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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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가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때의 용기와 담대함에 감동한다. 무엇보다도 그걸 글로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나의 복숭아’라고 해서 복숭아 예찬론인줄 알았는데, 한참읽다가 다시 표지를 들춰 보고서야 비밀에 대한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작가들이 조심스렇게 털어놓는 그들의 비밀들. 어떤 비밀은 무겁고 어떤 비밀은 이게 비밀인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비밀인 까닭에 각자에게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다. 그의 비밀은 나의 비밀만큼 무겁고 중하다.

‘어느 방면이건 재능이 있어 보이고 무슨 일을 맡겨도 그럭저럭 잘해내는’ 피아노와 남궁인 작가에게도 ‘음악적 감각이 아주 무디어 음을 바르게 발성하지 못하는’ ‘음치’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일면식도 없는 작가와 친밀감으로 묶어준다(그렇다고 내가 음치인 것은 아니다). ‘사랑에 목매면서도 제대로 사랑할 줄은 몰랐’다는 김신회 작가님을 발견한다는 것은 ‘아무튼, 여름’에서 만났던 유쾌한 작가님의 다른 면을 알게 해준다. 루하루 ‘앞을 향해 가는’작가님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만든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이소영 작가는 왠지 클래식을 즐겨듣고 수목원에 딸린 오두막에 홀로 식물을 관찰하며 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케이팝을 즐겨들어, 즐겨듣는 음악을 소개해달라는 클래식 매체의 인터뷰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작은 비밀들은 작가와 나의 거리를 한껏 좁혀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애정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일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일은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노력하면 잘될 것이라는, 누군가 나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는, 일이 잘되면 나 역시 멋진 사람이 될 것이라는.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또 한 번 애쓰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신회, 사랑을 모르는 사람)

“궁극의 초코칩 쿠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최지은, 과자 이야기)

“누구에게든 말하기 부끄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모습을 이해하려 들지도, 또 나와 다르다고 갸우뚱거리고 싶지도 않다.” (임진아, 좋지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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