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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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스탠딩 에그라는 그룹의 멤버 중 한명이다. 2010년 데뷔 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던데 미안하게도 첨 들어봤다. 저자란에 '에그2호'라고 적혀 있길래 장난하나 싶어 검색해보니 스탠딩 에그의 멤버는 셋, 이름(활동명?)이 EGG 1호, EGG 2호, EGG 3호다.ㅎ

'에그2호', 그는 뮤지션인 동시에 카페 주인이자 작가(에세이스트)다. 망원동에서 '모티프'라는 카페를 운영 중이다. 책에선 작가가 마주한 커피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들이 나와서 얼핏 보면 여행에세이 같기도 하다.

요즘 에세이는 원채 글이 가볍고 주관적이라 호불호가 갈리다 보니 추천하기가 꺼려지는데 이 책은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든 만족할 만하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음미하며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별점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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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줄리안 무어 외 출연 / DVD Top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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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전염병 관련 영화들을 찾아보다보다보다보다 여기까지 왔다(이틀 동안 연달아 봐서 감상 기록을 하나도 못했?!!) 이 영화는 전염의 증상이 맹인이 되는 것이다. 더 특이한 것은 모든 이들이 맹인이 되지만 주인공인 줄리안 무어만이 멀쩡하다는 것. 그리하여 관객은 줄리안 무어의 시선으로 눈먼 자들의 행태를 주시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각색의 문제를 언급하던데 원작을 못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영화적 재미는 그럭저럭이다. 개연성에 구멍도 좀 보이고 솔직히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원작을 읽고 싶다. 그러니 자세한 이야기는 원작 읽고나서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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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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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피에르 바야르는 독서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두려움. 그러니까 독서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책을 펼쳤으면 정독을 해야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정독을 했으면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덜어주고자 한다. 사실 한국인에겐 이 두려움들이 정도를 넘어 거의 죄책감 수준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만 그런가?

학습공간은 완전한 읽기가 가능하다는 환상 속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받거나 자신들의 견해를 표명하는 그 책들을 과연 실제로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를 알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폭력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는 참과 거짓의 논리를 따르지 않으므로, 모호성을 걷어내고 과연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실하게 평가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환상이다. - 173p

책 속에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팁을 알려주기는 한다. 다양한 상황들을 예로들며 친철하게 대처 요령을 설명한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마빡을 후려칠 만한 참신한 팁은 없다. 그보다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저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는 되려 정독을 지양할 것을 권한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어떤 책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책을 다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능력이 뛰어날 수록 문제의 책을 읽을 필요성이 덜해진다고도 말할 수 있다. - 36p

훑어 보기를 통한 전체(숲)의 총제적 시각화 VS 특정 분야(나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넓고 얉은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나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목표가 아닌 이상에야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평범한 독서가라면 본인이 처한 환경이나 목적에 따라 훑어 보기 또는 발췌독과 같은 방식이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고, 각 잡고 들입다 파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이 책의 외부에 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담론의 순간이며 책은 그 구실이거나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 책의 공간보다는 그 책에 대한 담론의 순간과 더 관계가 있는 것이다.' - 211p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어떻게 읽었느냐가 아니라 그 책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얻었느냐다. 긴 시간들여 완독하고는 몇 달 후에 죄다 까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발췌독으로 10분의 1 분량만 읽었지만 거기서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문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완독에도 목매지 말고 비독서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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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틱
조 페나 감독, 매즈 미켈슨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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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조난 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 <아틱>. 최근에 본 <남극일기>도 출연진이 7명으로 적지만 이 작품은 사실상 두 명이 전부다. 그 중 한 명은 전체 러닝 타임 동안 단 2~3마디의 대사가 전부다. 주연인 매즈 미켈슨 또한 대사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 <남극일기> 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고 감동이었다.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감돈다.

주연인 오버가드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은 정말 신비로운 마스크를 가졌다. 악역으로 나올 땐 카리스마가 지글지글 작렬하고, 이 작품처럼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연민과 감동의 쓰나미를 선사한다. 대사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그는, 극한의 고독과 또 다른 조난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웃긴 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액션 따위 전혀 나오지 않는, 마치 다큐와 같은 진행에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림과도 같은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관객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듯한 배경음악들도 작품의 감동을 배가한다. 극소수의 출연 인물과 다양하지 않은 배경으로 자칫 촬영 씬들이 심심할 수 있지만 다양한 구도와 편집을 통해 이를 잘 보완했다. '최고의 생존영화'라는 '인디와이어'의 평에 적극 공감한다. 스포라 밝힐 순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마지막 신까지 진짜 완벽한 영화다.

영화의 설정은 '함께라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주는 의미를 극대화 한다. 홀로 조난을 당했을 때와 또 다른 조난자를 마주한 뒤 주인공의 변화. 이것이 이 영화의 주 감상포인트다. 절제의 미가 <아틱>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서사도 대사도 감정도 미니멀리즘의 극치다. 국내 감독은 절대 이런 영화 못 만든다. 아마 후반부는 신파로 범벅을 했을거다.

브라질의 유명 유튜버 출신 감독인 조 페나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감독의 차기작이 무진장 기대된다. 별점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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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 제품 이미지는 해당 이미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임필성 감독, 김경익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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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작이다. 남극의 '도달불능점'이라는 곳을 정복하기 위한 6인의 탐험대 이야기. <살인의 추억> 송강호와 <올드보이>의 유지태, 강혜정이 출연한다해서, 게다가 그때 기준 으마으마한 제작비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완전 기대했다가 대실망의 추억만 남은 작품.

얼마전 jTBC <방구석 1열 E89>에서 다룬 내용을 봤다. 메마른 기대감으로 대실망의 기억을 쫙 뺀 후 다시 감상했다. 나름 볼만한 작품이다. 네이버 평점은 6점도 안되지만 한 8점은 줘도 무방하지 않을까.

기억을 떠올려 보면 코믹 연기의 마에스트로인 송강호의 웃음기 싹 뺀 모습에 가장 크게 실망했던 듯. 거기서 대실망을 에피타이져로 먹고 들어가니 제대로 된 감상이 될리가... 혹자는 <알포인트> 겨울버전이라고 하시던데 솔직히 거기까진 아니고;; 하지만 재평가 받아야 할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단, Only '재미'만 따지는 분들에겐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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