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p.106-107

억수같이 떨어지는 빗소리마저 잦아들게 만드는 책이라는 은신처, 귀를 때릴 듯한 전철의 진동음조차 아득하게 만드는,

책장 속에서 펼쳐지는 그 소리 없는 찬란함을 생각해 보라.

비서는 짬짬이 책상 서랍 속에 감춰놓은 소설책에 탐닉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막간의 독서를 즐기며,

학생은 답안지를 허연 백지로 비워둔 채 교실 한구석에서

흘낏거리며 책을 훔쳐보는 바로 그러한 독서 삼매경의 순간들을.

p.108

독서가 과연 의사 소통의 행위일까?

이것 또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농담 정도로나 바줄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말이 없다. 책을 읽은 즐거움을, 우리는 누구에게도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느낌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서 그다지 화젯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느낌을 발설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설익은 생각을 가다듬으며 농익도록 뜸을 들이느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의 침묵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책을 다 읽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책 속에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버거워 일체의 언급 사절이 차라리 속 편한 피신처로 여겨지는 것이다.

책은 거대한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우연으로 가득 찬 일상사를 멀찍이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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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고 강요하는 장면과 책의 중요성에 대해 나열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44년생이고 이 책이 나온건 2004년...
요즘처럼 빠른 세상에 이 정도면 좀 늦된 이야기다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프랑스적 관점에서 쓴 글이고 작가의 어린시절과 아이키우는 시절이 접목된 듯 보이는 대사와 주위 상황에 빠져들 수 없었다.
어릴때 나는 그런 생각을 거의 해 본적도 없거니와 그런 강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책을 정말 좋아하셨고 그걸 보고 자란 나도 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물론 공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엄마의 독서학교에서 말하는 다니엘 페나크에 공감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할 즈음에 
바로 위의 대목이 나오고 거기서 초공감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성숙'이란 개념은 독서에 관한 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작품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 때까지는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좋은 술과는 달리, 좋은 책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좋은 책들은 책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나이를 먹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그 책들을 읽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여겨질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이 시도를 한다.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마침내 책과의 해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 하나요.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또 하나다. 채차 실패했을 경우, 언젠가 다시 시도를 해 볼 수도 있고, 거기서 그만 주저앉고 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설사 내가 아직까지 [마의 산]의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건 결코 토마스 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p.205 


바로 이 부분에서 ... 감동까지 먹어버린다. 
책에 관한 작가의 생각... 


1.책을 읽지 않을 권리 

2.건너뛰며 읽을 권리 

3.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다시 읽을 권리 

5.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7.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소리내어 읽을 권리 

10.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좋은 독자란 어떤 독자인가를 묻는 질문에...나는...즐기는 자라고 말하고 싶다.
위의 10가지 권리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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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6-0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저도 읽었는데, 많이 공감했습니다...

메르헨 2009-06-24 15:44   좋아요 0 | URL
초공감 모드가 되었지요.^^

순오기 2009-06-2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10가지 권리를 제대로 누려봐야겠군요.^^

메르헨 2009-06-24 15:44   좋아요 0 | URL
그렇죠....전 처음에 지루하게 보다가 어라???? 그랬답니다.
작가의 생각에 고개를 심하게 끄덕거리며...^^
 
엄마의 독서학교 - 태어나서 7세까지 우리 아이 두뇌 프로젝트
남미영 지음 / 애플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어주고 보여주는게 전부가 아니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전에 읽고 초공감했던 하루에 15분 책 읽어주기와 비슷한 종류일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좀 더 구체적 이야기이다. 
읽어주기를 넘어선 독후 활동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 시기에 맞는 책을 소개하고 각종 TIP을 제공한다.
상황설명이 아무래도 한국적 상황에 맞다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자장가의 필요성과 전래동화의 필요성...오래된 옛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이유.
동시와 동요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6살인 우리 아이에게 주로 읽어주는 책은 창작동화이다보니 전래동화는 뒷전이었다.
게다가 아이는 사실 전래동화책은 재미없어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전에 옛날옛날에...하면서 이야기를 해주니 아주 좋아하면서
그 뒷부분을 추리하고 본인이 각색해서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놀라운 반전이다.

그리고 동시를 들려주니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이제껏 몰랐을까 싶다.
물론 태담동요는 꾸준히 들려주었었고 지금도 외워도 부르고 놀지만 동시는
생각지도 못 했던 방법이다.

엄마와 아이만이 가지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적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하루에 10분...또는 약 몇분이라도 문을 닫고 아이와 나만의 사랑의 대화를 나누라는 작가의 말은 정말 적중했다.
일정한 시간에 엄마와 아빠가 같이 앉아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자기전에 사랑한다 말하는 것을 넘어선 엄마와 아이만 갖는 독특한 시간.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사랑해 사랑해"였는데 그걸 아이의 상황에 맞춰서 가만히 아이를 눕혀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모두 사랑한다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말해주는 시간.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고 사랑 주는  것에 익숙한 행복한 아이로 충만한 삶을 살아갈 것 같은 느낌... 

독후활동이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 중간 아이의 의견을 묻고 같이 나누는 것.
책을 함께 보고 그림을 그려보고 그런 하나하나의 작업이 모두 독후 활동인 것이다.

그저 읽어주기에만 급급했다면.... 
또 읽어주는 행위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는 엄마라면...^^(바로 나 같은...)

이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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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6-0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래동화는 아무래도 책을 보며 읽어주는 것보다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해주는 게 더 좋더라구요. 저는 전래동화를 책으로 보여준 다음에는 가끔씩 밤에 이야기해줘요^^

메르헨 2009-06-09 10:2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책에서 본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럽니다.ㅡㅡ^ㅋㅋㅋ
 
꽃피는 춘삼월
이선영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바로 전에 읽었던 글이 <나비와 뼈다귀>였기 때문인지
<꽃피는 춘삼월>은 재미가 덜 했다.

리뷰 제목과 같이 지나친 우연의 반복이 오히려 글의 흐름을 끊었다.
태유와 시준의 만남과 주변인들의 만남이 어쩌면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나이 서른이 넘은 성인의 행동이라고 보기에 어설픈 모습이다.
거의 끝까지 은빈이가 조카라는걸 모르는 태유는 좀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맘속에 들어오는 대사도...감정이입이 되는 상황설정과 심리상태 표현도 거의 없다.
그저 편안하게 읽기에도 좀 지루한 글이었다.

시간을 그냥 보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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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뼈다귀
조효은 지음 / 발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설종과 게토레이의 이야기에 이어 나비와 뼈다귀 이야기.
게토레이의 친구인 장인하 이야기.
정형외과 치프인 장인하는 별명이 걸작이다.
걸리면 작살이라...또 그만큼 잘 생겨서...또 능력이 있어서.
 
제목이 나비와 뼈다귀인 까닭은 이들이 사진동호회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외에도 이들은 만날 이유가 충분했지만 말이다.

나비는 학교 선생님이다.
내숭 백단의 28살된 괜찮은 여자다.
술을 마시면 정말 엽기적으로 변하지만 그것마저 사랑스럽다.

장인하는 정형외과 치프로 정말 칼 같은 성품을 가졌다.
일상의 탈출구로 사진 동호회에 가입했지만 좀체 나가기 어렵다.

어느날...이들은 사진 동호회에서 만난다.
물론 그전에 이나비 선생의 친구인 유리가 나비의 사진을 몰래 동호회 사이트에 올려서
인하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어려운 시간을 쪼개 출사에 나오지만 말이다.

이렇게 둘은 시선을 마주하고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조금 헤매이기도 하는데... 

얼마나 유쾌하면서 마지막쯔음에 가슴 찡~하게 만드는지...
조효은 작가의 작가의 다른 책이 있다면 난 반드시 사고 말리라 다짐했다.

특유의 유쾌한 표현과 독특한 사고방식이 보이는 글이다.

설종도 독특했지만 나비 역시 대단히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인하는 얼음처럼 차갑지만 결국 나비에게 전권을 내어주는 멋진 남자~

사랑이야기는 결국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이게 젤 좋은 공식이다.^^
괜찮은 남자와 괜찮은 여자가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싸움 하다가 말이다.

읽는 동안 행복했고 즐거웠다. 참으로~
뒤에 나오는 에필로그도 정말 즐겁다. 웃느라 정신 없었다.

갑자기 뒷장을 보다가 게토레이가 보고파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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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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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한 말... 

1.엄마, 도깨비가 뭐에요? 

2.엄마, 이 애들도 빨아요? 

3.엄마, 많은 도깨비를 어떻게 빨아요?" 

4.엄마, 큰 통이 필요하겠어요.  

다들 재미있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는 그닥 재미를 못 느끼는 듯...
솔직히 나 역시 재미는 덜했다.
음...지극히 상식적인 성격탓에 그럴 수도 있겠다.
왜 엄마는 이렇게 많은 빨래를 하는 것이며
어제 빨았던 것을 오늘 또 왜 빠는 것이며...
뭐, 그런류의 불편함이랄까?
게다가 왜 엄마만...빨래를 하는거지? 아빠는 어디갔어?
엄마의 저 자세...맘에 안들어. 이런거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소재.
신선한 발상이었다.
나중에 도깨비가 많이 많이 나타났을때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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