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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 전2권 세트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심청이 실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시늉만하고 중국으로 팔려가 황대인이라는 중국 부자집 후첩으로 들어간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젋은 심청은 '렌화'가 되어 남자를 기쁘게(?)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가 몇 년 지나 모시고 있던 황대인이 죽자 기생의 삶을 살게된다. 싱가폴로 가서 '로터스'가 되어 서양인의 아내 노릇도 해보고, 또 다시 일본으로 가서 몸을 파는 술을 파는 장사를 하다가 '렌카'가 되어 일본 황족의 부인이 되어 산다는 얘기. 결국에는 한국에 돌아와 보살처럼 죽는다.
어찌보면 상상력이 기발한 게고, 다시 뒤집어 보면 매우 말도 안되는 황당한 얘기기도 하다.
어쨌든, 심청은 어디가나 인정을 받는다. 남자를 후리는 재주도 대단하고 재간도 있다. 절대 남자들한테 당하는 법이 없고 나름의 처세술로 잘 살아 남는다. 장사 재주도 있고, 지혜롭고 인정도 있어서 다들 청이를 예뻐한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청이는 기생들이 버리는 고아 아이들을 거두어서 키우기도 하는 현대판 고아원을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수퍼우먼이다. 심청은 강하다. 정체성이고 뭐고 고민이 없다. 어쨌든 동물적 감각으로 살아남는다.
그런데 말이다..
상 권은 황석영의 글재주를 찬양하면서 후다닥 읽었는데, 하권으로 갈수록 의심이 들면서 책 읽는 속도가 더뎌진다. 과연 황석영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썼을까? 신문을 검색해보니 죄다 찬양 일색이다. 고전 심청전을 새롭게 해석해서 18~19세기 동아시아 근대를 반영했다라든지..그것을 매춘이라는 고리로 풀어냈다라는 황석영의 말이 있다. 음...듣고보면 그럴 듯 한데..?
하지만...엇그제 본 '한씨연대기'의 주인공 한씨의 삶이 정말 그럴 듯하고, 그럴법한 설득력있는 이야기여서 진심을 드러내며 감동을 주는 반면 심청의 이야기는 어째 가짜같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의 별명대로 한번 황구라 선생님이 크게 '구라'를 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 가지. '성묘사 한번 원없이 해봤어요.'라는 작가의 말대로 매우 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