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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는 시간 - 오이겐 루게 장편소설
오이겐 루게 지음, 이재영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1월
평점 :
주인공 알렉산더를 기준으로 빌헬름(할 아버지, 동독 고위직 공산당원), 샤로테(할머니, 공산당 연구소장에서 해임되어 나중에 편집장), 나데시다 이바노브나(외할머니), 쿠르트(아버지, 동독에서 가장 생산적인 역사학자), 이리나(어머니, 소련에서 동독으로 망명), 멜리타(부인), 마르쿠스(아들) 이렇게 한 가족 4세대가 1952년부터 2001년까지 49년 동안 동독에 살면서 어머니 국적인 소련의 붕괴와 할 아버지가 활동했던 동독 공산당이 붕괴되어 독일로 통합 후 사회사를 가족사로 재 해석하여 소설보다는 수필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책을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알고 들어가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소련의 붕괴와 동독의 붕괴 큰 사건 두 개 정도를 발췌하였다.
소련의 붕괴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경제위기였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강력한 중앙통제방식으로 근대화를 추진하여 미국과 맞먹는 산업국가였으나 성장의 주축이었던 원료(석유, 천연가스), 노동력 등이 1970년 중반부터 고갈되면서 군사력에 의존하며 과도한 군사비 지출이 경제침체를 가져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다음은 고르바초프가 개방(글라스노스트), 개혁(페레스트로이카)등 실용주의정책을 전개했으나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민족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이 시작되자 경제의 혼란과 연방 내 공화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해체는 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되어 힘의 균형이 유지되었으나 경제력이 퇴보를 군사력으로 대체하며 동유럽 반공봉기 진압, 중공과의 마찰, 쿠바위기, 아프카니스탄 침공, 미국의 군사력 강화 등으로 인하여 외교적으로 고립되면서 74년간 유지되었던 소련은 1991년에 완전히 해체되고 옐친 주도하는 독립국가연합이 탄생 하였다.
동독의 붕괴 원인 또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국가 통제계획경제체제의 몰락으로 경제가 피폐해 졌고, 둘째 제2차 석유파동 후 구 소련에서 동독에 지원했던 석유공급이 중단되면서 동독의 붕괴가 가속화 되었다. 소련에서 동독에서 거의 무료로 석유를 공급하면 동독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높은 가격에 수출하며 경제를 지탱했는데 석유공급이 중단되자 경제위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서독 정부가 1982년 파산 상태에 있던 동독에 20억 마르크를 지원해 주는 바람에 통일이 7년이나 늦어 졌다는 설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르바초프의 정치개혁으로 콤콘 회원국의 자기 책임이 강조 되면서 붕괴가 가속화 된 것이다.
위의 이유를 들어 이미 동독의 붕괴는 예견되었으나 우연하게 1989년 11월 9일 중앙위원회 정보담당 서기인 샤보프스키가 동독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기자회견에서 언제부터냐는 질문에‘지금즉시’라고 답하자 베를린 장벽 부근의 동.서독 출입국에 몰려들어 출국 여부에 국경수비대가 허락하자 30년 만에 장벽이 걷혀버린 것이다. 독일 상황과 비슷한 처지인 북한과 우리 관계를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생소한 소설을 접했다. 솔직하게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만한 작품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듯이 어색한 문화와 접하지 못했던 용어, 시간, 공간적 배경 모든 것이 어색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또한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다. 알렉산더의 성장소설 내지는 가족소설 정도밖에 접근하지 못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로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동독과 소련의 붕괴 관련 소설이라 하여 쉰들러리스트나 아리랑 같은 내용을 기대 했는데 예상에 너무 빗나가 실망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특이한 점이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오탈 자가 많았다. 소련과 동독의 언어 차이를 나타내려고 일부러 그랬는지 아님 실제 오탈 자인지 분간을 하지 못했다. 생소한 문화나 용어에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오탈 자까지 나오니 이해도가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일반 도서는 가독성 좋은 글씨체인 바탕체를 많이 쓰는데 이 책은 중간중간 필기체 비슷한 글씨체가 등장한다. 일부러 독자의 집중력을 도와주기 위해 그런 것인지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책을 마칠 때까지 찾지 못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했는지 좋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보편 타당성을 가진 독자의 한 사람으로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공부하는 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좋은 서평을 남기지 못해 출판사에게 좀 미안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겐 좀 어렵고 흥미가 떨어지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