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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미래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라서 사실은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내용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 바로 그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 이 소설은 메리 셸리라는 여성이 젊디젊은 20대에 쓴 소설이다. 그것도 당대의 유명 시인 바이런과 함께 한 자리에서 유령 이야기를 써보자는 말을 듣고 바로 써 내려간 소설이기도 하다.
원래 내가 상상했던 원작은 미치광이 과학자와 조금은 불쌍한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였다. 헌데 원작은 잠시 미쳤지만 유약하고 자신의 세계에 사로잡혀 살며 생각이 너무나 많아서 답답하기까지 한 과학자와 똑똑하고 불쌍하되 동정할 수 없게 만드는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아는 프랑켄슈타인은 뒤통수에 나사가 있고 잽싸진 못한 동작에 힘만 세고 조금은 멍청하다. 하지만 원작의 프랑켄슈타인은 흉하게는 생겼으나 잽싸고 강한 신체를 가졌고 2개 국어를 할 수 있으며 칸트를 아는 지식인이다.
이야기는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북극탐험을 나선 월든이라는 선장은 우연히 어떤 병약한 남자를 배에 태우게 되고 곧 그에게서 정신적인 위안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고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보낸다. 그 편지의 내용은 실로 경악할만하다. 우연히 태운 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고금에 다시없을 광기 어린 과학자의 불행한 말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던 것이다.
빅터라는 과학자가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연금술에 관심이 많았으며 나중에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탐미로 자신이 바로 창조주가 되는 꿈을 꾸게 되고 결국에는 피조물을 만들었다. 허나, 그에게 실수가 있었으니 처음에 만드는 피조물에 대한 성공에의 집념으로 하여금 디테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크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2미터 50센티의 인간을 만들자고 결심했다는 점이다. 괴물의 조직들은 어두운 밤에 묘지에서 파낸 것들이었고 얼기설기 얽어진 얼굴은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 그 피조물은 안타깝게도 너무나 크고 너무나 못생겼던 것이다. 거기에 더더욱 큰 그의 실수는 인간보다도 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강인한 육체와 공허한 머리. 이 얼마나 실로 괴상망칙한가.
그 피조물에게는 이름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의 이름이 아니다. 그 피조물을 만든 장본인 바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인 것이다. 빅터는 실험에 성공하고 나서 일어난 피조물을 보자마자 그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면서 달아나 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고 도망쳤기에 자식에게는 이름은 없고 고스란히 아버지의 성만이 내려온 것이다.
버림받은 피조물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단순한 본능에 따라서 산열매를 따먹으며 연명하지만 곧 자신은 보통의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고 절망한다. 처음에는 선량한 마음에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해주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혐오 그리고 질시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피조물은 너무나 못생겼기에. 그의 강력한 힘도 그의 선량한 마음도 사람들은 모른다. 단순하게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하고 판단한다. 결국 산으로 들어가 혼자서 생활을 하게 되는 피조물은 곧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한 가족을 보게되고 그 가족을 몰래 훔쳐보며 언어를 배우고 풍습을 배우고 인간을 배우게 된다. 그 가족은 너무나도 선량하고 착한 인간이었기에 그는 몰래 장작을 패다주는 등 선행을 베풀지만 자신의 외모에 대한 반응을 알기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결심을 하고 나선 바로 그 날. 그는 악마라는 말을 듣고 도망치기에 이른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에게 마저 버림받은 그는 자신을 창조한 빅터에게 한없는 증오를 갖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선량한 마음을 가진 못생긴 인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만들고 버린 빅터와 사회에 대한 복수심만이 남았다.
허나 프랑켄슈타인은 여기서 바로 복수를 하지 않는다. 그는 빅터를 찾아가 단 한 가지의 청을 한다. 자신과 같은 여인을 만들어 달라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그녀와 함께 영영 사람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둘이서 살겠다고. 하지만 빅터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피조물의 창조주에 대한 복수극.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만은 그 복수극에는 어린아이 여자 노인 가족 할 것 없이 다 죽어나간다.
또한 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빅터는 자신과 같은 프랑켄슈타인을 좇다가 북극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마지막까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사실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말이니 말이다.
구조는 그렇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도 사람 구실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괴물의 형상을 하고도 사람의 구실을 하는 괴물이 있다. 보통의 말로 개보다도 못한 놈. 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딱 그런 경우다. 물론 나중에는 둘 다 미치고 복수에만 연연해서 불모지의 북극까지 가게되지만 말이다.
다 읽고 결말을 내리기가 참으로 미묘했다. 단순한 복수극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고 그렇다고 다른 거창한 이름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종일관 우리에게 주입하는 하나의 사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외모지상주의 척결이다. 프랑켄슈타인의 복수극의 시작도 바로 그 못생긴 외모로부터 시작됐고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배척했던 이유도 그 외모 때문이 아니던가.
고전을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외모지상주의 척결이라고 하니 좀 우습기도 하지만 이것말고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원작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릴러가 넘치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빅터의 고뇌와 프랑켄슈타인의 음울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고전에 대해서 약간은 딱딱한 느낌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이 프랑켄슈타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