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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라르스 케플러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보고 흠칫 놀랐다.
두께가 여느 인문서 못지 않게 두껍다.
그리고 표지에 한 번 더 놀랐다.
너무 적나라하지 않나??(내 취향은 아닌걸로..)
하지만 읽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된다. 두꺼운 내용도, 적나라한 표지도..
책을 그렇게 빨리 읽는 편은 아니어서 하룻밤만에 다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나름의 되도 않는 추리를 해가면서 이 사람이겠지 생각하면서 읽듯, 이 책 또한 내용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냥 주말에 읽을 것을 도중에 후회할만큼..
대부분의 좋은 소설들이 다 그렇듯, 한문장 한문장, 한쪽한쪽, 머리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내용을 이끌어간다. 사건이 일어나는 스톡홀름(스웨덴)에 대해 전혀 무지했고, 지금도 무지하지만, 왠지 그 골목들을 그 공원들을, 그 공장들을 실제로 본 것처럼 표현해 주고 있어서, 간만에 멋진 영화를 본 느낌이 든다.(실제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고..기대된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들의 묘사 또한 탁월하다. 임신부 마고형사, 동료 아담, 정신과의사 에릭/넬리, 전직형사 요나, 앞이 보이지 않는 야키, 그녀의 딸 마들렌, 에릭의 환자인 루키 등등 모든 인물들의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제목에서 뻔히 드러나듯 범인은 스토커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서 누구나 다 스토커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디서 뭘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어디서 뭘 했는지, 우린 궁금해하고 마음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볼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나도 분명 옛남친을 스토킹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지는 나와 실제 나는 어떻게 다른지..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 이중성을 잘 표현한다. 겉으로는 가장 뛰어난 최면의 대가 정신과 의사라고 칭하지만, 실제로는 약에 많이 의존하는 에릭, 앞을 보지 못하는 엄마를 도와 반듯한 모습으로 생활하지만 학교 담벼락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낙서를 하는 마들렌 등
우리는 모두 그런 양면성을 갖고 있으며, 그게 내 잘못이라며 죄책감을 갖을 이유는 없다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가 계속 반복이 된다면 그게 실수가 아닌 그 사람 자체이지만, 실수를 깨닫고 바꾸려 애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용서받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우리 주위의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p.147
사투르날리아, 카니발, 흥청망청하는 술잔치. 모두 인간의 삶에서 절대 분리할 수 없는 유흥의 일종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우리는 노동과 일상생활에서 보람을 찾으려 하다가도 가끔씩은 오로지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단정한 생활을 뒤집어엎곤 한다.
p.245
최면에서 어려운 부분은 최면을 거는 것 자체가 아니라 환자의 뇌가 최대한 이완되면서도 실제 기억과 꿈을 구분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만큼만 최면을 거는 것이다.
p.298
목사는 여자를 죽이고 보석을 빼낸 다음, 보석이 있던 자리에 피해자의 손을 얹어 그녀를 죽인 이유나 그냐의 잘못을 알리고자 했다. 십자가에 못 박아 처형하는 것처럼 그것은 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었다.
p.319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할 때는 더 이상 어두워질 수 없는 법이니까.
p.413
부자한테는 없고, 가난뱅이는 이미 갖고 있지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
--무(無)
부자는 없는 게 없고, 가난뱅이는 가진게 없고,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어요.
p. 486
스토커들은 상상 속에서 피해자와의 관계를 발전시킨다. 그 관계가 실제로 존재하고 상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인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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