

영화 플라이트 93은 911테러 당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피랍된 한 항공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911테러 당시 총 4대의 항공기가 피랍되었는데, 이중 2대는 쌍둥이 빌딩에, 한대는 팬타곤에, 그리고 나머지 한대는 승객들의 용기로 테러에는 실패하고 펜실배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습니다. 플라이트 93은 이중 테러에 실패한, UA93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습니다. 플라이트 93에서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기존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악당이 아닌, 막중한 임무에 긴장하는 한 인간이고, 승객과 스튜디어스도 죽음의 공포 앞에 덜덜 떠는, 한 인간일 뿐입니다. 심지어 FAA(연방항공청)의 직원들도 처음 겪는 위기상황에서는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강의 미공군도 전투기 한대 제대로 띄우지 못합니다.

당연히(?) 정치적 의도도 배재되어 있습니다. 알 카에다, 빈 라덴, 조지 부시와 같은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 졌는지 읽어낼 수 없습니다. 플라이트 93은 단지 순수히 UA93편에서 일어난 일들을 객관적으로 보여 줄 뿐입니다.

911테러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초기에는 그 엄청난 비극에 경악했을 뿐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Loose Change'와 같은 음모론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음모론들 중에는 꽤나 신빙성 있는 사실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테러'는 매우 끔찍한 것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911 테러 이 사건 자체는 정말 끔찍한 비극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한번 그 날 목숨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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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SE (2disc)
다카다 마사히로 감독, 사쿠라이 쇼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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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니와 클로버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국내에 나오는걸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인터넷에 한 블로그에 실린 글을 읽고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허니와 클로버의 팬이거든요. :)

하지만 사실,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실사영화화 된것들 치고는 그다지 좋았던게 없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하구라는 케릭터를 실제에서는 어떻게 소화가 가능할 것인지가 최대의 의문이자 걱정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별 쓸데없는 걱정이더군요. 하구라는 케릭터의 완벽에 가까운 재현은 물론이며, 원작과의 '싱크로율'도 매우 뛰어납니다. 영화화를 위해 어쩔수 없이 약간의 각색이 들어가긴 했지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잘 처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야마다가 마야마에게 업혀 울며 좋아한다고 할 때는 애니메이션보다 더 찡하더군요. ^^

다만 원작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타케모토와 하구만 부각되고 나머지는 사이드 스토리로 전략한게 아쉬웠습니다. 원작의 매력중 하나였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 결과, 원작과 다르게 된 결말은 오히려 원작의 그것보다 더 좋았달까요. :)

또한 마야마는 원작에서의 '쿨'함을 잃고 어딘가 모르게 음침하고 소심한 케릭터로 변해버린듯 한게 다소 아쉬웠습니다. 뭐, 그것도 그것대로 잘 어울렸습니다만, 그래도 원작과 계속 비교가 되는 이 마음은 팬으로써 어쩔 수 없는것이겠지요. :)

젊은 미대생들의 풋풋한 청춘과 사랑이야기. 이것이 별 특색 없어보이는 허니와 클로버의 특색이며, 영화는 이것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원작의 팬으로써는 최고의 선물이며, 원작을 모르시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사랑 이야기가 땡기신다면 한번 보시는게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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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놓치지 말자! 이 만화!!!
초속 5센티미터(2disc) - 디지팩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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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5센티미터'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타카키'의 첫사랑을 주제로,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인 '벚꽃 이야기'와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 '코스모나우트', 그리고 어른이 되고난 뒤의 이야기인 '초속5센티미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같고 단지 배경과 시간만 다를 뿐이니 옴니버스가 아니라 연작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군요.

'벚꽃 이야기'는 타카키의 시점으로, '코스모나우트'는 카나에의 시점으로, '초속5센티미터'는 중립시점으로 각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각기 배경과 시점이 다르지만, 앞의 두 이야기는 뮤직비디오인 마지막 이야기 '초속5센티미터'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 유명한 말이 생각납니다.

여자는 첫사랑을 잊지 않는다. 새로운 사랑이 생길 때 까지...
남자도 첫사랑을 잊지 않는다. 펑생...

작품의 내용은 위 두 마디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그 때문인지 작품은 지금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답지 않게 매우 현실적입니다. 현실이 아니기에 두 사람이 다시 이어지는 극적인 결말을 기대했지만, 작품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게도 관객들을 배반합니다. 위의 두 말이 마치 어떤 공식이라도 되는 양 충실히 따르면서요. 그리고 그것이 많은분들이 이 작품의 뒤가 아쉽다고 하시는 이유일겁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답게 빛의 처리나 배경작화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음악은 각 장면들과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미장센 또한 아름다워 '초속5센티미터'라는 연작속 최고의 에피소드인 '초속5센티미터'에서는 극치를 보여줍니다.

'초속5센티미터'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초속5센티미터'는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부산과 서울에 각각 상영관이 하나씩 밖에 없지만(이 글을 알라딘 서재에 등록한 시점에서 현재는 대구와 서울에 개봉관이 각각 하나씩 있고 알라딘 등에서 DVD 예약판매 중이내요),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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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케 2007-08-0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구에서 개봉하는 곳이 있군요.. 관심은 있었지만 개봉관이 몇 군데 안되는 것 같기에 애초에 포기했었는데... 덕분에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
 

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 갤리온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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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단의 구성원은 그 집단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게 불가능 합니다. 아무리 최대한 객관적/중립적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이미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제가 몸담고 있는 이 한국 사회에 대해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해 왔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든 이미 집단의 소속자라는 점에서 완전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건 어려웠습니다.

J. 스콧 버거슨의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그러한 점에서 한국인들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무시하거나 아예 못 보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버거슨의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해 줍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 당신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지게 될 것입니다. 오죽하면 표지에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은 이 책을 읽지 마시오'라고 썼을까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대한 엄연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가 자기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깎아내리는데 기분이 편할까요. :p -물론 거기에는 미국인 특유의 신랄한 문체도 톡톡히 한 몫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사회의 한국인으로써 그냥 넘겨 짚었던 문제들, 혹은 아예 모르고 있었던 문제들을 덕분에 새로이 인지하게 되었으며, 한번 깊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썼었지만, 제목부터 내용까지 불편할지언정,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King Baeksu's Bug Crib - 저자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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