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의 만남을 통한 세상에 대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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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책이 나에게 왔을 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하버드", "출가", "혜민"스님.
이 조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확인차 다시 한번 읽었다.
책 소제목으로 붙은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후 10년"은 꽤 인상적이면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책을 읽기 전 만난 프롤로그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소제목에 대한 견해가 담겨 있었다.
스님의 우려하신 데로 어느정도 하버드란 말이 하버드 대를 연상시켰고, 어느정도 헷갈리는 조합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프롤로그에 밝힌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고백덕분에 책에 대해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책은 열심히 외국에서 공부하시던 스님이 어느날 버클리에서 린포체 스님과의 인연으로 불법을 만나고,
하버드 대를 스님의 도움을 받아서 공부하고, 그렇게 인연들을 만나면서 공부한 한 남자, 혜민스님의 이야기이다.
혜민스님이 승려가 되고 난 후 소소한 일상과 인연 그리고, 생각들을 정리한 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노스님이나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배우는 입장임을 강조하시지만, 그러한 소소한 일상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왠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스님들에게 느껴지는 거리감도 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강요하지 않고, 이런~ 일들이 있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식의 편안한 문구는 처음 대할때보다는 읽고 나서 오랜 생각에 빠지게 하였다.
혜민스님의 성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보다.
스님은 스스로 대학강단에서도 1시간 20분 수업에서 40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하도록 한다고 하셨다.
이런 성정이 책 곳곳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물 흐르듯 간략하게 생각을 정리하듯 나열하였지만, 한장이 끝나고 나면 생각속에 빠지게 한다.

혜민스님의 이 책은 "하버드"는 그냥 지난간 곳이었다.
진짜 그가 느끼고 깨우친 것은 사람을 만나고, 노스승을 만나고, 중국, 일본, 티베트, 뉴욕등에서 또 다른 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포옹과 배려를 기억하고, 세상 곳곳을 여행하고 기록하면서 삶의 이치를 깨우치고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
메샤추세츠에 있는 대학의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과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
그저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깨달았으며,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따라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모습.
격정되지 않은 고요한 심정으로 변함없이 세상 곳곳을 흘러 스며드는 모습.

각박하게 흘러가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스님의 모습을 만나면서 잠시나마 평안함을 찾을수 있었다.
법정 스님이 떠나고 난 그 자리에 누군가를 채울지 걱정했는데, 이 책을 통해 혜민스님이라는 귀중한 만남을 얻은거 같다.