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에서 김화영은, 카뮈가 오랑(알제리의 도시)에 바친 글 <미노타우르스>에서, 오랑 시청 앞의 두 마리 대형 청동 사자상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것을 인용한다.
"여기에 시시한 작품을 남긴 한 명성 자자한 예술가가 있다. 선멋 부리는 시청 앞에다가 그가 세운 그 순해 빠진 야수들에 몇십만명의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다. 이것도 딴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에서 성공하는 길의 하나다... 카인은 바다 건너 식민지 어느 상업적인 지방 광장에 우스꽝스러운 낯짝 두 개를 만들어 세웠다. 한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언젠가 피렌체와 함께 허물어질 것이지만 이 청동사자는 아마 재앙을 면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무의미와 견고함이 있다. 여기서 정신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물질은 큰 의미를 가진다. 범용한 작품은 무슨 수단으로든 영속하고자 한다. (후략)"
그리고 김화영은 구청이 관리하는 서울의 집 뒷동산 입구에, 어느 '시인'의 수필만도 못한 글이 새겨진 커다란 자연석의 '무의미와 견고함'을 보면서 카뮈의 말을 다시 새긴다. "감히 '돌에 새기는 무의미'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예술'과 '영속'의 욕망" 이 도처에 있다고.
이것을 읽고 나니 내 머릿속에도 '무의미와 견고함' 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을 만한 한 곳이 떠오른다. 가본 적은 없지만, 가보자는 지인들을 뿌리치느라 애를 먹었던 곳이다.
http://www.largef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