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비세프가 얼마나 용감하게 시간에 맞섰는지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몸으로 시간을 느꼈다. 그리고 늘 요동치며 흘러가는 '현재'를 관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시시각각 줄어드는 남은 생애를 정확히 헤아리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단 한순간도 헛되이 놓쳐버리지 않도록 온 정신을 집중해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챘고 최대한 많은 일을 해냈다. 마치 일용할 양식을 대하듯 그는 시간을 경건하게 여겼다. '시간을 죽인다'는 일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시간이든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했다. 모두가 창작의 시간, 앎의 시간, 삶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그는 시간 숭배를 실천했다. 이렇게 되자 삶은 흔히 말하듯 덧없이 짧은 것이 아니었다. 나이도 일의 어려운 정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류비세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1분을 한 시간처럼, 그리고 한 시간을 하루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길고도 긴 시간이다. 많은 것을 읽고 여러 언어를 습득하고 여행하고 음악을 듣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시골과 도시에서 모두 살아보고 정원을 가꾸고 젊은이를 가르칠 수 있다.
여유를 부리다 보면 시간은 그만큼 더 빨리 흘러가버린다.
우리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그리고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30분 정도는 시간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 어떤 방해 요인도 없이 순수하게 확보되는 긴 시간만을 쓸모 있는 시간이라 여긴다. 그제야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며 그저 사소한 일들이나 상황 탓만 하기 일쑤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온갖 일들, 우리 시간을 빼앗아가는 핑계거리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런 것에 모든 책임을 지우기란 얼마나 편리한지.
-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의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세프' 중에서 PP 166~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