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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93
폴 그린그래스 감독, 케이트 제닝스 그랜트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아직도 911 테러가 났던때가 생생합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밤에 심부름으로 집 앞 아파트 상가 슈퍼에 다녀왔더니 대뜸 아버지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혔다고 말해주시더군요(사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니라 쌍둥이 빌딩이지만). TV에서는 속보로 연기를 내고 있는 쌍둥이빌딩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평소처럼 등교한 학교에서는 온통 전날의 테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딩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눴나 싶습니다만.. 아무튼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받아본 신문에는 일면을 포함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이 911 테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당시 신문의 일면 한 가득 칼라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돌진하는 사진이 있던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온갖 언론에서 911테러를 다루고, 친구들과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도 그것 뿐. 어떤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저 테러는 나쁘다는 생각과 안타깝다는 생각 뿐. 그 일과는 어떠한 연관이 없었기에, 오직 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911 테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 6년이 되어가는 지금. 영화 플라이트 93을 보고 나서야 911테러에 대한 어떠한 '감흥'이 생겼습니다.
영화 플라이트 93은 911테러 당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피랍된 한 항공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911테러 당시 총 4대의 항공기가 피랍되었는데, 이중 2대는 쌍둥이 빌딩에, 한대는 팬타곤에, 그리고 나머지 한대는 승객들의 용기로 테러에는 실패하고 펜실배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습니다. 플라이트 93은 이중 테러에 실패한, UA93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습니다. 플라이트 93에서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기존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악당이 아닌, 막중한 임무에 긴장하는 한 인간이고, 승객과 스튜디어스도 죽음의 공포 앞에 덜덜 떠는, 한 인간일 뿐입니다. 심지어 FAA(연방항공청)의 직원들도 처음 겪는 위기상황에서는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강의 미공군도 전투기 한대 제대로 띄우지 못합니다.
당연히(?) 정치적 의도도 배재되어 있습니다. 알 카에다, 빈 라덴, 조지 부시와 같은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 졌는지 읽어낼 수 없습니다. 플라이트 93은 단지 순수히 UA93편에서 일어난 일들을 객관적으로 보여 줄 뿐입니다.
911테러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초기에는 그 엄청난 비극에 경악했을 뿐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Loose Change'와 같은 음모론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음모론들 중에는 꽤나 신빙성 있는 사실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테러'는 매우 끔찍한 것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911 테러 이 사건 자체는 정말 끔찍한 비극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한번 그 날 목숨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