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떤 며느리인가, 그리고 어떤 며느리가 되고 싶은가?

광고에서는 시월드에 개기(?)는 며느리라고 약간은 자극적이게 설명했던 것 같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다. B급 며느리의 당사자인 김진영씨는 작가의 아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영화로 만들고 그 뒷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 내용이 이 책이다.


작가의 어머님, 김진영씨의 시어머님은 자식을 위해 혼신을 다했고, 그로 인해 손주들도 자주 보고 싶어하고, 손주에게 예쁜 옷을 사 입히고 싶어하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시어머니다. 하지만 며느리 김진영씨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내 할아버지 제사도 아닌데 내가 왜 참석해야 해?"

"시댁가면 며느리도 손님이야. 어머님, 아버님은 왜 날 어려워하지 않아?"

"싫어요"

"내가 싫으면 내 애들도 못보는 거예요."

"오빠 부모님한테는 오빠가 효도해."


책에 나온 내용 중 기억나는 문구를 적어보았다. 김진영씨가 시댁에, 혹은 남편에게 한 말이다.

작가는 김진영씨의 물음에 속시원히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냥 그런거야. 라고 밖에...


이 부부의 삶은 여느 집과 조금 다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어느 하나 같은 집이 어디 있으랴? 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테니..

영화감독이라지만 사실상 백수에 가까운 남자와, 딸을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사법고시를 준비시킨 딸이 고시를 포기하고 임신을 한 채 결혼을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며 키운 딸, 그래서 딸은 친구가 없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던 김진영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이 남자가 무척 부러웠다.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영화를 한다기에 하나 하고 말겠지 싶어 응원해주던 시부모님은 남자에 대한 사랑이 크다. 취직준비하라고 용돈도 아낌없이 보내준다. 작가는 그 돈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이 남자는 결혼을 한다. 부모님은 작지만 방도 구해주시고, 수입이 없는 아들을 위해 생활비도 대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아들과 결혼해 준 며느리가 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부모님 자신의 사랑 표현을 며느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시부모님 입장에선 김진영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월드에게, 남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김진영씨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나보다. 책의 내용도 김진영씨의 모습은 시월드에 대항해 싸우는 '전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작가와 비슷한 성향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두루두루 좋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 내가 조금 힘들어서 주위가 편안하다면 감수할 수 있다.' 등등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게 옳다는 말은 아니다.

직설적인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직설적인 표현만으로 상대를 오해한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갖는다. 내 생각을 상대방이 힘들어하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꼭 직설적인 표현만이 옳은 방법이고 애둘러 표현하는 것이 오해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벼운 거짓말, 입에 발린 칭찬. 상대도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잔소리하는 친정엄마에게, 혹은 시엄마에게 "네.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엄마들 입장에서 "얘가 분명히 알아들었겠지?" 생각하고 말씀하신 것일까? "에구, 또 똑같지 뭐.."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또 말씀하신다. 왜? 사랑하니까. 관심이 있으니까. 이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날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공격으로 들렸을 것이다.


김진영씨의 방식을 나는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그녀의 방식을 인정한다. (내가 뭐라고 인정하고 말고 그런 뜻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다른 삶을 살아간다. 김진영씨 같은 삶이 있다면, 나 같은 삶도 있을 것이다. 모두 다 같은 인생이다. 정답이 없는... 다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나 김진영씨나. 우리 며느리들은..


내가 생각하는 결혼관과는 조금 다르지만 재밌있었다. 그동안 많이 억눌린 며느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시월드와 문제가 있거나 고부갈등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속 시원한 한방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p.18

김진영은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보편적인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너를 묻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는 보통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고부관계만 조선시대 머물러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p.39

가벼운 거짓말.(중략) 진영이는 이렇게 쉬운 것을 못했다. 거짓말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경멸했다. 내 생각에 이것은 인간관계에 큰 장애가 된다. 그리고 고부관계에는 재앙이 된다.

p.72

"싫어요" 이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인즌 그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김진영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p.75

여자들은 평생에 걸쳐서 자기 자신을 주변의 상황에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원하는 옷차림, 말투, 행동을 체화하고 그걸 통해 사랑받고 인정받는다는 거죠. 결혼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여자들은 결혼 전의 취미나 생활양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개성 없는 아줌마 파마예요. 남편에, 시댁에, 아이들에게 맞춰서 사는 거죠.

p.161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힌다.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식들이 위인처럼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 중에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은 불의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거나,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웠고, 모험을 즐겼으며, 열정적으로 진리를 탐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의 보무들이 좋아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요즘 부모들이 좋아한다는 스티브 잡스조차 기존 산업을 뒤흔든 반항적인 이단아다. 위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깨부순 사람들이다. 적당히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산 위인은 없다. 공무원 위인은 없다. 부모들은 왜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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