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노조 상근 일을 하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폭력적인 결정이었다. 그 바람에 며칠째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려, 베스트셀러에 대한 오랜 편견에도 불구하고 <미움받을 용기>까지 읽었다. 내심에 반해 내린 직업적 결정이, 혹시나 멍때리고 대충 살다가 거절을 못하고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어 공연한 일에 휩쓸리고 마는 그런 패턴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아니나다를까, 책은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순간만 살아서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인데. 이런 책이 필요한 인간형은 따로 있을텐데, 열등 콤플렉스, 인정욕망은 어느 정도는 편집증적인 거라 그런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고 순순히 수긍할 지는 의문이 든다. 여러 모로 보아도 심리학보다는 자기계발서가 맞다. 아들러 심리학의 권위를 이야기하기 위해 데일 카네기와 스티븐 코비를 동원하는 건 경악스럽기까지 했다(29p). 하지만, 자기계발서로 알고 읽은 것이니 지나치게 까탈스럽게 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순순히 받아들여 나의 노조 상근 행을 해석하자면, 어쩌면 나는 실은 이 일이 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두려워서 내심에 반한 결정이었다는 핑계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런 단순화를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직면할 힘을 주긴 하는 것 같다. 사실 미움 받을 용기는 예나 지금이나 갖고 있는데, 그냥 만사가 지독하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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