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구입한 책이다. 

저 상태로 온건 당연히 아니다.  

평소 습관대로 사자마자 앞뒤로 100페이지씩 미리 펴두는 작업을 하다 실수로 발생한 사태다.



저 ‘꼬락서니‘를 보니 문득 10년 전 생각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서 초보였던 나는 책을 마치 유물 다루듯 했다.

이미 읽은 책임에도 모르는 사람은 당일 서점에서 갓 사 온 싱싱한 책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장점은 분명했다. 

깨끗하니 눈으로 보기에 좋았고,

중고로 팔기도 좋았다. 

거래할 때마다 ‘읽지도 않은 새 책 팔아줘서 감사하다‘가 공통된 인사였다.

물론 난 다 읽은 책이었다. ㅋ



그랬던 10년 전의 내가 만약 이 ‘꼬락서니‘를 마주했더라면...

아마 온종일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거다.

그러면서 백퍼 동일한 새 책을 주문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면 지금은? 




So what?

물론 기분이 즐겁지는 않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아마 새 책이 이렇게 왔어도 귀찮아서 교환 안 했을 거다. 

장담하는 이유는 이전에도 여러 번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어차피 조만간 내 멋대로 거지같이 읽을 거니까.

둘째, 책 내용이 잘못되었다거나 안 보이는 게 아니니까.

셋째, 영원하지 않은 것에 매달려 봐야 나만 손해니까.




200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늦게 배운 책읽기를 통해 확실하게 깨달은 것 한가지. 


‘내 책장에 빼곡히 담긴 싱싱한 책보다, 
내 머리와 가슴에 박힌 단 하나의 문장이 
수백 배는 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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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28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쩌면 저랑 똑같은지...ㅋㅋ 전 이제 안 읽는 책 팔지도 않아요. 넘 오래되서 변색도 되고 귀찮아서 안 볼 책은 조금씩 모아 집앞에 내놓습니다. 근데 왜 100페이지를 미리 펴둔다는 건지?
암튼 세틈님 다시 보니 반갑네요.^^

세상틈에 2024-08-29 06:23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한동안 중고책 판 적이 없네요.ㅎㅎ 미리 펴두는 건 이번 사진에 있는 쫙 펴짐 사고 예방하려고 미리 표지의 접는 선 따라 접어두는 거예요. 처음엔 이유 있는 습관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루틴이 된 것 같아요. 오랜만이라 더 반갑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