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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평점 :
푸드마일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
푸드마일(Food Miles)은 먹을거리가 이동한 거리를 말한다. 가령 오늘 저녁식탁에 감자국, 감자볶음, 양배추쌈, 후식으로 오렌지와 포도가 올라 왔다고 하자. 주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양파, 당근, 마늘, 생강은 중국에서 910km를 이동해 왔고, 쇠고기와 양배추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8,330km를, 미국산 오렌지는 9,600km를, 칠레산 포도는 20,000km를 이동해 온 것으로 오늘 저녁상의 푸드마일은 38,840km가 된다. 이는 대략 서울서 부산까지 48번을 왕복한 거리이다. 초밥이 먹고 싶어 일본에 다녀오고, 북경오리가 먹고 싶어 중국을 다녀왔다는 우스갯 소리가 내 식탁앞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푸드마일이 높아질수록 어떤 문제가 생길까? 대부분 식재료들이 원거리를 이동해온 것이다 보니 입속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 유통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먼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변질을 막기위한 별도의 처리를 해야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신선도나 청결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먼거리의 거래가 활발해지다 보니 초국적 기업이 대량생산과 유통을 장악하여 먹을거리 산업을 이끌다 보니 소농들이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린다. 소농의 몰락은 우리 식탁에 더욱더 많은 외국산 먹을거리가 들어온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생산된 먹을거리가 세계곳곳을 이동해야 하니 에너지 낭비로 인해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 지구 온난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상추가 8,772km를 이동해 런던으로 보내진다면, 그 상추는 자신이 에너지로 제공한 것보다 127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먹을거리를 비행기로 운반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낭비되는 에너지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로컬푸드
<밥상혁명>은 프레시안의 두 기자가 2년간 미국, 영국, 인도,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지역 먹을거리와 식량주권을 주제로 진행중인 ‘밥상혁명’을 취재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 실태와 농민들이 처한 막막한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기사를 골자로 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현장사진과 데이터들이 첨부되어 있어 특집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소농의 몰락으로 위협받을 우리의 식량 주권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방법이 로컬푸드 즉, 지역 먹을거리임을 강조한다.
‘식량안보는 식량확보만 강조한다. 즉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단으로 식량 수입, 재고관리 등을 최선의 방법으로 여긴다. 여기에는 ‘식량을 자급하자’ 이런 생각은 빠져있다….(중략)…식량 주권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내가 발 딛고 선 땅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하자, 내가 먹는 먹을거리의 질을 스스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오는 해법 역시 단순하다. 바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수만 년간 해온, 그래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량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소농 중심으로 가야한다. 대규모 농업에서는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없지만, 소농은 언제나 환경의 변화에 맞춰 대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영구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은 소농 중심의 농업이다.’
소중한 먹을거리 지키기
다소 어렵고 딱딱하지만 당장 내 식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11편의 다큐를 다 보게 된다. 웰빙, 로하스 삶을 지향하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사를 쓰면서 참고했던 다양한 추천서도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관심 분야는 함께 정독해도 좋을 듯 싶다. 아울러 지금 내 식탁의 푸드마일을 줄이는 다이어트도 함께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기로 결정한 소비자는 그날 바로 생산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 제철에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찾는 시민은 곧바로 자기 입에 들어갈 소중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소농이 벼랑 끝에 선 사실도 깨달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그때 ‘밥상혁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