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튜울립에 담긴 의미

섀도우 랜드 ㅣ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에버모어부터 시작되어 새도우 랜드까지 3권을 모두 빠짐없이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에 있는 노란 튜울립을 보자마자 꽃말을 찾게 되었다.
'헛된 사랑'
이럴수가 진실되지 않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안도해야 하나, 아님 이 허망함에 울어야 하나 싶었다.
왠지 데이먼과 에버의 사랑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블루문부터 그들의 사랑은 삐걱대고 있었기에 에버가 다시 아플거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더구나 새도우 랜드라는 그림자의 이미지와 헛된이 너무나 잘 연결되어 그 불안감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우선 불안감은 딱 맞았다.
역시 그 둘은 다시 고난에 놓이게 된다.
특히 이번 책에는 서머랜드와 새도우랜드가 등장하면서 전작에 이어 로만과 새로운 인물 주드로 인해 더욱더 깊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새도우 랜드는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처럼 현실이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혼이 홀로 버려진 세상이다.
데이먼과 에버는 주드와 로만에 의해 갈등과 위험에 놓이고, 서로는 만나지 못하고 영혼의 교류만을 하게 된다.
이처럼 둘 사이의 사랑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데이먼은 또 다른 갈등에 놓인다.
로만의 함정으로 에버와 헤어졌지만, 모든 일이 죽지않는 불사의 몸으로 타락한 생활을 한 자신의 문제로 기인하였다는 것을 깨닫고 갈등한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동경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시리즈의 3편 <새도우랜드>에서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새도우랜드'의 등장과 데이먼의 반성과 자각이 꽤나 삶에 대한 철학적 접근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큰 틀에서 벗어날수 없는것은 에버와 데이먼의 사랑.
그들의 사랑은 왜 자꾸만 위기로 치닫는 걸까? 6편의 시리즈중 3편에 불과한데, 그들의 사랑은 위기에 위기로 몰리고 있다.
특히 에버의 행동은 답답해 보였다.
데이먼에 대한 사랑 안보여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고 해결하려고 드니 자꾸 꼬여만 간다.
하지만, 다음편에 에버가 저지른 일들이 어찌 진행될지 궁금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 <새도우랜드>를 덮고나서 되돌아 보니 '헛된사랑'이 아니라 '헛된 삶'에 더 가까운거 같았다.
특히 데이먼이 고민 속에서 노란 튜울립의 의미가 떠오른다.
빨간 튜울립 '사랑의 고백', 노란 튜울립 '헛된 사랑'에 이어 흰색 튜울립과 보라색 튜울립이 더 나올거 같다.
흰색 튜울립의 꽃말은 실연이고, 보라색 튜울립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는데,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보라색 튜울립으로 대미를 장식할수 있기를 바래본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은 우리 가슴속 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돌
문영심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10월

제목만 들었을때 이 책이 어떤 소설일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둘러싼 음모나 숨겨진 이야기가 나오는 모험소설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옮겨 놓은 책으로 박경리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얻은 진리였다.
"자기가 꼭 써야 할 것이 있다면 언제가 쓰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작가로서 자기 자신이 꼭 써야 할 무언가를 갖고 있다면 결국 쓰게 되는 것이라고."
즉 작가 문영심의 내부에서 내가 낳아 주기를 기다리던 자식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받게된  도스토예프스키가 수감되어 있던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에서 가져온 돌을 손에 얻게 되면서 작가 지망생의 꿈을 갖고 방황하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뜨거운 피와 열기가 들끓었던 대학시절, 기존 체계와 타협하지 않고 열정가득했던 수영.
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고, 남편이 교수가 되도록 뒷바라지 하기 위해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접고 방송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어쩌면 수영은 우리시대 많은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가 소설이라는 그녀의 삶의 꿈이자 화두를 위해서 방송작가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소설 쓰기에 정념하게 된다.
수영은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꿈에 다가가지만, 수경의 남편은 그녀가 꿈에 도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녀가 써놓은 소설을 모두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꿈에 대한 도전과 현실과의 괴리감에 가슴아팠다.
우리도 꿈을 갖고 있었고, 열정과 열의에 가득찼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우리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가슴아프다.
나역시 꿈과는 조금 거리가 먼 모습으로 직장을 다니고, 사회속에서 견디며 인내하며 지내고 있다.
오히려 난 수영이 부러웠다.
그 결과가 어떠하던 모든 것을 버리고, 도전하려 했다는 그 시도만으로도 난 부러웠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역시 꿈에 도전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책은 매우 잘 읽혔다.
제목과는 달리 그다지 무겁지 않았으며, 술술 읽혀갔다.
소설을 쓰기 위해 고뇌하고, 유명작가의 작품들에서 질투를 느끼는 모습도, 사랑과 우정 그리고 뜨거운 청춘도 모두 잘 읽혀나갔고 공감도 갔다.
수영의 고뇌와 방황처럼 책은 읽어내려갈수록 갈등과 고뇌가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갈등이 심해지면서 더욱더 기대감도 증가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결론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지만, 꼭 결론보다는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만족감을 주었다.

누구나 살아간다.
세상속에서 타협하고 꿈도 꾸며 살아간다.
모두들 꿈을 이루진 못하겠지만, 후회는 남기지 않을 용기가 중요하다 새삼 느낀다.
문영심 작가의 첫 작품을 만난 나로서는 후회하지 않을 작가를 만난것으로도 무척 감사한다.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대한 가벼운 접근

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첼리스트인 열일곱살의 여린 소녀 미아.
그저 엄마 아빠의 친구네집으로 놀러가기 위해 가족들과 드라이브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날의 그 드라이브는 영원한 이별이 되었고,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으며 결국 어린 동생 테디도 잃었다.
또 그날의 교통사고는 미아에게도 상처를 주었다.
그녀는 혼사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녀의 영혼은 사고 직후부터 그녀의 몸에서 분리되어 그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게 된다.
그저 그렇게 지켜보던 미아는 '아이가 주인공이죠'라는 간호사의 말에 스스로가 엄마 아빠 테디없이 이 세상에 남을건지 아니면 깨어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는 알고 있을까? 아니 자각하고 있을까?
우리에게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렇게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삶을 살기로 선택한 것이다.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것이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미아의 선택을 바라보면서 나역시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떠난 후의 삶은 너무나 잔혹하다.
특히 미아처럼 이별을 채 준비하기도 전에 한꺼번에 잃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살아남아 있어도 죽고 싶은 정도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슬픔속에서, 미아가 차마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떠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열일곱이라는 짧은 인생이지만,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고 그녀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쉽게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데티가 없는 상태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책은 두가지면에서 매우 놀라웠다.
우선 책이 너무나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화자인 미아가 열일곱살 여학생인 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동시에 미아 가족과 미아의 사고전까지의 삶과 사고 이후의 사건들이 부담감이나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특징은 그다지 길지 않은 문체와 현실적 대사로 무겁지 않게 느끼게 해주었고, 마치 어항속의 삶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마치 미아가 몸에서 분리되었을때 느낌처럼...
이러한 가벼움과 거리감에도 그 안에는 "삶"이라는 치열함이 있었다.
이러한 치열하며 진중한 삶이라는 논제가 이렇게도 다가올수 있구나 싶었다.
그 어항속을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크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매력은 이 책은 자신있게 누구나에게 추천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평소에 책을 안 읽은 사람에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누구에게나 추천해줄수 있는 책으로 남았다.
삶과 사랑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와 선택에 미아와 모두 함게 하여 진정한 울림을 얻길 바란다.

작가 지망생 소녀의 좌충우돌 도전기

번데기 프로젝트 - 2010 제4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7
이제미 지음 / 비룡소 / 2010년 11월

정수선, 이제 18살 꿈많은 여고생이다.
그녀의 꿈은 소설을 쓰는 것, 이보험 작가처럼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정수선은 위대한 책이 아니고, 남에게 빌려주면 잠이 안올 정도로 늘 몸에 지니고 싶은 책을 좋아한다.
그런 그녀의 현실은 일당 2만원으로 일하는 '참벽돌 삼겹살'가게에서 일하는 것이다.
외삼촌 옷가게에 투자해 빚을 지게 된 아빠가 경영하는 삼겹살 가게에서 빚때문에 온 가족이 일할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즉 소녀의 꿈은 가족이 처한 상황에 가려져 찬밥신세 취급받는다.
그런 그녀에게 백일장에서 2등으로 입상하게 되면서 4년제 대학 입학과 동시에 그녀의 꿈을 이룰 희망을 갖게 된다.
정수선에게 비키로타키 공모전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동호회 모임에서 만난 치타라는 사람과의 얼키게 되는 사건, 수선이 좋아하는 이보험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드라마 제작 등등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 책이 끌렸던 첫번째 이유는 "블루픽션상 수상작"이라는 이유였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하이킹 걸즈>를 읽고 블루 픽션상 수상작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도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더욱더 "블루픽션상"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되었다.
이번 제 4회 블루픽션 수상작인 이 책 <번데기 프로젝트> 역시 다음번 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을 기다리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특히 굉장히 반항적인 듯 하지만 그 반항과 열정ㅇ르 마음속에 간직한 조용한 한 소녀가 번데기 속에서 웅크림을 벗고 벗어나려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얻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미 작가의 경험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번데기속 여리고 뜨거운 어린 소녀의 감성이 너무나 실감날 정도로 진실성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마치 내가 여고생이 되어 어리채를 잡히고, 내 몸이 아픈것 같고, 기사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 같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한 여린 소녀의 모습에 감동하였고, 그녀가 좋아할때는 나또한 기뻤다.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발 이런 여린 감수성과 반항기와 함께 역경의 극복에 있다
청소년기를 훌쩍 넘긴 나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단조로운 목표지향적 삶을 바라보면서, 나의 사라진 감수성과 반항기가 그리울때가 많았다.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식과 그것에 대한 므모한 열정이 사무치게 그리울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도전과 열정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 성장소설을 찾는거 같다.
또한 어른이 되면서 세상의 역경에 쉽게 타협하고 피해가는 선택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성장소설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한다.

<번데기 프로젝트>는 나에게 또하나의 열정과 용기로 다가왔다.
바키로타기 청소년 문항상을 향한 소녀의 꿈과 도전 속에서 또다른 희망을 그려보게 된다.

오렌지 리퍼블릭의 모습을 드러내다.

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우연일까? 나는 노희준 작가의 <오렌지 리퍼블릭>을 읽기 바로 전에 이재익작가의 <압구정 소년들>을 읽었다.
우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 참 다른 두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요새 주말드라마인 <시크릿 가든>이 인기를 끈다고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난 이런류의 드라마를 너무나 싫어한다.
조금은 반 사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진자들의 도덕적 불감성인 그 도를 넘었다고 본다.
그리고, 가진자들에 맞춤식 미화된 아부를 보면 역겹다.
그래서 그런지 두 작가의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솔직히 매우 거북하였다.

우선 책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주인공 노준우는 청담동 유명 회계사의 아들이다.
어찌보면 그들만의 세계에서 조금은 하위층에 속할수 있다.
그래서 그는 "나는 왕따가 아니었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도 그들만의 가진자 세계속에서 성장하면서 철저히 전형적인 강탈 자본주의자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즉 오렌지 리퍼블릭 시민이 된 것이다.

책속의 오렌지 리퍼블릭 시민들은 역겨웠다.
고급 나이트클럽에서 고급양주를 마시며, 여자와 놀아나고, 서슴없이 비도덕적 행태를 벌인다.
또한 소비수준으로 사람을 나누고, 강남사람들과 강북사람들을 철저히 나눈다.
솔직히 그들은 자신의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관심밖일수 있다.
그래서 철저히 소비위주의 타락위주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하지만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오렌지 리퍼블릭의 주제는 무엇일까?
그저 오렌지 리퍼블릭 시민은 이렇게 산다고 들어내려 한것인지,
아니면 "억울하면 돈을 벌어라"인 것인지.
무언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에 반감이 들었다

조금은 작가가 오렌지 리퍼블릭에 속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래서 조금은 깊고 우리시대의 문제의식을 갖고 책에 녹아내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