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고, 자랑스럽고,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그런 존재 엄마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엄마의 은행통장]이라는 제목만을 보고, 이책이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모든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중 하나인 엄마와, 돈과 관련된 은행통장의 결합.

그 의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책을 모두 덮고 난 지금 이 [엄마의 은행통장]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수 있을만큼 함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 나는 엄마와 아빠, 오빠 넬스, 여동생 크리스틴과 다그마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의 집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나의 어린시절 추억들의 다이어리를 들추어내듯,

가족들과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단편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내가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읽은 에피소드는 엄마의 사랑이 묻어있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심각하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지만, 자식과 가족의 사랑을 잘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주인공 카트린이 쉴러앤드썬 가게에서 일하며 생긴 에피소드, 막내 다그마르의 귀앓이 소동 등등 굉장히 침착한 듯, 밝고, 건강한 엄마가 그 곳에 있었다.

맨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 엄마의 은행통장이, 카트린, 아니 그녀 형제들이, 아니 그녀의 가족들이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정말이지 대단하고, 자랑스럽고,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그런 존재였다.

 

작은 책이고, 길지 않은 이야기들의 연속이지만,

이렇게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길수 있다는 점에서 맘에 쏙드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요새 신세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고,

내 삶을 바라보는 자세같은 것을 얻은 듯 하였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단순히 자식과 부모 이전의 어떤 다른 느낌이 있다.

선배이자, 동지이자, 친구이자, 경외감.

뭐 그런 느낌이 아마 카트린 역시 있었던 것 같고, 나역시 그러하다.

나의 엄마도  카트린의 엄마와 같이 날 꼭 안아주시고,

나에게 "넌 잘할수 있어" "난 널 믿는다"라고 이야기 해주시던 엄마였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의 엄마가 무척 생각났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따뜻한 온기를 만나는 순간

바보가 바보들에게 - 우리시대의 성자 김수환 추기경,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 ㅣ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1
알퐁소(장혜민) 옮김, 김수환 글 / 산호와진주 / 2009년 3월

김수환 추기경님.

사실 한번도 만나뵌 적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분이다.

우리나라 유일한 추기경님으로 그리고, 나이 많으신 얼굴 정도뿐 아는 것이 전무했다.

물론 내가 추기경님과 비교해서 꽤 많은 나이차이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불교, 유교 집안인 나에게는 천주교의 교리도, 추기경이라는 직함도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추기경님을 좋아하게 된 것은 한권의 책에서부터였다.

그 책을 통해 나는 추기경님의 삶과 꿈, 그리고, 종교와 신념에 대해 진지하게 알게 되었고,

그후로 추기경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내가 가장 추기경님에 대해 잘 알게 된것은 아쉽게도 선종하신 후였다.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추기경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읽을 수 있었다.

이책은 그런 와중에서 만난 책중 하나였다.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대부분의 책들이 그러하지만, 이책은 특히 겸손한 책이었다.

그저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겸손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책 page 169에 나와있듯 외적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 앞에서 공손한 자세를 취하거나,

자기를 무조건 비하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과 믿음과 그리움, 그리고, 두려움으로 겸손한 그런 책이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그런 마음.

하느님을 믿고 따르려는 그 믿음과 그리움.

그리고, 세상에 대한 걱정이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었다.

그렇다고 격정적이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전사진처럼 고요함속에 이 모든 감정들이 녹아있었다.

마치, 이세상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분처럼.

 

세상에 대한 고뇌와 걱정은 그가 유일하게 속세의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바로 이런 점이 내가 가장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부분이다.

세상에 근심속에 갈등속 정가운데 서서, 사랑을 이야기하시는 분.

그 모습이 마치 더러운 진흙탕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연꽃처럼 보였고,

어두운 밤안개속의 등불같았기 때문이다.

 

알퐁소라는 분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알수 없지만,

작가는 이책속에 김수환 추기경님을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그의 미소, 그의 신념, 그리고, 그의 사랑이 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었다.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매 순간순간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따뜻한 온기를 만나는 순간이 즐거웠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더이상 이세상에 안계시는 어른에 대한 그리움도 가득하였다.

상대방을 위해 용서라는 손을 뻗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용서를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오두막이라는 이미지는 나에게 전원의 풍경, 평화로움으로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서의 오두막은 어두운 배경과 펄펀 내리는 눈 그리고 눈속에 쌓여있는 모습이 외톨이로 존재하는 나무와 함께 스산해 보인다.

하지만 한줄기 빛이 오두막을 비추고 있듯었다.

그 빛속에는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봄볓의 초록잎사귀가 있었다.

이 표지 그림에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한번에 표현하고 있었다.

 

매켄지 앨런 필립스, 맥은 어두운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도망쳐 나와 나름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는 말기암 간호사로 근무하는 사랑스런 아내 내넷 (낸)과 5명의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그의 가족에는 저 짙푸른 어둠과 눈속에 파뭍혀 있는 오두막처럼 불행속에 빠지게 된다.

바로 오리건주 왈로와 호수 주립공원에서 멀노마 공주의 이야기와 함께.

이 책의 시작은 바로 그 불행속, 커다란 눈폭풍속의 한통의 쪽지에서 시작되어 간다.

"매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깐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파파"

이 쪽지는 맥에게 큰 혼란을 주었지만,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그토록 멀리했고, 상처받았고, 아픔이 가득한 오두막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 즉 봄볓의 초록 잎사귀와 따뜻한 빛을 만나게 된다.

 

이책은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색채가 파스텔톤의 색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거부감은 없었다.

앞부분의 진행과 완전히 달라진 오두막의 풍경처럼,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하고 놀랐지만,

평범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하나님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아마 맥 역시 이런 분위기에 그토록 강하게 부정하고 잊고 살았으며, 꽁꽁 닫혀있던 부분이 스르르 자연스레 열린 것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으며, 고통속에 헤매게 된다.

그 속에서 헤어나기를 바라지만, 감히 벗어나지를 못한다.

같은 공간 즉, 마음이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받아들임에 따라 그 공간이 고통일수도 평안일수도 있다.

상대방을 위해 용서라는 손을 뻗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용서를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바로 자신을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두막, 우리들 마음속 오두막은 어떤 모습일까?

그 오두막이 저 따스한 햇살을 받는 평안한 곳이 되도록 스스로를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라

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지혜의 왕 솔로몬에서 부터 시작된 캅베드.

이번 책에 대해 난 사실 반신반의 하였다.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시크릿]에 대한 광고를 보고, 너무 기대하고 보아서인지,

실망감이 너무 컸고 솔직히 내가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난적이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도 시크릿의 아류로 남을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강의]처럼 감동을 줄것인가 기대반 걱정반으로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먼저 말하면, So So. 즉 나쁘지도 그다지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시크릿]보다는 더 공감이 갔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도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책의 두께처럼 그다지 많은 분량의 내용이 아니었다.

따라서,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에 담겨진 내용은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의 많은 부분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기본적인 개념, 즉 자세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물음이었고, 해결방안이었고, 최선과 사랑과 진심을 다하면, 얻게될 기쁨에 대한 이야기였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쉽게 '실패란 포기하는 순간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너무 쉽게들 하지만, 사실 정말 어렵고, 힘든 이야기이다.

포기하는 순간이라는 것은 바로 최선을 다하는 것을 멈추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이고,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인 것이다.

이렇게 흔히들 아는데, 왜 우리는 포기하고 실패하는 것일까?

바로 이책에서 그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진심과 사랑으로 대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것.

돈도, 명예도, 권력도, 친구도, 여인도, 지혜도 모두 얻을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모두 다 얻을수는 없지만, 모든 일에 최선과 사랑과 진심을 다하는 것이 바로 지혜이며, 단기적으로가 아닌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얻을수 없는 것이 없다.

물론 자세한 것은 책을 통해 느끼시길 바란다.

 

이책에서 이 최선, 사랑, 진심이외에 지혜를 하나 얻은 것이 있다.

욕망과 소망의 차이.

소망을 이뤄주도록 노력하는 것과 욕망을 이뤄주도록 노력하는 것의 차이.

그로 인해 얻어질 결과들.

그저 단순히 욕망은 끝이없다고,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명확한 경계가 주어져,

내가 무엇에 중심을 둬야 하는지 한수 배웠다.

 

이책을 읽는 분들은 아마 다들 나름대로의 지혜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얻은 이 지혜, 최선, 사랑, 진심 (내 나름대로의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를 이제 얼마나 내 인생에서 활용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앗다.

자신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라.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난 참 바보같은 아이였다.

많은 것에 치이고, 많은 사람에 치이고, 그렇게 누리지 못하고, 눌려 살았다.

특히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성격탓에 더욱 그런듯 하였다.

이 책은 그런 내게 어루만져주고, 속시원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김별아.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미실]을 통해서이다.

그녀를 난 매우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더욱 나의 생각이 확고해졌다.

책 속의 그녀는 통쾌하고, 당당하였다.

그녀가 속내는 들어내고 당당히 말하던 모든 상황을 기억해 냈고, 이렇게 글로 써 엮어 놓은 것을 보면, 그녀는 꽤 섬세한 사람이다.

 

그녀는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 당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그녀또한 나처럼 고민과 고뇌와 짓눌림에 견디다 못해 그녀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는 처음부터 무신경한 사람이라면, 아마 그 많은 상황들을 기억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상상을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모욕받았을때, 스스로에게 "바보 ~이렇게 받아쳤어야지"라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내가 받아쳤을때 벌어질 상황을 상상해 보곤 하였다.

하지만, 난 한번도 그 상상을 실천해 본적이 없다.

 

이번 김별아님의 산문집을 읽고 마치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된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실 조금은 용기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 통쾌하였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어 행복했다.

 

김별아님은 이책을 통해 모욕 받았을때 당차게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라고만 하지 않았다.

즉 작가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orientation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을 향해 행동하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진정 인생을 잘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섬세하고, 깊이 있는 그의 산문집에 올 봄 따스한 행복감에 빠질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