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지음, 백지선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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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예전에 스릴러의 한 획을 그었다 할 수 있는 <식스 센스>를 상영할 때 한 극장에서 누군가가 외쳤다는 말이다. 대박 스포일러. 그 후 영화는 시시했다는 후문...

스릴러는 영화를 본 사람들하고만, 책을 읽은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속에 작가가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외치고 싶다.
"범인은 OO이다!!!"

이 책은 학창시절 친구를 괴롭히고, 좋아하는지, 동경하는지도 모른 채 그들과 어울리려 발버둥쳤던 80년대, 우리의 10대를 그린 이야기다. 8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가해자였을까, 피해자였을까, 방관자였을까. 혹은 그 모두였을까.

10대시절 루이즈는 소피 패거리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타까운 소녀였다. 소피가 웃어주면 행복했고, 모른 척하면 가슴 아픈. 그리고 소피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잘 이용할 줄 아는 영악한 아이. 샘과 맷은 소피와 친한 남자친구들. 모든 친구들이 따돌리는 에스더. 이곳에 마리아가 전학을 온다. 누군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친구. 마리아와 루이즈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만, 소피의 권력(?)에 빠져나오지 못한 루이즈는 마리아의 손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졸업파티에서 마리아는 사고를 당한다.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시신은 찾지 못한.. 27년이 지난 어느날, 루이즈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 알람이 울린다. 그 시절 죽은 친구 마리아에게.
사건은 그렇게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따돌리고 괴롭혔던 죽은 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해오면서 주인공 루이즈는 혼란스러워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누구와는 친하게 지내고, 누구와는 거리를 둔다. 내 의지에 의해서든, 그렇지 않든. 소위 잘나간다는 친구에게 찍히면 그 삶은 고달파진다. 그래서 우리는 힘 있는 친구들에게 잘보이려, 혹은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권력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SNS의 권력에 맛들인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삶이 내 의지로 여기까지 온 것인지, 이것들이 내가 원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52주간이나 머물렀다는 것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스릴러를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 문장을 보지 못했던 지난날과 달리, 이 책은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가와 번역가의 뛰어난 이해력 덕분에 인상깊은 많은 문장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그 문장 속에서 잠시 머무는 것도 이 작품을 아껴 읽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p.21
그들과 실제로 만날 때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친밀감을 훨씬 덜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세계가 완전히 쪼그라들지 않도록 계속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p.22
그러다 갑자기 누가 자갈 한 주먹을 던진 듯 빗방울이 유리창에 투두둑 떨어진다.

p.24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들여다보니 소피가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나를 이용해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소피는 자기 옆에서 자신을 더 밝게 빛나게 해줄, 덜 예쁘고 덜 멋진 아이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소피도 서열의 사다리에서 몇 단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 못지않게 치열하게 다툰 것이다.

p.29
누가 운전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멈출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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