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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시종일관 특이한 캐릭터와 특이한 질병들로 우리는 정신없게 흔들고는 다 읽고 나면 유쾌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게 하는 책.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인 것 같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거기서 나와 같은 처지를 상기하게 만들고, 다 웃고나면 나의 스트레스도 함께 흩어지게 해버리는 이라부의 명쾌한 진단.
당신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가? 뽀족한 것을 보면 몸서리가 쳐진달지, 직장의 신입 사원에게 믿음이 안가고 자꾸 나를 따돌린다는 생각이 든달지, 지나가는 아저씨의 가발이 벗기고 싶어서 안달이 난달지, 하고있는 일이 시원치 않고 자꾸 엇나간달지, 무엇인가 불만족하고 미련이 남는 일이 있달지.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
음침하고 습기 때문에 눅눅한 지하 1층. 똑똑똑ㅡ, 노크를 하면 문의 건너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한 마디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약간은 미심쩍은 느낌이 들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참으로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펼쳐진다.
1인용 쇼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몸의 의사가 앉아 있고 그 뒤로는 쇼파에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한가한 눈으로 잡지책을 들추며 담배를 피우는 F컵의 간호사 한 명. 그리고 일단 비타민 주사를 맞아야 할 것이다. 주사에 흠칫 놀라지만 이윽고 간호사 상의에 풀려진 단추 사이로 보이는 가슴 계곡에 침을 꼴깍ㅡ, 하고 넘기게 될 것이다.
슬슬 안달이 난다. 과연 여기가 병원이 맞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게으치는 마라. 며칠 다니다 보면 주사에 익숙해질테고 당신의 이름모를 병은 치유될테니까.
그렇다. 여기는 이라부 종합병원 지하 1층 신경정신과. 당신은 환자다.
우리는 살면서 저도 모르게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안달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것들이 마음의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와 괴롭힌다. 보통은 그런 것들을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혹은 당신은 너무나도 과민한 현대인이기에 혹은 술자리에서도 여간해서는 안 풀리기에 신음한다.
그럴 때 우리는 속으로 끙끙거리기 일쑤다. 창피해서 혹은 너무나도 개인적이라서 남들에게 말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앓는 것이다.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것은 아니다. 속시원하게 말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당신의 고민에 귀기울여 줄 사람을 찾을 것이다.
나의 너의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의 고민에는 따로 약이 없다. 맞아도 맞아도 소변으로 배출되어버리는 단순한 비타민 주사처럼 우리의 고민도 그날 그날 흘려 보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