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카드 게임
제임스 패터슨 지음, 조은아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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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카드가 나올 때마다 사람이 죽는다.
카드가 예고하는 다음 피해자는?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저명한 교수 딜런에게 형사 엘리자베스가 찾아온다.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살인자가 시신 옆에 트럼프 카드 킹을 두고 갔다고 설명한다. 크라임스 잡지사의 그라임스 기자 앞으로 딜런이 쓴 책과 피가 묻은 클러버 킹 카드가 배달되었고, 저자인 딜런의 사진은 칼로 난도질 당했다. 다음 차례는 딜런 당신인 것 같다고 형사는 말한다.
이렇게 주인공은 살인사건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른 살인이 벌어지고 트럼프 카드가 발견되면서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탐정이 되어 범인을 추리해본다. 추리라기 보다 추측에 가깝기는 하지만..이 책은 범인을 찾고자 혈안이 되어 읽는 책이 아니다. 딜런의 가정사는 나에게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알려주었고,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일반적인 편견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꾸려 나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10대 시절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알게 된 사회의 진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이 없다면 절대 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이었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나는 유죄일 수도 무죄일 수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법률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변호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충분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꼬집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가속력이 좋은 책은 아니다. 중간중간 생각에 빠져 흐름이 끊겼다. 추리소설은 한 흐름에 읽혀야 좋다고 생각했는데, 편견이 깨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은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더워지고 있다. 여름이 오고 있다. 벌써 개장한 해수욕장도 있단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살인 카드 게임>으로 올 여름을 시원하게 나고 싶다.

p.13
진정한 천재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름을 인정하는 사람이다.(아인슈타인)

p.33
항상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맞서 싸우라고 말이야.

p.145
배고픔은 인간을 집중하게 하지

p.162
인간의 행동이 맥락에 따라 변한다는 거예요. 상황의 변화는 종종 행동을 바꿉니다. 살인하지 말라, 맞는 말이죠? 하지만 자기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나 전쟁 상황, 그리고 아직 존폐논쟁 중인 사형제도 등에서는 예외예요. 바꿔 말하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 거의 모든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어요. 따라서 어떤 상황이 특정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대다수가 믿는다면, 그건 정상 행동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뒤집어 말하면, 이상 행동은 그렇지 않을 때겠죠. 그렇다면 어떤 행동만으로 행동이 일어나기까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행동 그 자체만으로 상황을 추리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p.236
수십 년간 신문사들은 ‘무죄‘라는 단어 대신 ‘결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법적 의미의 차이를 몰라서가 아니라, 오자에 의한 참사를 두려워했기 때문이에요. (...) 기자나 편집자, 또는 인쇄업자가 ‘무죄‘라는 단어에서 ‘무‘자를 빠뜨리면 순식간에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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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
안영옥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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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

학창시절 교과서에 일부가 소개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분명 <돈키호테>를 읽었지만, 그때 읽은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2~3년 전에 다시 읽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과 상태에 따라 책의 내용은 다르게 기억되고 받아들여지나 보다. 여기에 소개된 글귀를 나는 정말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난 스토리만을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었던 모양이다. 문장은 버려둔 채.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세상과 싸워 이기는 법 / 리더가 되는 법
각 장에 돈키호테에서 나온 글귀를 주제로 10여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관심있는 주제를 선택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돈키호테가 정말 이런 책이었어? 깜짝 놀랄 것이다.

일부분을 소개해본다.

p.41
행동이 나를 설명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행위의 자식이노라(전편 4장)

망치는 왜 망치일까요? 망치질을 하니 망치이지요.(...) <나는 왜 말이나 소가 아니고 사람일까?>(...) <사람 짓>을 하니 사람인 게지요. <그래? 그럼 정말 난 사람다운 행동을 하며 살고 있는 건가?>(...)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냐고 말입니다. 나의 양심과 영혼을 깨우는 질문이자, 제대로 살아 보라는 독려의 말로 들립니다.


내가 이 부분을 소개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람 짓>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할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세상에서 난 잘못된 일을 지적하지도 바꾸려하지도 않고 모른 척, 방관자로 살고 있진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잊고 지나가지만 꼭 기억해야 할, 곰곰히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야 할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다. 어느 장에서 내 마음에 불씨를 당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 마음을 울릴 이야기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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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서울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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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젊은 청춘을 보내다, 짝을 만나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나에게 서울은 애증의 도시다. 10년이 채 되진 않지만,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을 지냈던 그 시절은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행복했던 얄궂은 기간이었다. 보고 싶고, 막상 보면 속상하고 안타까운.. 엄마와 결혼한 아들처럼..

지방이라지만 서울이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쉽사리 발을 옮길 수 없는 건 내게 딸린 가족과, 일, 온전한 나로써만 살 수 없는 내 처지, 결정적으로 심리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전 멀리서 헤어진 사람 집 앞에서 그의 모습을 훔쳐보듯, 서울은 나에게 그런 도시였다.

이 책은 내가 다닌, 그리고 다녀보지 못한 서울의 골목길을 소개한다. 길을 다니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속 이야기와 함께.
부암동 무릉도원길 / 정동 역사길 / 북촌 개화길 / 서촌 조선중화길 / 동천 문화보국길 이렇게 5장으로 구분해 설명하는 역사 이야기는 내가 서울에 있었을 때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 시절 내가 보아온 서울의 골목길과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뒤 보게 되는 서울의 골목길은 사뭇 다를 것 같다.

각 장의 끝에 그려진 지도는 예전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린다.

여행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여기에 설명하는 수많은 예술가, 작가, 학자, 우리가 위인전에서 접했던 추사 김정희, 고균 김옥균 등, 다니면서도 전혀 몰랐단 석파정, 경교장, 박노수 미술관, 윤동주 문학관 등 아이들과 손잡고 거닐고 싶어지는 많은 골목들을 저자는 역사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땀 흘린 만큼 거두어 들이고, 힘센 사람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더불어 신선처럼 사는 무릉도원을 꿈꾸었던 부암동에서 노닐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우리 조상들의 안타까운 땀방울을 정동에서 확인했다. 가장 모범적인 근대국가 조선을 꿈꾸었던 젊은 개화파의 열정이 서려 있는 북촌을 걸었다. 조선 방방곡곡을 걸어서 진경산수화로 그려내고 진경시로 읊었던 자랑스러운 조선중화를 서촌에서 보았다. 또다시 왜적들에게 침탈당하면서도 민족의 드높은 문화만은 지켜서 재차 나라를 일으키고자 애썼던 사람들의 신도시 동촌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를 되찾는다. 걸은 만큼 역사를 본다. 그래서 나는 대학민국 역사를 걸으려 한다.

다시 한 번 더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걷지 못했던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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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지음, 백지선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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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예전에 스릴러의 한 획을 그었다 할 수 있는 <식스 센스>를 상영할 때 한 극장에서 누군가가 외쳤다는 말이다. 대박 스포일러. 그 후 영화는 시시했다는 후문...

스릴러는 영화를 본 사람들하고만, 책을 읽은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속에 작가가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외치고 싶다.
"범인은 OO이다!!!"

이 책은 학창시절 친구를 괴롭히고, 좋아하는지, 동경하는지도 모른 채 그들과 어울리려 발버둥쳤던 80년대, 우리의 10대를 그린 이야기다. 8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가해자였을까, 피해자였을까, 방관자였을까. 혹은 그 모두였을까.

10대시절 루이즈는 소피 패거리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타까운 소녀였다. 소피가 웃어주면 행복했고, 모른 척하면 가슴 아픈. 그리고 소피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잘 이용할 줄 아는 영악한 아이. 샘과 맷은 소피와 친한 남자친구들. 모든 친구들이 따돌리는 에스더. 이곳에 마리아가 전학을 온다. 누군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친구. 마리아와 루이즈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만, 소피의 권력(?)에 빠져나오지 못한 루이즈는 마리아의 손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졸업파티에서 마리아는 사고를 당한다.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시신은 찾지 못한.. 27년이 지난 어느날, 루이즈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 알람이 울린다. 그 시절 죽은 친구 마리아에게.
사건은 그렇게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따돌리고 괴롭혔던 죽은 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해오면서 주인공 루이즈는 혼란스러워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누구와는 친하게 지내고, 누구와는 거리를 둔다. 내 의지에 의해서든, 그렇지 않든. 소위 잘나간다는 친구에게 찍히면 그 삶은 고달파진다. 그래서 우리는 힘 있는 친구들에게 잘보이려, 혹은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권력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SNS의 권력에 맛들인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삶이 내 의지로 여기까지 온 것인지, 이것들이 내가 원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52주간이나 머물렀다는 것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스릴러를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 문장을 보지 못했던 지난날과 달리, 이 책은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가와 번역가의 뛰어난 이해력 덕분에 인상깊은 많은 문장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그 문장 속에서 잠시 머무는 것도 이 작품을 아껴 읽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p.21
그들과 실제로 만날 때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친밀감을 훨씬 덜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세계가 완전히 쪼그라들지 않도록 계속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p.22
그러다 갑자기 누가 자갈 한 주먹을 던진 듯 빗방울이 유리창에 투두둑 떨어진다.

p.24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들여다보니 소피가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나를 이용해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소피는 자기 옆에서 자신을 더 밝게 빛나게 해줄, 덜 예쁘고 덜 멋진 아이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소피도 서열의 사다리에서 몇 단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 못지않게 치열하게 다툰 것이다.

p.29
누가 운전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멈출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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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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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며느리인가, 그리고 어떤 며느리가 되고 싶은가?

광고에서는 시월드에 개기(?)는 며느리라고 약간은 자극적이게 설명했던 것 같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다. B급 며느리의 당사자인 김진영씨는 작가의 아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영화로 만들고 그 뒷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 내용이 이 책이다.


작가의 어머님, 김진영씨의 시어머님은 자식을 위해 혼신을 다했고, 그로 인해 손주들도 자주 보고 싶어하고, 손주에게 예쁜 옷을 사 입히고 싶어하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시어머니다. 하지만 며느리 김진영씨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내 할아버지 제사도 아닌데 내가 왜 참석해야 해?"

"시댁가면 며느리도 손님이야. 어머님, 아버님은 왜 날 어려워하지 않아?"

"싫어요"

"내가 싫으면 내 애들도 못보는 거예요."

"오빠 부모님한테는 오빠가 효도해."


책에 나온 내용 중 기억나는 문구를 적어보았다. 김진영씨가 시댁에, 혹은 남편에게 한 말이다.

작가는 김진영씨의 물음에 속시원히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냥 그런거야. 라고 밖에...


이 부부의 삶은 여느 집과 조금 다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어느 하나 같은 집이 어디 있으랴? 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테니..

영화감독이라지만 사실상 백수에 가까운 남자와, 딸을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사법고시를 준비시킨 딸이 고시를 포기하고 임신을 한 채 결혼을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며 키운 딸, 그래서 딸은 친구가 없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던 김진영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이 남자가 무척 부러웠다.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영화를 한다기에 하나 하고 말겠지 싶어 응원해주던 시부모님은 남자에 대한 사랑이 크다. 취직준비하라고 용돈도 아낌없이 보내준다. 작가는 그 돈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이 남자는 결혼을 한다. 부모님은 작지만 방도 구해주시고, 수입이 없는 아들을 위해 생활비도 대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아들과 결혼해 준 며느리가 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부모님 자신의 사랑 표현을 며느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시부모님 입장에선 김진영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월드에게, 남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김진영씨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나보다. 책의 내용도 김진영씨의 모습은 시월드에 대항해 싸우는 '전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작가와 비슷한 성향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두루두루 좋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 내가 조금 힘들어서 주위가 편안하다면 감수할 수 있다.' 등등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게 옳다는 말은 아니다.

직설적인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직설적인 표현만으로 상대를 오해한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갖는다. 내 생각을 상대방이 힘들어하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꼭 직설적인 표현만이 옳은 방법이고 애둘러 표현하는 것이 오해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벼운 거짓말, 입에 발린 칭찬. 상대도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잔소리하는 친정엄마에게, 혹은 시엄마에게 "네.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엄마들 입장에서 "얘가 분명히 알아들었겠지?" 생각하고 말씀하신 것일까? "에구, 또 똑같지 뭐.."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또 말씀하신다. 왜? 사랑하니까. 관심이 있으니까. 이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날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공격으로 들렸을 것이다.


김진영씨의 방식을 나는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그녀의 방식을 인정한다. (내가 뭐라고 인정하고 말고 그런 뜻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다른 삶을 살아간다. 김진영씨 같은 삶이 있다면, 나 같은 삶도 있을 것이다. 모두 다 같은 인생이다. 정답이 없는... 다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나 김진영씨나. 우리 며느리들은..


내가 생각하는 결혼관과는 조금 다르지만 재밌있었다. 그동안 많이 억눌린 며느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시월드와 문제가 있거나 고부갈등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속 시원한 한방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p.18

김진영은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보편적인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너를 묻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는 보통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고부관계만 조선시대 머물러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p.39

가벼운 거짓말.(중략) 진영이는 이렇게 쉬운 것을 못했다. 거짓말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경멸했다. 내 생각에 이것은 인간관계에 큰 장애가 된다. 그리고 고부관계에는 재앙이 된다.

p.72

"싫어요" 이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인즌 그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김진영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p.75

여자들은 평생에 걸쳐서 자기 자신을 주변의 상황에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원하는 옷차림, 말투, 행동을 체화하고 그걸 통해 사랑받고 인정받는다는 거죠. 결혼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여자들은 결혼 전의 취미나 생활양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개성 없는 아줌마 파마예요. 남편에, 시댁에, 아이들에게 맞춰서 사는 거죠.

p.161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힌다.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식들이 위인처럼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 중에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은 불의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거나,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웠고, 모험을 즐겼으며, 열정적으로 진리를 탐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의 보무들이 좋아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요즘 부모들이 좋아한다는 스티브 잡스조차 기존 산업을 뒤흔든 반항적인 이단아다. 위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깨부순 사람들이다. 적당히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산 위인은 없다. 공무원 위인은 없다. 부모들은 왜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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