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리영희
고병권 외 지음, 리영희재단 기획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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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영희』를 읽고, 실천적 지성이 던지는 질문
Ⅰ. 시대의 불의에 맞선 고독한 양심의 재조명
리영희 선생님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진실을 향한 치열한 지적 탐구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윤리적 용기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지식인의 이정표가 된 인물이다. 그분의 사상과 삶을 32인의 증언으로 엮은 이 책, 『나와 리영희』는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법과 제도가 규율할 수 없는 인간의 '윤리적 책임' 영역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생생한 교과서이다. 내 자신, 과거의 행동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반성하고 '무지함은 용서가 아니라 잘못'임을 절감하며 실천적 지성인이 되고자 했던 이에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자유는 오로지 삶을 걸어야 얻을 수 있다"는 준엄한 경구로 다가온다. 나의 청년 시절, 전교조 집행부 활동을 하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단'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질 때,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은 가장 명확한 지침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인의 '사회적 살인' 현상이 만연하며 정의와 징벌 사이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실존적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다. 이 서평은 리영희 선생님이 보여준 지적 논리, 윤리적 균형, 그리고 고통을 통한 소명의식 확립의 궤적이 나의 삶에 어떻게 깊이 공명하는지를 분석하고, 그 투쟁의 의미가 현시대에 가지는 현재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용기와 당당함의 윤리적 무게와 실천
1. 용기와 당당함의 실존적 무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용기'와 '당당함'이라는 두 가지 윤리적 태도를 현실에서 구현한 모범 사례이다. 나는 리영희 선생님의 삶을 보며 "그렇지 못한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성찰적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는 선생님이 보여준 지식인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비판자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희생의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기꺼이 감수했던 행동가였다. 수많은 투옥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었던 그의 모습은, 내가 여의도 집회 이후 겪었던 '행동 후의 피로와 트라우마' 그리고 '극도의 불안과 죄책감' 같은 실존적 고통 속에서 윤리적 행동을 지속할 힘을 얻는 근거가 된다. 선생님의 궤적은 윤리적 실천이 개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얻는 유일한 길"임을 입증한다.
2. '노력'과 '책임'을 통한 삶의 주체성 확립
리영희 선생님은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행동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의 단상을 통해 "매일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른 순간의 노력이 있고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시작되리라 기대한다"는 나의 다짐은 선생님의 삶과 정확히 연결된다. 삶의 한 가운데서 그리 길지 않은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노력하자'는 다짐은 '신 없음의 과학'을 통해 내가 확립했던 '삶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주체적인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리영희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외부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진실과 정의라는 내면의 기준에 따라 치열하게 이끌어갔다. 이는 곧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그 책임을 지적 탐구와 윤리적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실존적 자각으로 이어진다.
Ⅲ. 지적 논리와 리적 균형 감각의 확보
1.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논리 추구
리영희 선생님의 지성은 '공학도적 논리'와 '철저한 사실 분석'이라는 과학적 원칙에 기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내가 천안함 사건을 보며 '정치 권력에 의한 과학적 결과의 악용'을 경계하고,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을 통해 '과학의 근본적 불완전성'까지 통찰했던 나의 지적 탐구 방식과 동일하다. 선생님은 맹목적인 이념 추구를 거부하고, 철저히 자료와 논리에 근거하여 주장했다. 이는 내가 인식한 책의 구조처럼, 지식을 윤리적 실천의 도구로 사용했던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논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저항 무기임을 보여준다.
2. '새는 좌우의 날개로' 비행하는 균형론
리영희 선생님의 사상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간다'는 균형 감각이다. 내가 전교조 활동을 하며 주변으로부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반문했던 성찰의 경험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회라면, 적어도 나는 약간의 왼쪽으로 치우쳐야 그 중심이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 시소를 봐도 그 중심이 맞춰지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것처럼 좌와 우는 서로에게 긍정의 시너지를 주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영희 선생님의 관점은 바로 이러한 합리적 중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진정한 균형은 중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무게추가 기울었을 때 그 반대편에 윤리적 무게를 실어 공동체의 중심을 잡으려는 능동적인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는 '급진적 평등 사고(성의 변증법)'를 수용하고 '종차별 비판(동물주의 선언)'으로까지 윤리를 확장해 나가는 나의 반차별적 행동주의에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3. 이데올로기 너머의 인간적 시선 ('8억인의 대화')
리영희 선생님이 '8억인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 중국에 대한 시각은 지적 탐구의 최종 목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나는 중국에 대한 평가절하를 경계하며, 겉으로 보이는 공산주의의 모습 너머에 '인간적 모습'과 '잠재적 에너지'를 읽어냈다. 선생님의 탐구는 단순히 정치적 구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데올로기 뒤에 가려진 개인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사상을 유지했다. 이는 내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힘을 연결하려는 노력의 출발점이 된다. 리영희 선생님은 지성이란 결국 '타인의 고통과 삶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시선과 함께해야 함을 증명한다.
Ⅳ. 트라우마를 넘어선 소명의식의 완성
1. 투쟁 후 피로와 공포의 직면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징계와 투옥으로 점철되었고, 이 책의 증언들은 그 고통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전한다. 이는 내가 여의도 집회 이후 겪었던 '집회 후 피로와 절망', '극도의 불안과 트라우마'와 같이 윤리적 실천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고통과 닿아 있다. 행동주의자는 부조리에 맞설 때 공포를 느끼지만, 리영희 선생님은 그 공포를 회피하지 않고 '진실'이라는 가치를 위해 능동적으로 돌파했다. 내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고백하며 트라우마를 직면했듯이, 선생님은 고통 속에서 인간적 약함을 인정하면서도 '시대의 양심'이라는 소명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양면성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정한 성찰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2. '흔들리지 않는 교육 노동자'로의 정체성 확립
선생님의 삶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 소명'으로 귀결된다. 나 역시 극심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교육 노동자'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는 리영희 선생님이 지식인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글을 썼듯이, 나 역시 교단이라는 가장 중요한 현장을 떠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노동자의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윤리적 결단이다. 이 책에서 증언되는 리영희 선생님의 일화들은 지적 탐구와 실천이 별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선생님의 삶은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초기 질문에 명확히 답한다. 즉, 공부의 목적은 세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있으며, 그 논리적 분석은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윤리적 실천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Ⅴ. 지성이 사회적 폭력을 넘어설 길
리영희 선생님의 '고독한 용기'는 진실이 저평가되고, 대중의 도덕적 우월감이 '사회적 살인'이라는 폭력으로 변질되는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백신이다. 조진웅 사건과 같이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논란과 징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대중은 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공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잔혹하게 파괴한다. 이러한 폭력 앞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되, 그 책임이 영원한 사회적 죽음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집단적 징벌은 경계해야 한다. 둘째, 언론과 지식인(교육 노동자 포함)은 '진실 추구'라는 목적을 잃고 사적 감정이나 상업적 관음증에 기여하는 행위를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 ('MBC를 날리면'에 대한 나의 분노처럼).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끝없는 성찰과 용기를 통해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통제하고,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실천적 양심' 그 자체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이 보여준 지적 논리와 윤리적 균형을 나의 소명인 '교육 노동' 현장에 적용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의 삶이 '후회 없이 노력하는 순간의 연속'이 될 때, 리영희 선생님이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비로소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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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이란 무엇인가 - 실은 텅빈 상태가 아니었다
히로세 타치시게 / 전파과학사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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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 속에 우리의 상식을 반전 시킨다.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 들은 그동안 물리학과에서 배웠던 수학적 내용을 말과 글 그리고 그래프로 설명을 하고 있다. 문득 문득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진공이라는 주제로 시작해서 소립자 까지 유연하게 연결하면서 설명이 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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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읽기 - 개정2판
임두원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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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의 대부분은 철학적 사색을 담고 있다. 

다만 찬찬히 읽다 보면 그 생각의 순서가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순서와 무척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그는 아마 최초로 과학적 사고를 한 결과를 문서로 남긴 사람일것이다.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을 문서로 남겨 지금까지 전해 오는 책은 그의 책 한 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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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IRIS 2 - 첨단 첩보 스릴러
채우도 지음 / 퍼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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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드라마로 보았고

문득 생각이 나서 소설로 다시 보았다. 

내용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청량한 사이다 정도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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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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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동경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더시 우주를 항상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금 그의 책을 만날걸 생각하니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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