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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딩씨마을이 있었다.
그들의 마을과 평원에 열병이 가득 퍼져가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열병은 에이즈이며, 에이즈가 퍼져나간 이유는 가난이었다.
가난한 마을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교육국장은 딩씨마을의 딩수이양을 앞세워 매혈운동을 조직한다.
매혈을 통해 에이즈는 딩씨마을과 평원에 퍼져나갔다.
이 처참한 이야기는 12살 어린나이에 독살당한 딩수이야의 손자 딩샤오창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딩수이양은 딩좡초등학교에서 잡무를 처리하는 마을내 선생님으로, 관공묘 (관우를 모시는 사당)를 관리한다.
마을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관공을 믿지 않고 매혈을 믿게 되고, 딩수이양은 선생님이 아닌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도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으며, 덕망높은 마을의 어른이다.
그러나 그의 두아들은 아버지의 삶과 달랐다.
큰아들 딩후이는 매혈소를 차려 매혈의 우두머리로, 열병이 퍼져나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덕분에 화자인 '나' 즉, 딩후이의 아들이 독살당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아들 딩량은 매혈을 한 댓가로 열병을 앓고 있다.
딩수이양은 가문의 명예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딩후이에게 개두를 하며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기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을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딩수이양은 관리하던 학교에서 열병환자들이 지낼수 있게 도와준다.
화자는 처참한 현실을 참으로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었다.
열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실과 열병환자들이 모인 학교에서의 인간들의 욕심 등을 제 3자의 입자에서 진술하고 있다.
또한 화자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딩수이양의 꿈이 등장한다.
딩수이양의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으나, 다른 판타스틱한 느낌과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려했지만, 현실인 것이다.
모든 것은 피에서 시작되었다고 평하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딩씨마을의 모든 것은 가난에서 시작되엇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은 매혈을 조장하였고, 매혈은 사람들의 피와 욕망을 미친듯이 빨아들였다.
결국 매혈을 시작으로 딩씨 마을에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욕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터져나왔다.
열병으로 인해 죽음이 눈앞에 왔음에도 욕망과 욕심은 멈추지 않았고, 마을은 죽음, 흰 대련과 함께 검은 탐욕의 바람이 휘몰아치게 된다.
미쳐가는 것이다.
매혈로 영혼과 육신은 피폐화되고, 욕심과 욕망으로 사람들의 정신은 미쳐가고 있었다.
딩수이양은 꿈을 꾼다.
꿈은 참단한 현실의 단편이며, 참혹한 딩씨 마을의 미래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딩씨 마을과 마을 주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 듯 하다.
현실 속의 꿈, 꿈 속의 현실.
이것이 딩씨마을의 꿈인 것이다.
열병에 걸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삶의 욕심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마을 사람들이 열병에 걸린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들의 평안한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딩수이양.
열병에 걸리지 않았으나, 열병에 걸려 죽을 사람들 처럼 죽음이 끝이지만 한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
열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삶의 욕심을 벗는 사람들.
그리고, 독살당해 이미 죽었으나 딩씨 마을에 사는 나, 샤오창.
이 구도속에서 작가 옌롄커는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였다.
작가는 "한국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이 작품이 '국가의 명예에 손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판금조치 당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담한 현실이었기 때문이었이다.
하지만, 작가 옌롄커는 이 <딩씨마을의 꿈>을 통해그저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들어내는 것 이외에 꿈을 통해 작은 빛을 비추고 싶어하였다.
매혈과 에이즈의 참담한 현실속에는 인간의 탐욕과 가난과 시대적 상황이 그려져 있다.
옌롄커가 그리고 싶었던 불안한 꿈은 현실속에서 있었다.
현실을 좀더 아름답게 그리고 싶어했고, 참담한 현실에 무릎꿇고 싶어하지 않았다.
꿈에서의 현실은 무엇때문에 그토록 참담하였는지, 무엇을 위해 처참하게 버텨냈는지가 모두 사라져버린 허무함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