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문학동네의 책들!

(내가 가진 책을 제외하고 작성해서 조금 아쉽다.)

추천 도서와도 비슷하니, 참고하며 읽어보시라.

일단 나는 외국문학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딱 10편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1.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요것 때문에 재작년부터 더더욱 문학동네를 완소하고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절판된 책들을 요새 문학동네에서 꾸준히 내고 있다. 체호프의 후계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편에 있어서 탁월한 실력을 가진 작가다. (물론 그의 소설은 미니멀리즘의 생활에서의 번뜩임 등을 주로 차용한 체호프의 성격과도 잚아있다) 지난 해에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사서 읽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물론 문학동네에서 나온 레이먼드 카버의 다른 저서도 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 다니엘 페낙의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다니엘 페낙하면 프랑스의 대표 소설가! 딱 이게 떠오른다. 『소설처럼』의 경우 정말이지 프랑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속속 문학동네에서 출간되고 있다. 어찌나 기쁜지!!! 얼마전 한국의 젊은 지성인 117명이 뽑은 책들 중에 페낙의 『산문 파는 소녀』가 들어가기도 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페낙의 다른 책들로는 『독재자와 해먹』, 『마법의 숙제』, 『정열의 열매들』이 있다.

3.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 구슬』

투르니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외면 일기』가 아닐까. 양철북과 더불어 전쟁문학의 최고봉으로 오른 작품. 그런 프랑스의 걸출한 작가 투르니에의 비교적 외면(?) 받은 작품들이 문학동네를 통해서 출간되었다. 위의 한 작품과 『사랑의 야찬』이다. 두 권다 가지고 싶은 마음을 어찌 추스릴 수 있을까.

4. 샐린저의 『아홉 가지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미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던 샐린저. 그의 신비주의 컨셉은 뒤로 하고 그의 작품만 보더라도 충분히 추앙받을 가치가 있는 작가다. 앞서 말했던 그의 작품이 워낙 유명한 탓에 샐린저의 이름값은 톡톡하지만 정작 그 외의 다른 작품들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재미있게 읽고, 샐린저의 팬이라고 자청하는 사람은 꼭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외에도 문학동네에서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가 나왔다.

5. 쥘 르나르의 『자연의 이야기들』

 『홍당무』, 『박물지』 이 두 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흔치 않은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 한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귀재인 르나르의 책. 일러스트도 가득하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겠지만, 그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른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6.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빅토리아의 발레』

이름이 낯설다고?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본 사람이라면 분명 원작 소설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이미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알 수 있듯 스카르메타는 칠레의 작가다. 남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스카르메타. 그러한 스카르메타의 비교적 덜 알려진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7-8.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1,2』

이제까지의 작가보다 비교적 연륜(?)이 적은 작가이지만 충분히 주목할만한 작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 세대 이후 작가들은 인기있는 작가가 극히 드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나 커트 보네거트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미 간 세대이지만 요즘 들어 잘 나갈 수 있는 미국 작가가 누가 있을까? 딱 떠오르는 두 작가가 있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존 어빙과 조너선 사프란 포어. 둘 중 하나인 존 어빙의 작품이 읽고 싶다. 미국 문단에서 대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요새 잘나가는 미국 문학 읽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9.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에밀 아자르로도 알려져 있는 로맹 가리의 책. 이 책이 가장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절판된 책들이 많아서 매니아들의 애를 태우고 있기도 하다. 매니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이 좋다는 것이고 고로,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나왔던 책 중 가장 대표작인 『자기 앞의 생』 또한 문학동네에서 출간 되었다.

10. 페터 빅셀의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페터 빅셀을 잊을 수 없을 듯. 절묘한 호흡과 짧은 문장 그리고 색다른 사고로 소설 읽는 재미를 톡톡히 안겨주었던 작가다. 그의 작품 중에서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품은 요것 하나. 어찌 안 읽어 볼 수 있으랴.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이다!!

 

마지막으로, 요새 문학동네에서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국내)미출간 작품을 속속 낸다는 말을 들었다.(『나라 없는 사람』을 사니 뒤에 근간이 꽤나 되더라) 어찌나 기대가 되는지. 앞으로도 좋은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게속 했으면 한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페터 빅셀 지음, 백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08년 03월 10일에 저장
품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8년 03월 10일에 저장
품절
가아프가 본 세상 2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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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프가 본 세상 1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08년 03월 10일에 저장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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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록펠러는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불만은 진보의 아버지’라고 했다. 이 말로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면 간단할까. 인간의 역사가 진보하는가 반복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일단 제쳐두고, 테크놀로지의 역사는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성경에서 이르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부터 인간은 대지에 인간의 세상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집을 짓고 다리를 짓고 건물을 올리고 심지어 이제는 강을 바꾸고 산을 없애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의 아래에는 테크놀로지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물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는 하나의 목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인간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쌓아올리는 바벨의 탑과도 같다. 좀 더 안락하게 살 수 없을까, 좀 더 편하게 살 수 없을까. 이러한 필요들은 자연스럽게 테크놀로지의 진보를 가져왔고 필요는 애초에 불만으로부터 왔다. 그러하니 록펠러의 말이 어찌 맞지 않으랴.

저자는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주로 19세기 산업혁명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의(혹은 서양사관의) 테크놀로지 역사다. 테크놀로지가 발명과 혹은 필요 불만으로부터 왔고 지금에까지 이르렀다면 분명 좀 더 바람을 잘 막고 비를 잘 피하기 위한 움막을 짓기 시작한 때부터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해야 맞다. 하지만 저자는 굳이 19세기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물론 저자는 테크놀로지는 그 하나로도 분명 창조이며 필요만으로 쌓는 작은 옹벽이 테크놀로지라고 하진 않았으나― 그것은 이 책의 맹점 중에 하나다. 테크놀로지 자체의 명제와 어울리지 않게 기계문명과 테크놀로지를 한 데에 묶어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양에서 시작된 산업사회와 기계문명이라고 해야 옳겠다. 이 책에는 오로지 미국과 유럽의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도 시종일관 서구의 테크놀로지만 다루고 있다. 반쪽짜리 테크놀로지의 역사인 셈이다. 이런 반쪽의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분명 저자의 의도 중에 하나일 테지만―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영국에서 이루어진 산업혁명이지만 신대륙에서 황무지 위에 진정한 인간의 도시 건설을 꿈꾼 청교도들의 나라 미국이 테크놀로지의 정점에 서있다는 것. 그러니 이 책은 어쩌면 미국 테크놀로지의 역사라고 해야 옳다.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한 테크놀로지의 역사가 이 책의 전부라고 감히 단언하고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것은 무엇인가.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생태기술학의 역설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놀로지의 폐해다. 테크놀로지가 발전을 하면서 무시된 것이 있다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마 자연의 파괴일 것이다. 인간의 입맛대로 산을 깍고 거기에 건물을 세웠으니 어째 자연이 멀쩡할 수 있을까. 건물은 아예 세우지 않았던 것처럼 헐 수 있지만 산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 법. 지금에 와서야 우리는 망가진 자연으로 입은 피해를 떠올리고 부랴부랴 복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문제는 아이러니 하게도 여기에서 또 떠올리게 되는 것이 테크놀로지라는 것. 이른바 생태기술학. 좀 더 진보한 테크놀로지로 다시 생태를 복구하겠다는 이러한 열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자는 분명 환원주의를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다시금 인간이 가진 마지막(?) 힘인 테크놀로지로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생태기술학이라는 것도 역시 결국에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

이러한 아이러니와 아이러니를 헤치고 문뜩 나는 소쇄원이 생각났다. 뜬금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생태기술학이라는 것이 사실은 이미 조선시대에 선조들이 하던 방법이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담장을 칠 때 나무가 있으면 베지 않고 돌아서 담을 쌓았고, 땅을 다지는 것마저 무분별하게 산을 깎는 것이 아니라 지반을 그대로 두고 축조기술을 이용해 평행을 잡았던 저자가 말하는 바로 그 생태기술학. 아무래도 나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서양의 테크놀로지만을 언급했던 이유가 동양적 축조기술의 산물들을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에서는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사실, 그러한 생태가 빠진 테크놀로지는 그들에게서 시작된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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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20세기를 바꾼 위대한 3명의 학자를 꼽으라면 여러 사람이 거론되겠지만 굳이 간추리자면 소쉬르, 마르크스, 프로이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이다. 이 책은 바로 이 프로이트가 주창한 이론들이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근 숭배, 거세 공포 등 심리학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이용해서 옷차림 혹은 옷과 관련된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저자의 약력을 살피니 그럴만하다. 두 사람 모두 일단 정신과 의사이다. 이 두 사람은 옷이 사람의 제 2의 피부라는 것에서 벗어나 쇼핑 그 자체와 옷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식과 깊게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은 옷과 관련된 것을 주 대상으로 삼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하고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대체 어떤 비밀을 담고 있을까. 단순하게 내가 빨강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빨강색 아이템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일까. 빨강색 그 자체가 담고 있는 어떠한 상징성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쇼핑 중독과 노팬티 붉은 부츠와 오래된 스웨터 등 우리가 선택하고 간직하고 있는 옷들은 단지 그 자체로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을 투사한 하나의 매개체로 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옷 그 자체가 아니라 옷을 선택하는 당사자라는 점이다. 아무리 같은 옷일지라도 개인이 선택하는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고 그 이유 또한 그럴싸하게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기저에는 개인은 알지 못하는 개인의 심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부인이 연애시절의 추억이 담긴 옷에 집착하고 그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옷이 비싸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욕망을 옷에 투사해서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 책에는 실질적으로 옷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옷이나 다른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내면이 숨어있다고 하겠다. 그러니 ‘나를 벗겨줘’에서 벗기는 것은 옷뿐만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한 여성의 옷 구매 습관을 인생을 모두 거세 공포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 여성의 불안함과 동경을 남근 숭배 의식이라고 일축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 종종 저지르곤 하는 치명적인 실수는 한 인간을 재단하려 하는 데에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그에 따른 표준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 자칫 이 책을 읽고 빨간색 뱀피 부츠를 신은 여성을 보면서 저 여성은 분명 자신의 성적 욕망과 자신감을 부츠에 투사 시키고 있다고 지레짐작 추측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옷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물건들과 행위들은 이미 기저에 유아기에 겪었던 트라우마나 무의식의 욕망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고로 이 책에서 친절한 일화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모든 글은 프로이트 식 설명을 위해서 차용한 하나의 걸출한 예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단순히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을 터. 그렇기에 이 책은 어쩌면 조금은 위험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미로 그리고 이렇게 설명하는 방법도 있구나 하면서 살피면 충분히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이론에 맞추어 무조건적으로 설명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간단한 일화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주석과 가까운 저자의 설명은 프로이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다. 게다가 챕터가 잘 나뉘어있고 호흡이 짧아 부담 없이 금방 읽기에 좋다. 프로이트 팬이라면, 가벼운 심리서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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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무기력 실험’을 혹시 아는지 모르겠다. 방에 개를 가두고 피하기 쉽지 않은 장애물과 트랩을 설치한 후 방에 전기충격을 가한다. 처음 개는 피하려고 하지만 장애물과 트랩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전기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는 사이, 그 타성에 물들어 나중에는 장애물을 없앴는데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전기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장애물이 없는 방에 두 부분으로 나누어 처음의 전기충격 실험을 받은 개와 그렇지 않은 개를 함께 둔다. 방의 한 부분에는 전기충격이 오도록, 나머지 부분에는 오지 않도록 하고 두 마리의 행동을 관찰한다. 전기충격이 오면 전에 전기충격실험을 했던 개는 전기충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으며 그렇지 않았던 개는 전기충격이 오지 않는 방으로 탈출한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고 다른 개는 이미 탈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의 전기충격을 피하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된 무기력 실험이다. 처음에는 무기력 하지 않지만 계속 반복된 상황에 물들어 결국에는 무기력에 젖어 의지조차 잃는 상태. 이 책에서 등장하는 ‘가스등 이펙트’는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가 어떤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그러한 영향력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한다는 데에 있다. 모든 영향력이 그렇진 않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향력은 나의 견해를 위해서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른바 ‘가스등 이펙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게다가 주 대상을 여성으로 삼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높아진 여성의 지위와 함께 수반된 과거의 여성 지위를 꿈꾸는 남성과의 이해관계가 이러한 사례를 만들어내는 원인과 다르지 않다. 허나 이러한 대인관계의 일은 굳이 이러한 말을 덧붙이지지 않아도 남성 대 남성, 여성 대 여성, 남성 대 여성 등 성별을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사례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 피해자와 가해자의 유형, 극복 방법을 자세한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세히 들어가서, 어떠한 불화의 상황에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하는 말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원색적인 인신공격에서부터 부드럽지만 비수가 꽂힌 말까지 우리는 다양한 비난과 오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떠올린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상대의 언행에 처음에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아니 내가 정말 그런가?’라고 떠올리며 상대에게 인정 혹은 부정의 단계의 거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그런 것이었어.’ 위에서 언급한 학습된 무기력과 같이,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은 처음에는 상황을 원래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점차 반복됨으로써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에는 영향력을 미친 사람의 말처럼 된다. 일련의 과정은 영향력 혹은 주도권에 따라서 마침내 복종하게 되는 상태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기애의 결여와도 닿아 있다.

사람의 마음은 약한 것이라서 누군가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힘을 얻게 마련이고 주위의 갖은 비난에는 흔들리고 쓰러지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내용들도 그와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관계에서의 동등함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휘둘리는 것이 사람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계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바로 이 두 가지이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에게는 비난도 자신의 길에 대한 신념을 부과하지만 흔들리는 사람은 아무리 목표가 옳을지라도 비난에 쓰러진다. 처음 쓰러지고 나면 그 쓰러질 때의 패배감과 무기력은 수치로 남는다. 하지만 한 번 쓰러졌기에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면 다시 쓰러지게 되고 결국에는 그러한 실패와 무기력에 젖어 모든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회생의 길은 있다. 연인관계 부모관계 직장관계 등 무수한 관계들 혹은 자신의 길 위에서 이미 쓰러졌을지라도 이 책에서는 다시금 그런 관계를 끊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가스등’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형사의 말에 다시금 제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형사를 찾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형사는 사실 제 마음 속에 있으며 잃은 의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면 심리학 저서라고는 되어 있으나 이 책은 좀 더 심리적인 자기계발에 가깝기도 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애라는 것도 그러하지만 책의 전체에 걸쳐서 나뉘어져 있는 유형 정리는 심리학적인 측면보다는 그저 다년간의 심리치료사의 경험에 따른 일방적인 분류처럼 보인다. 게다가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책의 내용에서 등장하는 고민과 상황들은 단지 지배와 피지배와 같은 하나의 도식이라기보다는 대인관계에서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들과 같다. 물론 그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맞다. 그마저도 이미 마틴 셀리그만이 했으니 문제이긴 하지만. 쉬엄쉬엄 읽기엔 좋은 세미-심리학이라고 부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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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요새 들어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책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영국이 그토록 자랑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 셰익스피어. 유수의 문학가들 중에서도 단연코 상위 1%를 놓치지 않는 대문호. 찬사들은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고, 이 책 이러한 셰익스피어의 비밀에 대해서 파헤치는 소설이라고 하겠다. 사실 셰익스피어 자체의 비밀이라고 하긴 그렇고 이렇게 중대한 인물의 고서가 발견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디아나 존스에서 그렇듯이 중요한 물건 혹은 비밀의 물건에는 여러 가지 암투가 벌어지는 법. 장편답게 무수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이 고서를 가운데에 두고 이해관계가 얽히고 죽고 혹은 실종되며 결말에서 모든 비밀은 풀어진다. 너무 단순하게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 책의 내용은 이것이 다다.

디테일하게 설명하면 분명 이 책도 다른 소설들과의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이야기의 틀과 전개 방식 그리고 모티프까지 이 소설은 내용이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재미있게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비밀에 기대를 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이 고서의 주인이 셰익스피어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1세 혹은 다른 유명한 사람들의 고서였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고서 그 자체의 존재일 뿐이니까 말이다. 셰익스피어만이 꼭 이 비밀의 한 가운데에 있어야 했다고 여겨지는 필연적인 부분을 그리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개의 긴박감 혹은 스릴러 요소? 아쉽게도 이 책은 여타 장르 소설에 비해서 느슨하다. 그럼 인물? 인물의 매력에 관해서라면 개인적인 취향이 크니 제쳐두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나마 작가가 공들여서 썼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구성에 있었다는 말이다.

완전한 서간체 소설도 아니면서 편지는 상당 부분 키워드를 품고 있고 한두 통이 아니라 소설의 전체적으로 흐름을 아우르는 구실을 한다. 책을 읽으면 확실하게 알겠지만, 소설의 사이사이에 비밀이 담긴 편지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이야기는 힘을 가지게 된다. 물론 그것이 가속도를 붙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 흠일지도 모르겠지만. 편지는 과거와 현세를 묶고 동시에 이야기의 진행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현세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는 사이에 소설의 두 주인공도 각자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크게 흐름을 따진다면, 과거와 현재 하나, 두 주인공의 각각 하나. 이렇게 총 세 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이야 집중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또 화제가 바뀌면 지치고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내 생각엔 이 소설 이러한 맛도 없었다면 더욱 평범한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각 이야기의 진행이 이렇게 약간은 중구난방이었다면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조각난 퍼즐은 모두 맞춰져야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 법. 이러한 이야기들은 종래에 하나로 모인다. 두 주인공이 만나고 하나의 이야기로 뛰어들게 되고, 머나먼 셰익스피어 시대의 이야기는 현세로 그대로 이식된다. 자칫 완급조절이 느슨해서 이러한 거대한 흐름으로 가는 이야기의 축이 그리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음이 안타깝다. 조금 더 작가가 잔가지를 쳐내고 흐름을 잘 살리는 쪽으로 전개했더라면 훨씬 더 결말이 궁금해지는 소설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뚱맞은 결론이지만 역시나 온전히 알려지지 않은 것에는 비밀이 도사리기 마련이고, 거기에 매달리는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살아가는 것은 현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감춰진 것, 과거의 것, 일종의 신비. 이러한 것들이 매혹적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더 소중하다는 것. 그게 바로 그나마 끄집어낸 이 소설의 교훈(?)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가장 아쉬운 점이 있는데. 셰익스피어가 당시에 하루하루를 소상히 적은 일기라도 남기고, 그것이 세상에 퍼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 미혹되는 사람들이 현실을 팽개치고 암투에 뛰어드는 일은 그래도 막았을 것이 아닌가. 아, 비밀 없는 세상은 너무도 초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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