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 : 서울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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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젊은 청춘을 보내다, 짝을 만나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나에게 서울은 애증의 도시다. 10년이 채 되진 않지만,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을 지냈던 그 시절은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행복했던 얄궂은 기간이었다. 보고 싶고, 막상 보면 속상하고 안타까운.. 엄마와 결혼한 아들처럼..

지방이라지만 서울이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쉽사리 발을 옮길 수 없는 건 내게 딸린 가족과, 일, 온전한 나로써만 살 수 없는 내 처지, 결정적으로 심리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전 멀리서 헤어진 사람 집 앞에서 그의 모습을 훔쳐보듯, 서울은 나에게 그런 도시였다.

이 책은 내가 다닌, 그리고 다녀보지 못한 서울의 골목길을 소개한다. 길을 다니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속 이야기와 함께.
부암동 무릉도원길 / 정동 역사길 / 북촌 개화길 / 서촌 조선중화길 / 동천 문화보국길 이렇게 5장으로 구분해 설명하는 역사 이야기는 내가 서울에 있었을 때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 시절 내가 보아온 서울의 골목길과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뒤 보게 되는 서울의 골목길은 사뭇 다를 것 같다.

각 장의 끝에 그려진 지도는 예전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린다.

여행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여기에 설명하는 수많은 예술가, 작가, 학자, 우리가 위인전에서 접했던 추사 김정희, 고균 김옥균 등, 다니면서도 전혀 몰랐단 석파정, 경교장, 박노수 미술관, 윤동주 문학관 등 아이들과 손잡고 거닐고 싶어지는 많은 골목들을 저자는 역사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땀 흘린 만큼 거두어 들이고, 힘센 사람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더불어 신선처럼 사는 무릉도원을 꿈꾸었던 부암동에서 노닐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우리 조상들의 안타까운 땀방울을 정동에서 확인했다. 가장 모범적인 근대국가 조선을 꿈꾸었던 젊은 개화파의 열정이 서려 있는 북촌을 걸었다. 조선 방방곡곡을 걸어서 진경산수화로 그려내고 진경시로 읊었던 자랑스러운 조선중화를 서촌에서 보았다. 또다시 왜적들에게 침탈당하면서도 민족의 드높은 문화만은 지켜서 재차 나라를 일으키고자 애썼던 사람들의 신도시 동촌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를 되찾는다. 걸은 만큼 역사를 본다. 그래서 나는 대학민국 역사를 걸으려 한다.

다시 한 번 더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걷지 못했던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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