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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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은 많고많은 책 중에서 지금 나에게 인생책을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어린왕자>를 말할 것이다. 살면서 <어린왕자가>를 열 번 정도는 읽은 것 같은데, 이렇게 깊이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내 사정 등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현실과 책의 내용이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글담에서 이번에 새로 리커버북으로 출간된 <어린왕자> 표지다


우충중한 배경과 사진 찍는 솜씨가 없다보니 사진이 너무 허접하게 나온 걸 출판사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실제 책은 정말 더 근사하다. 이래서 미디어를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고 하나보다. 보이는 게 다 가 아닌 경우가 이렇게 생겨버린다.


내부 이미지를 꼭 보여주고 싶다.

이 책은 읽는 책이기도 하지만, 봐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크다.

어린왕자와 그의 장미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가 사막여우를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림을 보면 이 책이 갖고 있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동안 나는 어린왕자를 글자만 읽었다.

작은 별에서 사는 어린왕자는 한송이 장미를 보살폈지만 장미꽃과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결국 다툼 끝에 어린왕자는 다른 별을 여행한다. 신하가 없는 왕, 술 취한 사람, 바쁜 사업가, 가로등을 관리하는 사람, 지리학자, 그리고 지구. 지구에서 사막 여우를 만나고 사랑하는 길들여지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별로 떠난다.


모든 책이 다 마찬가지듯 책을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난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빨리빨리 다음장, 다음장, 다음이 궁금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 이렇게 되었구나.. 흠...


한문장 한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나에게 무엇을 얘기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페이지를 넘겨버렸다. 이번에 다시 어린왕자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한글자, 한단어, 한문장, 한단락, 한페이지 마음에 새기며 읽어야 한다는 것을..


요즘처럼 책이 넘쳐나고, 읽어야 할 책이 많은 세상 속에서, 언제 그렇게 책을 읽고 있느냐고, 그럼 서점에 쌓여 있고, 매일매일 출간되는 책들은 언제 읽을거냐고 속으로 물었었다. 이제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그 책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일어날지말지 모를 내일 걱정은 왜 하냐고,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너에게 소중한 거라고, 네가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소중한 거라고, 답해주었다.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서 있는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말자. 나는 내가 생각한 그 길을 나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잠시 숨을 돌리며 쉴지언정 멈추지 않고 가면 된다. 올 여름 나에게 온 <어린왕자>는 나에게 그 방법을 일깨워주었다.

p. 53

나는 빨간 피부의 신사가 살고 있는 별에 대해 알아. 그는 단 한 번도 꽃향기를 맡아 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 적도 없어. 계산하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그 사람은 하루 종일 아저씨처럼 이렇게 말해.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난 성실한 사람이라고!‘ 그의 마음은 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라고!

p.114

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야?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

넌 아직 나에게 수많은 다른 아이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아이일 뿐이야. 그러니까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고. 너에게 나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일 뿐이거든.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아이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지.

p.122

내 비밀을 말해 줄게. 비밀은 아주 단순해.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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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의 대화법 - 25년간 35,000명과 소통한 '대화의 기술!'
이영호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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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 중에서도 대화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중 하나다.

대화를 잘하고 싶고 타인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나 혼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니까, 내가 이렇게 존재하려면, 가족, 친구, 동료, 친척, 지인, 내가 모르지만 나를 아는, 나는 알지만 나를 모르는, 그리고 존재 자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방송에서 보여주는 오프라 윈프리의 대화 방법을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화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가지 방법들이 설명되어 있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청과 진실이다. 특히 이 책은 귀에 대한 내용이 많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경청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집중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당신과 나에게만 주어진 시간입니다'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신호다. 그야말로 둘만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며, 신뢰인 것이다. 단순히 대화 내용에 집중하여 내용을 파악하라는 뜻이 아니다."(p.88) 또한 "사람의 귀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남의 이야기가 들리는 귀가 되고, 내 이야기를 듣는 귀도 된다. 언뜻 같은 이야기 아닌가 하겠지만 다르다. 남의 이야기가 들리는 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옳고 그름과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귀로 변한다. 반면에 내 이야기를 듣는 귀는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대답을 할지 상대방을 평가하는 귀가 된다."(p.103)고 말한다.


우리는 평소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어떻게 듣는 것이 잘 듣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 책의 효용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진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 세 사람을 꼽으라면? 잘난 척하는 사람, 아는 척하는 사람, 있는 척하는 사람이다. 이름하여 척 트리오, 삼척동자라고나 할까, '척'의 사전적 의미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다. 한마디로 진심이 아니라, 혼자만의 허상이라는 얘기다. 정말 잘난 사람, 정말 유식한 사람, 정말 바쁜 사람은 '척'을 할 필요가 없다. 일부러 표시를 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알아주기 때문이다."(p.54) 내가 과연 진실로 상대를 대했는지, 상대는 나에게 진실이었는지. 일부러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가식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내 태도에 내 마음에 조금의 거짓은 없었는지 살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이 모두 다 마음에 들고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냥 대화를 잘하기 위한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고,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얻었다. 모든 이가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입견을 갖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화는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하고, 꼭 필요하고, 잘하면 정말 좋다.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 자신이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 이 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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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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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스티븐 킹이다.

휴가 때 읽으려고 고이 모셔두었다.

8월 첫째 주. 휴가지는 강원도 도원계곡.

계곡은 정비기간이라 식당이나 편의시설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계곡은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계곡 가운데 넓따란 바위 위에서 나는 호지스와 홀리, 나쁜 브래디를 만났다.

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스티븐 킹의 작품을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 그의 글은 재미있고 흥미롭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게다가 541페이지를 반나절, 길게는 한나절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다.

 

<엔드 오브 왓치>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에 이어 빌 호지스의 3부작 완결편이다.

스티븐 킹이 최초로 선보인 탐정 하드보일드 소설 시리즈로 게임 중독과 청소년 자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브래디취업박람회에 모인 사람들을 타켓으로 새벽에 차를 몰고 돌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면서 메르세데스 킬러라 불렸다. 그를 지금은 퇴직한 형사 호지스와 그의 파트너 홀리가 잡았다. 브래디는 거의 다 뭉개진 뇌를 지니고 혼수상태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혼수상태라 법정에 서지도 못한다. 병원에서는 그를 무뇌인간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의 삶은 움직이지만 못할 뿐, 다른 사람의 간호와 정성으로 지극히 안락하게 생활한다. 담당의 배비노는 브래드에게 개인적인 약물 실험을 한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살고자 하는 브래드의 의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래드의 뇌는 깨어난다. 그리고 그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그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자살을 유도한다.

그리고 일어난 자살 사건. 취업박람회 사건에서 전신마비 상태로 살아난 스토버와 그의 엄마가 자살했다. 그리고 브래디를 돌보는 수간호사가 자살했다. 제롬의 여동생 바브라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고 그곳에서 바브라의 목숨을 구해준 학생의 증언을 통해 의문을 품고 수사하기 시작하는 호지스와 홀리는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브래디와의 연관성에 의심을 품는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 내면에 깔려 있는 외로움을 말한다.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 그래서 부모님을 실망시킬까 봐 겁이 나는 나이, 남들보다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는 아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의 자아에 의구심을 품는 아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 그래서 외부 사람들과의 만남이 마냥 편하지 않는 사람 등등 모두 다 나 자신이고,나일 수 있고, 나였던 사람들의 외로움을 말하고 있다. 이 외로움을 브래디는 자살이라는 길로 유도하고 있다.

판타지지만 정말 조만간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은 내용이다. 지독한 올 여름 끝을 장식해줄 소설이다.

p.57
톰도 시티 센터 참사 때 중상을 입었지만 원상태로 거의 회복됐다. 호지스는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놀라워진다. 그런다고 인류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아니다, 생긴다

p.305
고등학교에서 루비콘 강을 건넌다는 표현을 배웠을 때 브래들리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 전부터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그가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은 애석하게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루비콘 강을 맞닥뜨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p.404
그는 만족감이라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모든 바람이 잦아들어서 한없이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무풍지대와 같은 감정이다. 발전 목표가 소진되면 이어지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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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예루살렘에 가자 - 하나님의 아들 발자취를 여덟 살 아들과 따라가보다
김미화 지음 / 어문학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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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다. 예루살렘에 다녀온. 아들과 함께.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사는 곳은 이탈리아.

엄마의 시선에서 아들에게 예루살렘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예수님에 대해 성경에 대해 이곳저곳 장소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여행기다. 함께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거의 엄마 시선이다.


처음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부터 도착해서 이동하는 곳곳을 설명하고 있지만 여행책이기보다 에세이에 가깝다. 예루살렘 여행에 도움이 되는 팁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제 문구처럼 하나님의 아들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유대인, 예루살렘, 예수님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주며 알기 쉽게 간단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깨달음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앎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한꼭지에 2장이 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이 딱딱하게 설명하는 교리 느낌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쉬운 교리 설명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경 내용과 현 시점의 사회에 대한 연계는 읽는 이에게 깨달음을 준다. 이스라엘과 한국의 비교를 통해 멀게만 느껴진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예루살렘은 꼭 가보고 싶은 장소이다. 홀로 성지순례하듯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하느님을 생각하며 곳곳을 둘러봐도 좋겠지만, 아이와 함께여서 볼 수 있는 장소도 다르고, 아이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정도 다를 것 같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사진이 좀 더 다양했으면 보는 이에게 다채로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이 컬러였다면 책이 전반적으로 흥미로워 보이지 않았을까, 서체와 글자 포인트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이는 게 중요한 세상이 아쉬우면서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내가 불만이다.


예수님에 대해 성경에 대해 예루살렘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해 신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p.47

"지금 세상은 밥하고 복을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하나님 믿는 사람들도 밥과 복을 둘 다 달라고 기도해. 밥은 사람 몸의 위장을 채우면서 얻어지는 순간의 만족이고, 복은 내 코에 생기로 생명을 넣어주신 하나님을 내 영 안에 채우는 거야"

p.117

"2000년 전에 있었던 나라, 2000년 동안 없어졌던 나라, 그런데 2000년 만에 다시 세워지는 나라, 이건 노아 방주 사건보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보다 더 기적이야. 역사적으로 500년이상 디아스포라로 살면 민족 자체가 완전히 없어져버리거든."

p.176

오늘 42도인데 한 여름에는 50도까지 오른다고 하니 그늘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살인 더위야. 성경에 하나님이 우리의 그늘이 되어주신다는 말씀이 시원하게 해주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죽을 수도 있는 햇볕으로부터 살려주신다는 의미라는 걸 오늘 알았어."

p.250

"망각은 포로 상태를 이어지게 한다. 기억은 구원의 비밀이다"(유대인학살기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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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패러독스 -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
잭슨 카츠 지음, 신동숙 옮김 / 갈마바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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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의 책인지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제인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를 보고서야 여성 폭력에 대한 내용인가 여럼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남성의 문제"라는 부제가 자칫 여성 폭력이 남성 탓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살짝 긴장했다. 내용은 남성 탓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이 앞장서야 여성 폭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책의 목차를 잠깐 살펴보면 <책 제목 '마초 패러독스'에 관한 설명 / 1장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 / 2장 사실 바로보기 / 3장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 / 4장 여성의 말에 귀 기울이기 / 5장 남성 혐오? / 6장 성적 중립의 틀에 갇히다 / 7장 방관자들 / 8장 인종과 문화 / 9장 성폭행은 문화의 산물이다 / 10장 죄의식 속의 쾌락:음란물, 매춘, 스티립쇼 / 11장 MVP:운동선수와 해병 / 12장 아이들을 잘 가르치자 / 13장 이제는 더 많은 남자가 나설 때다>로 볼 수 있다. 나처럼 제목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을 위해 제목 선정 이유를 자세히 풀어놓았고, 여성 폭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남성의 문제라고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13장에 걸쳐 한 장 한 장 빠짐없이 모두 다 자세히 풀어 놓았다. 딸만 둘인 엄마의 입장에서 모든 내용이 마음에 콕콕 와 닿는다.


최근 뉴스에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리고는 사귀는 사이에 그럴수도 있지, 사귀는데 때렸다고 얼마나 세게 때렸을까, 그런 걸로 신고도 하고 세상 참.. 이러면서 은근슬쩍 폭력이 아닌 그냥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피해자 입장에서는 후유증이 크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만나는 것도 많이 힘들어진다. 단순하게 사랑싸움으로 볼 문제는 분명 아닌 듯하다.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 우리가 여성 폭력의 인식에 대해 바꿔야 할 첫 단계이다.


저자는 모든 폭력이 문제지만 특히 여성, 아동 폭력에 대해 남성이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력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아닌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자 입장에서 나는 그렇지 않아, 나하고는 상관없어 라며 방관의 자세를 보이는 대부분의 남성에게 "남성인 우리가 아끼는 여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는 남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남자와 여자의 삶은 나눌 수 없게 서로 얽혀 있다. 남녀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며, 한 침대를 쓰고,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 함께 아기를 만들고, 자식들을 낳아 키운다. 그러니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남자들에게도 일어나는 셈이다(p.41)"라고 말한다.


"여성 폭력에서 남성의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표현 방식인 수동태를 설명한다. 다음 문장을 보자. 1. 존이 메리를 때렸다 / 2. 메리가 존에게 맞았다 / 3. 메리가 맞았다 / 4. 메리는 자주 매를 맞는다 / 5. 메리는 매 맞는 여성이다

수동태 문장은 그저 솜씨 나쁜 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위 예에서 수동태가 주어를 존에서 메리로 바꾸어놓았다. 두 번째 문장에서 존이 뒤쪽으로 밀려난 것은 존이 우연치 않게 우리 인식의 지도에서 밀려났음을 의미한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존이 종적을 감춤으로써 '매 맞는 여성'이라는 메리의 정체성이 생겨났다."(p.199) 이런 식으로 신문 기사나 언론에서는 가해자인 남자의 책임을 감추고 피해 여성을 드러내면서 이 여성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면 언론이 원하는 대로 모르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뉴스와 신문과 포털의 기사가 기존과는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저자는 강연이 끝나고 고등학교를 갓졸업한 듯한 남학생이 한 말이라며 소개했다. "도대체 어떻게 여자를 성폭행하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되요. 여자들은 연약한 꽃 같아서 폭력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인데 말예요.(p.108)" 이 학생의 표현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다. 우선 이렇게 생각한 남학생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왜 여자를 연약한 꽃으로 생각하고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을까. 넘겨짚은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교육의 문제는 아닐까. 놀이터나 실외 활동을 하다보면 "여자친구잖아, 남자가 양보해야지. 남자가 보호해줘야지"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여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이 남자의 당연한 예의처럼 우리는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여자는 꽃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강인한 존재이기도 한데,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 여자는 약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여자를 키우는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아이가 이게 뭐니? 여자는 얌전해야지, 그런 건 남자들이나 하는 거지. 무심코 이런 말을 아이에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또한 저자는 모든 여성 폭력을 남성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며, "남자들 각자가 사랑하는 그 여자들에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p.93)"하고, "폭력적인 남자에게서 여자니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인간의 도덕적 의무(p.102)"라고 말한다.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아, 그렇구나 탄식이 절로 나오는 내용이 많은 책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페미니스트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여성폭력에 대해 저자가 여자라면 공감하지 못할 내용을 남자가 말하니까 정말 남자가 나서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이다. 남자라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그동안 숲에 숨어있던 남자들에게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남자 여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야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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